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개원 30주년 맞은 서울대어린이병원 김석화 원장

[청년의사 신문 정승원] 서울대어린이병원은 지난 1985년 아시아 최초의 대학병원 소속 어린이병원으로 문을 열었다. 그 후 30년이 지난 2015년. 아시아 최초라는 명성은 연간 150억여 원이 넘는 적자로 상처뿐인 영광이 된 지 오래다. 150억여 원이라는 적자도 지난 2013년 신생아 중환자실 수가 100% 인상으로 50억 원 가까운 적자를 메운 금액이다. 하지만, 서울대어린이병원 김석화 원장은 병원 개원 30주년을 맞이한 2015년을 특별한 해로 기억할지 모르겠다. 서울대어린이병원이 포함된 5개의 국립대병원들이 보건복지부에 어린이병원을 공공전문진료센터로 지정하는 내용의 안건을 전달했고, 복지부에서도 이를 바탕으로 한 고시 준비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있기 때문이다. 김 원장은 어린이병원이 공공전문진료센터로 지정돼 법적 근거를 확보하는 것은 물론, 소아 진료에 대한 수가 인상도 동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서울대어린이병원이 개원 30주년을 맞았다.

개인적으로는 1986년도에 전역을 하고 서울대병원에 들어왔다. 서울대어린이병원이 1985년 10월에 개원했으니, 서울대어린이병원이 내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셈이다. 어린이병원을 운영한 지 30년이 됐지만 여전히 진료를 하면 할수록 적자를 보고 있다. 국내 수가체계에서 어린이 진료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해주지 않는 상황이다.

- 어린이 치료와 성인 치료에서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

우선, 아이들은 어른과 달리 계속 성장을 한다는 점이 다르다. 여기에 아이에만 발생하는 질환도 있다. 어떤 어린이 환자의 보호자가 아이의 항문 치료를 지역에서 성인의 외과 치료를 담당하는 교수에게 맡겼다가 결국에는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외과로 내원했다. 아이들의 특성이 있는데 이를 어른의 질환과 똑같이 보면 안 되는 것이다. 채혈만 해도 성인 병원에는 채혈 인력 1명이 필요하지만, 어린이병원에는 2~3명이 필요하다. 다른 검사에서도 진정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간단한 검사를 하려고 해도 성인이면 그냥 할 수 있는 것을 아이는 재워야 하는 일이 생긴다. 그렇지만 그에 대한 적절한 보상은 하나도 없다. 마취 분야도 마찬가지다. 수술을 하려면 마취를 해야 하는데, 소아마취를 전문적으로 하는 분들이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 어린이병원은 국립대병원을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공공의료 분야로 꼽히고 있다.

서울대어린이병원을 제외한 다른 국립대어린이병원들은 역사가 길지 않다. 여기에 아무래도 국립대병원이다 보니 공공의료적 성격이 강하다. 부산대병원, 경북대병원, 전북대병원, 강원대병원 등은 사실상 복지부의 지원으로 설립됐다. 그렇지만 지금으로는 폭탄 돌리기다. 병원을 지은 뒤 흑자경영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한 경영기반을 갖추지 못해 경영적으로 폭탄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정부는 국립대병원이 공공의료 수행자로 각 지역에서 어린이 건강을 책임지고 향상시킬 수 있는 모체가 되도록 지원을 해줄 필요가 있다. 특히 어린이에게 양질의 진료를 제공해 잘 치료할 수 있다면, 그러한 어린이가 성장해 국가에 기여하는 바는 엄청날 것이다. 때문에 어린이 진료를 공공의료로 볼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

- 다른 나라에서 실시하는 어린이병원 지원책은 어떠한가.

어린이병원 경영은 어느 나라나 어렵다. 그렇지만 외국에서는 그러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 미국은 주정부에서, 호주는 중앙이나 지방정부 차원에서 어린이병원의 운영비를 3분의 1 정도 지원한다. 반면 서울대어린이병원은 30년 전에 개원한 뒤 개·보수 공사를 할 때 지원을 받은 정도다. 운영을 통한 수익이 발생해야 재투자를 할 수 있는데 어린이병원은 그런 부분이 전혀 없어 오랜 역사에도 열악한 점이 많다.

- 어린이병원이 법적 근거 없이 사업으로만 정해져 있어 어려움이 더 컸을 것 같다.

법률에서 어린이병원에 대한 정의가 없어, 국가에서도 어린이병원의 실체를 인정하지 못했다. 지원을 하기 위해서는 실체가 있어야 하는데 실체는커녕 정의도 없었다. 이번에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작업을 통해 지원을 할 수 있는 근거는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면 어린이들의 건강에 대한 보장도 국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해줄 수 있을 것이다.

- 정부가 어린이병원을 공공전문진료센터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어떤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보나.

국가 입장에서 어린이병원이 공공의료적인 측면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작업이 중요하다. 공공전문진료센터는 공공의료적 성격을 가져야 하기 때문에 엄격한 기준이 필요할 것이다. 지정된 센터에 대해 적절한 보상을 하는 방법도 정부에서 고려 중인 것 같다.

- 16일과 17일에 개원 30주년 기념 병원의료정책심포지엄과 국제학술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병원의료정책심포지엄에서는 사회 보장적인 측면에서 국가가 어린이병원에 어떻게 지원하고 투자해야 하는지 논의했다. 국제심포지엄에서는 해외 어린이병원 운영의 트렌드를 읽기 위해 미국, 일본, 중국 어린이병원 관계자들이 참여해 토론을 했다.

- 현재 어린이병원 운영에서 중요한 트렌드는 무엇이었나.

의료의 질 관리에 대한 부분이다. 의료의 질을 향상시키고 발전 방향에 대해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했다. 어른들은 진료를 받을 때 조금 힘들어도 견딜 수 있지만 아이들은 자신의 몸을 지킬 수 있는 방어적 기전도 성숙하지 않고 감염 등에 대한 면역력도 약하다. 조금만 안 좋아져도 상태가 크게 나빠질 수 있는 어린이 치료에 대해 이야기하고, 의료의 질 관리에 대한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다.

- 서울대어린이병원이 향후 담당해야 할 역할은 무엇인가.

소아 관련 외과계열이나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선발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서울대어린이병원도 소아외과 교수 퇴임 후 의료진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해 관심을 갖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서울대어린이병원은 소수정예지만 소아외과계의 인큐베이터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적절한 지원이 국가 차원에서 이뤄지길 바랄 뿐이다.

정승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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