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존웨인 암센터 티모시 G. 윌슨(Timothy G. Wilson) 박사

[청년의사 신문 박기택] 도입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국내에서 로봇수술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의료로봇 다빈치는 2005년 7월 연대 세브란스병원를 시작으로 2015년 3월 현재 39개 병원에서 50여대가 도입돼 수술에 활용되고 있다. 이 10년이란 기간 동안 한국에서만 3만여명의 환자가 다빈치 로봇수술을 받았다. 이런 국내 로봇수술 경험들은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제12차 아시아-태평양 내시경복강경외과학회(ELSA)’에서 발표되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고려대 안암병원 외과 김선한 교수는 4기 미만의 직장암 환자 732명을 대상으로 다빈치 로봇수술을 시행한 결과, 복강경 수술을 받은 환자들 보다 5년 생존율이 더 높았다는 연구결과 등을 발표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여전히 다빈치 로봇수술의 유용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치료효과나 부작용 등에서 기존 수술과 동등하지만 비용은 수배에 달하는 로봇수술을 국내에서 과도하게 시행하고 있다는 것이 골자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ELSA에 참석차 방한한 ‘존웨인 암센터’(John wayne cancer institute) 티모시 G. 윌슨(Timothy G. Wilson) 박사(비뇨기과 전문의)는 “로봇수술의 이점은 너무나 명확하다. 적용되는 분야 더 넓어질 것이 확실하다”고 단언했다.

윌슨 박사에게 로봇수술에 대한 현재와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윌슨 박사는 2003년부터 다빈치 로봇을 이용해 전립선절제술 약 3,500건 등 세계에서 로봇 전립선절제술을 가장 많이 실시한 상위 6명 중 한명이다. 그는 까다롭기로 소문난 방광절제술 또한 최근까지 300~350건을 다빈치로 수술을 하기도 했다. 이번 방한에선 이 방광암에서의 다빈치를 이용한 로봇수술에 대해 강의했다.


-로봇 전립선절제술을 세계 상위 6명에 포함될 정도로 많이 시행했는데, 로봇수술의 장점은 뭐라고 생각하나.

처음 나와 동료들은 로봇이 개복이나 복강경 수술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로봇수술을 접한 후) 앞으로 적용범위가 넓어질 것이란 확신을 갖게 됐다. 비뇨기과 암 치료에 있어 복강경 술기는 매우 어려운데, 로봇을 이용하면 더 일관적이고, 믿을 수 있고, 재현 가능하며 정교한 수술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일례로 방광 적출 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직장에 손상을 미치지 않는 것이다. 개복의 경우엔 방광 적출 시 손가락 감각에 의존해 수술을 한다. 반면 로봇을 이용하면 손가락이 눈이 된다. 전립선을 들어 올려서 정교하게 볼 수 있고 신경 하나하나 볼 수 있어, 주변 조직의 손상을 줄일 수 있다.

-전립선절제술에서도 로봇수술의 비용효과성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는데, 방광암에서는 어떤가?

미국에서 방광암 수술을 할 때 복강경으로 진행되는 경우는 1% 미만이다. 대개 개복이나 로봇수술 둘 중 하나를 시행한다. 물론 미국에서도 방광암 수술에 있어 로봇수술이 아직 지배적이지는 않다. 미국의 MD앤더슨, 클리브랜드 클리닉 등은 방광암에 있어서 최소침습수술(MIS: Minimally Invasive Surgery)보다는 개복 수술에 집중을 하고 있는데, 이는 로봇수술에 대한 편견 때문이다. 방광암은 굉장히 공격적이고, 전립선암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임상적으로 신중하게 검토해야 하는 질환이다. 여기에 개복수술 대비 로봇수술의 비용이 높은 것도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로봇수술은 10년 간 경험을 바탕으로 암을 치료하는데 개복술 대비 적어도 동등 내지는 그 이상이다. 재발률 등도 개복수술보다 동등하거나 우수하다. 여기에 기술도 계속 진화하고 있다. 비전 시스템은 향상됐고, 수술기구들은 보다 정교해졌다. 의사들을 더 잘 훈련시킬 수 있는 트레이닝 프로그램들도 개발됐다. 덧붙이자면, 나는 기업(인튜이티브서지칼)의 주주가 아닐 뿐더러 로봇을 팔려고 여기 있는 것도 아니다.(웃음)

-한국에서는 로봇수술이 남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로봇수술 기준에 대해 조언한다면.

