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병원 안과


[청년의사 신문 이정수]

‘눈은 마음의 창’이란 말이 의사들에겐 비유가 아니다. 의사들은 창(눈)을 통해 마음(신체)을 진단한다. 안과의사는 이 창이 계속 투명하도록 만드는 일을 맡고 있다. 몸이 아프지 않고 제 길을 가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등대와 같은 눈, 이 등대를 지키는 등대지기가 안과의사다. 이런 등대지기를 꿈구는 건국대병원 안과 전공의들을 만났다.

단언컨대 건국대병원 안과는 사랑이 넘치는 의국이다. 너무 상투적인 표현이라고? 기자직을 걸고 말하는데, 비유적 표현이 아니다. 정말 사랑이 넘친다. 그 이유는 곧 알게 될 것이다.

눈에는 특별함이 있다

건국대병원 안과의국은 4년차 이형우, 이지영 선생과 3년차 지복준, 유로미 선생, 2년차 조윤혜, 조애린, 1년차 최윤아 선생까지 총 7명이 꾸려가고 있다.

인터뷰를 시작하며 흔하지만 빼놓을 수 없는 전공 선택 이유에 대한 질문을 던지자, 3년차 유로미 선생이 가장 먼저 나섰다.

“진료를 하면서 유일하게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장기가 눈이예요. 학생 실습 때 색약경을 통해서 눈을 직접 들여다본다는 것이 상당히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실제로 신체부위의 혈관이나 내부조직의 변화를 직접 관찰하는 과는 많지 않잖아요. 그래서 안과를 선택하게 됐죠.”

인체 중 작은 부분이지만 전안부, 망막부, 신경안과 등 분야도 세밀하고, 여기에 내과적 치료 뿐만 아니라 수술과 같은 외과적 치료도 경험할 수 있는 과라고 자랑한다. 유 선생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옆에 있던 4년차 이형우 선생이 한마디 거든다.

“안과는 밖에서 보기와 달리 공부할 것도, 해야 될 일도 많아요. 특히 다른 과에서 느끼지 못하는 독자적이고 세밀하면서도 재미있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수술은 물론 내과적인 치료까지 관심이 있는 학생이라면 안과를 강력 추천합니다.”

‘배울 것도 많고 일이 많다’, 기자에겐 푸념거리가 이들에겐 자랑거리가 된다. 왠지 샘이 나 ‘업무 스트레스도 많겠네요’라고 질문을 던지자마자 유로미 선생이 다시 말을 잇는다.

“환자분에게 ‘어디가 불편해서 오셨어요’라고 물어보면 그저 ‘눈이’라고 대답해요. 눈이 어떻게 불편한지에 대한 개념이 없으니까 표현을 못하는 경우가 많죠. 관심이 없는 경우도 많아서 질환이 너무 진행된 뒤에 오는 분들을 보면 안타까워요. 경제적으로 수술을 못 받는 환자도 많은데, 그럴 때면 원내 사회사업팀에서 알아봐주기도 해요. 치료 후 환자가 눈을 뜨며 웃을 때 보면 정말 안과를 선택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환자들이 자신의 병을 잘 알지 못해 느끼는 답답함과 안타까움이 스트레스란다. 천상 안과의사다.

‘사랑’마저도 넘치는 의국

이제 도입부에 건국대병원 안과가 왜 사랑이 넘치는 의국이라고 말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겠다.

일단 건국대병원 안과 의국에는 솔로가 없다. 3년차 지복준 선생과 유로미 선생은 이미 품절남, 품절녀, 2년차 이하의 여자 의국원들도 모두 남자 친구가 있다. 하이라이트는 4년차인 이형우 선생과 이지영 선생인데, 이들은 부부다. 한 의국에서 부부가 같이 일하고 있는 것이다.

의국에 들어오기 전에 인연이 있었던 이형우 선생과 이지영 선생은 운명에 이끌리듯 건국대병원 안과 의국에서 다시 만나 결혼이라는 결실까지 맺었단다. 4년차 이형우 선생이 의국원들의 등쌀에 떠밀려 러브스토리를 털어놨다.

“이지영 선생과는 과에 들어오기 전에 사귀다가 헤어졌었어요. 그런데 안과에 들어와서 떡 하니 다시 만난 거에요. 서로 모르는 상태에서 안과를 같이 지원한 거였어요. 초기에는 커플이었던 게 과 생활에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결국 결혼까지 하게 됐네요.(웃음) 그렇지만 이런 관계가 의국 내 분위기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가급적 조심하고 있죠.”

건국대병원 안과 의국의 러브스토리를 논하자면 조윤혜 선생도 빼놓을 수 없단다. 지난해 당시 1년차였던 조윤혜 선생은 안과를 돌던 남자 인턴과 연인이 됐다고. 3년차 지복준 선생이 한마디 거든다.

“당시 인턴이 일을 너무 잘했어요. 그래서 1년차로 들어올 수 있도록 잘 말해보라고 맡겼더니 어느새 남자친구가 돼있더라고요. 같은 과로 들어오면 힘들 수도 있으니 다른 과로 보냈을 것이라는 게 저희들의 추정입니다.”

사랑 보다 교육이 우선

사랑이 넘치는 의국이지만 환자에 대해서만큼은 철두철미하다. 조금만 실수해도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교육에 교육이 이어진다고. 날마다 이어지는 세미나와 컨퍼런스는 물론이요, 멘티 멘토와 같은 과외(?)까지 방식도 다양하다. 좀 더 자세한 설명을 원하는 기자를 위해 지복준 선생이 다시 나섰다.

“기본적으로 하는 세미나와 컨퍼런스도 항상 하는 편이고, 3년차가 멘토가 돼서 1년차를 주말마다 따로 만나 가르치고 있어요. 저희 의국 나름의 교육문화죠. 또 핵심 정리된 전공의 수첩을 복사해서 1년차에게 전달해서 빠르게 업무를 익히도록 하고 있어요. 외과에서는 메스를 준다죠? 저희는 교육 후 1년차에게 진료를 볼 때 사용하는 렌즈에 이름을 이니셜로 새겨서 선물하고 있어요.”

교육 이야기가 나오자 이형우 선생이 인터뷰 내내 머금고 있던 웃음을 지우고 나선다.

“건국대병원 안과에서는 보통 4년차부터 수술을 맡게 되는데, 수술 예약이나 진행에 대해서도 전공의가 주도적으로 함으로써 경험을 충분히 갖출 수 있는 기회가 많아요. 학구열이 높은 만큼 더 많은 기회를 주는 거죠. 그래서 저연차부터 교육과 연습에 대해서 만큼은 철저하고 엄격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하나 덧붙이자면 기자는 이후로도 한참 동안 건국대병원 안과가 얼마나 교육을 철저하게 하는지 ‘교육’을 받고서야 자리를 뜰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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