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화의 심평통신

[청년의사 신문 양기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주관하고 있는 요양급여적정성평가에 대한 종합설명회가 진행되고 있다. 이번 종합설명회에서는 혈액투석, 수술의 예방적 항생제 사용평가, 요양병원, E-자료제출시스템, 행정비용보상 등이 포함됐다. 필자 역시 자문을 맡고 있는 혈액투석과 수술의 예방적 항생제 사용평가에 참여했다. 8월 마지막 주 월요일 부산에서 시작한 설명회는 대구를 거쳐 서울로 올라왔다가 다시 대전을 거쳐서 금요일 광주설명회로 일단 마무리 됐다. 설명회 일정도 빡빡한데 목요일 저녁에는 군산의료원을 방문하여 질향상 컨설팅까지 하는 엄청난 일정을 소화한 셈이다.


▲ 양기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상근평가위원

혈액투석은 5차 평가를, 그리고 수술의 예방적 항생제 사용평가는 6차 평가를 준비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번 설명회에서는 별다른 질문이 없었다. 평가지표의 세부사항에서 보완이 있었을 뿐, 큰 틀에서는 변화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 평가들의 첫번째 설명회에서는 쏟아지는 질문공세에 진땀을 흘렸던 기억이 남아있다. 설명회에서 나오는 실무적인 질문은 현장에서 답변이 가능하지만 질문의 내용에 따라서는 관련학회와 입장을 조율할 필요가 있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최종적인 답변을 심평원 홈페이지 등을 통해 알리고 있다.

설명회가 무난하게 마무리되었던 탓인지 곤혹스러웠던 설명회에 대한 추억을 되살리게 된다. 대부분의 적정성평가 설명회는 해당평가업무와 관련이 있는 병원실무자들이 참석하는 것이 관행인데, 평가대상이 되는 상병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환자단체의 대표들이 참석한 경우도 있었다. 평가사업에 대한 심평원의 설명이 끝나자마자 이들이 마이크를 독점하고 질문과 질타를 쏟아내기 시작했고, 이 바람에 병원관계자들은 하고 싶은 질문을 꺼내지도 못하고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이들을 말릴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은 지금도 생각나지 않는다.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던 점을 고려한다고 해도 적당한 선에서 정리해서 다른 사람에게도 질문기회를 주었어야 했다. 진행이 서툴렀다고 자책하고는 있지만 솔직하게 말하면 막무가내로 보이는 이들이 만들어낼지 모를 상황이 두려웠던 것 같다.

이들을 초빙하여 심평원의 요양급여적정성평가가 진행되는 과정을 설명하고 의사결정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했다. 이들은 평가를 통하여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의료서비스의 질을 끌어올리게 된다는 점을 이해하게 된 다음부터는 심평원의 적정성평가를 전폭적으로 응원하게 됐다. 결국 심평원의 적정성평가를 충분하게 이해하지 못해서 빚어진 해프닝으로 정리되는 기억이다.

이해의 부족을 이야기하다보니 오해가 있었던 또 다른 설명회가 생각난다. 적정성평가의 설명회에서는 일반적으로 평가지표의 의미에 대한 추가설명을 요구하거나 보완할 점을 지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다른 기관에서도 공유하면 좋을 궁금증이나 지적이다.

개별 요양기관의 특수한 상황에 대한 질문은 설명회가 끝나면 실무자를 따로 만나 궁금한 사항을 묻는 것이 관행이다. 어쩌면 개별 병원에 국한된 사항을 다른 병원에까지 알리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런데 최근에 있었던 설명회에서는 개별 병원이 관리하고 있는 데이터와 심평원의 데이터가 엄청난 차이를 보이는 이유를 설명하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한 경우가 있었다. 설명회에 참가한 사람들이 듣기에 따라서는 심평원의 데이터에 커다란 오류가 있어서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평가틀의 구조를 어떻게 이해하는가에 따라서 데이터를 추출하는 로직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지 못한 것은 아닐까 싶다.

다른 병원들이 참고하면 좋을 모범사례를 소개하는 경우는 있지만, 공개적인 자리에서 심평원이 특정병원의 문제를 거론하는 경우는 없다. 설명회에서는 전체 참석자가 공유하는 것이 좋을 질문과 개인적으로 궁금한 질문을 구분하는 현명함이 필요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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