일단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로봇수술을 하면 안된다는 금기는 없다. 숙련된 의사가 진행할 경우, 로봇수술이 적어도 (기존 수술법 대비) 동등하거나 그 이상이라는 연구결과들이 나와 있기도 하다. 다만 환자를 위해서 무엇이 제일 좋은지, 적절한지 고민을 해야 한다. 스스로의 경험과 숙련도 등을 생각했을 때 무엇이 환자에게 최고의 방법인가를 항상 고민하고, 스스로에게 윤리적인 질문을 해야 한다.

다양한 연구가 진행됐는데, 전립선의 경우 출혈량, 재원기간, 성기능의 회복 등은 경험이 많은 외과의가 진행할 경우 로봇수술의 결과가 더 좋다는 것이 증명됐다. 개복에서 로봇으로 전환하는데 학습 곡선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 환자도 담당의사가 과연 로봇수술을 잘 집도할 수 있는 의사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한국에선 방광암 수술시 다빈치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전체 로봇수술 건수 중에서도 1% 정도에 불과하다. 미국의 경우 방광암 수술에서 개복, 복강경, 로봇수술 각각의 비율은? 또 방광암 수술에 있어 더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European Urology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2004년 2079 곳의 병원에서 시행된 근치적 방광적출술 7,000건 중 로봇으로 진행된 것은 1% 미만이었다. 하지만 2010년에는 12.8%까지 늘어났다.

전립선암은 진행이 더디기 때문에 암세포가 약간 남아있더라도 계속해서 치료를 할 수 있고 환자 생존율도 높다. 하지만 방광암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의사로서는 한 번 수술할 때 처음부터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암 조직이 남아있다면 환자 입장에서는 사형선고나 다름없을 수 있다. 해당 부분의 림프구를 확실히 제거해야 하는데, 기술적으로 훨씬 더 어렵다. 방광의 경우 주요 ‘blood vessel'이 다칠 위험이 있고, 암 조직이 남겨 전이되면 환자가 생존하지 못할 수도 있다. 정확한 기술을 가지고 완벽하게 접근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만큼 까다로워 미국에서도 아직 전립선절제술보다는 수술 건수가 적다.

-전반적인 로봇수술에서 더 개선할 부분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로봇수술 기술의 발전과 함께 성장했다고 자부하는데, 초기 보다 현재의 비전 시스템은 매우 발전했다. 조직을 절제하고 응고하고 봉합하는 방식도 마찬가지다. 또 (다빈치 로봇에는) ‘SurgiQuest’라는 장치가 있는데, 공기가 새는 부분이 생기더라도 복강 내의 압력을 유지해주고 부풀려준다. 미국에서는 비만인 환자가 많아서 복강 안을 보기가 어려운 경우도 있는데, 이럴 때 복강을 부풀려 주는 장치다. D-H.E.L.P이라고 다빈치 Xi시스템에서 유용하게 쓰인, 안개와 같이 김 서림을 방지(anti-fogging)하는 시스템도 진일보한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더 개선됐으면 하는 부분으로는, ‘Multi-quadrant’ 수술을 할 경우 혈관을 잘 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미징 기술이 더 발전되면 도움이 될 것 같다. 또 현재보다 더 다양한 파장을 이용해 암 조직을 찾을 수 있도록 개발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이밖에 더 좋은 (수술)의자가 나왔으면 좋겠다. 나이 많은 의사들의 등을 잘 받쳐줄 수 있는 의자 말이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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