양기화의 심평통신

[청년의사 신문 양기화] 지난 달 중순에 있었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일반질 평가 사업설명회를 두고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는 것 같다. 먼저 평가 틀과 관련해서는 ‘기준이 모호한 평가지표’, ‘신뢰할 수 없는 지표’라는 반응이 있다. 그리고 절차와 관련해서인 듯 ‘사망률과 재입원율 평가 강행 소식에 병원들이 멘붕에 빠졌다’는 기사도 눈에 띈다. ‘운에 맡겨야 하는 평가’라는 다분히 자조적인 반응도 있다. 6월 13일자 심평통신에서 심평원이 일반질 평가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그 배경과 준비과정, 앞으로의 과제 등을 요약한 바 있다. 이번 달 심평통신에서 일반질 평가를 다시 다루게 된 것은 이 평가에 대한 예상치 못한 반응 때문이다.


▲ 양기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상근평가위원

우선 심평원이 이번에 수행하는 일반질 평가는 2014년 진료분을 대상으로 하는 후향성 평가이다. 그런 만큼 평가를 받는 요양기관들이 평가에 대비하여 특별하게 대응하지 않은 자료들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음에 진행할 전향적 평가를 통하여 얻어질 결과와 비교해볼 수 있는 기초 자료가 될 것이다. 즉, 평가효과를 객관적으로 비교해 볼 수 있다. 이는 지금까지 심평원이 수행해온 평가와 달라진 점의 하나이다. 후향적 평가 방식이라서 평가를 받는 입장에서는 운에 맡겨야 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올 법도 하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평가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해당기관에만 환류할 계획이다. 다음번 평가는 전향적 평가방식이 될 것이기 때문에 평가를 받는 기관에서는 이번 평가결과를 바탕으로 나름대로의 개선방향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제외국의 평가방식을 참조했지만, 단순하게 베껴온 것이 아니라 외국과 우리나라의 사회문화적 차이를 반영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고, 이번 평가를 통하여 드러나는 문제점을 추가로 보완할 계획이다. 중증도보정이 제대로 될 것인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이 점 역시 전향적으로 보완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예비평가에 참여했던 종합병원의 관계자는 본 평가사업의 중단을 요구했다는데, 역시 중증도 보정에 대한 타당한 검증이 선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소수의 기관을 대상으로 한 예비평가에서 얻은 자료를 바탕으로 제대로 된 중증도 모정모형을 구축할 수는 없다. 당연히 보다 많은 병원을 대상으로 평가자료를 얻어야 중증도 보정모형이 보다 정교해질 수 있다.

일반질 평가의 결과가 공개되면 국민에게 불안감과 혼란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본 사업계획을 추진하는 과정에 참여한 소비자단체에서는 오히려 평가가 늦었다는 반응이었다. 뿐만 아니라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일반질 평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특히 높다는 점을 지적하는 전문가도 있다. 청구상병의 정확도와 중증도를 보정하는 과정이 미흡하기 때문에 완성된 틀을 가지고 평가를 시작해야 한다는 문제제기에 대해서도 평가를 진행하면서 보완할 수밖에 없는 문제라고 잘라 말한다. 뿐만 아니라 평가항목도 사망률, 재입원율에 더하여 의료사고율이나 병원 내 감염률 등 국민들이 정말 알고 싶어 하는 항목들도 평가에 포함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진짜 새로운 물건, 아직 시장에 나오지 않은 물건을 위해 시장조사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직접 물건을 보거나 만질 수 없으면 사람들은 제대로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동떨어진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 있으나 결과지표로 구성되는 일반질 평가가 요양기관들에게 생소한 까닭에 생기는 의구심이 불안요소로 작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반질 평가는 충분한 기간을 통하여 관련 분야의 전문가의 의견은 물론 평가를 받는 요양기관의 입장까지도 반영하여 보완할 예정이다. 심평원이 지금까지 지켜왔던 합의를 바탕으로 한 평가사업 추진이라는 원칙은 일반질 평가사업에서도 지켜질 것이다. 외국에서 개발된 평가방식이기에 우리나라의 사회-문화적 요인이 충분히 반영된 모형을 개발할 수 있도록 관계자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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