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영국 포츠머스대학 마이클 헌터 쿠밍스 교수

[청년의사 신문 박기택] 최근 당뇨병 약물 중 의료진들의 이목을 끄는 제제는 단연 SGLT-2억제제다.

일단 현재 나와있는 당뇨병 치료제와는 전혀 새로운 기전의 약이라는 점과 체중과 저혈당 위험까지 낮추는 경구제라는 점, 이에 더해 최근 심혈관계 관련 사망률까지 낮춘다는 연구결과까지 발표되면서 SGLT-2억제제를 향한 관심은 한층 높아지고 있다.

이에 최근 대한당뇨병학회가 개최한 국제당뇨병학술대회(ICDM)에서 SGLT-2억제제인 자디앙(성분명: 엠파글리플로진)에 대해 발표한 영국 포츠머스대학 마이클 헌터 쿠밍스 교수에게 자디앙을 중심으로 한 SGLT-2억제제의 유효성 및 안전성과 유럽에서의 처방 트렌드 등에 대해 들어봤다.


-최근 출시된 SGLT-2억제제는 다른 당뇨병 치료제와는 다른 새로운 기전의 약제로 주목받고 있다.

SGLT-2억제제는 기존 경구형 당뇨병 치료제와 달리 인슐린 및 췌장의 베타세포와 독립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SGLT는 나트륨 포도당 공동 수송체로 신장에서 나트륨과 포도당을 능동적으로 수송하는 역할을 하는 단백질 군이다. 신세뇨관 세포막에 위치해 있으며, 포도당 흡수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SGLT-2의 경우 소변에서 포도당을 혈액으로 재흡수 시키는 역할의 90%를 담당한다. SGLT-2억제제는 이와 같은 SGLT-2의 재흡수 작용을 억제해 신세뇨관에서 포도당이 재흡수돼 혈류 내로 들어가는 것을 막아, 소변으로 포도당을 배출시켜 칼로리 손실 및 삼투압 이뇨작용을 일으킨다. 이로 인해, 혈당 및 체중을 조절하고 혈압을 관리하는 역할에 기여한다.

-기존 혈당강하제와 차별점은 뭔가.

예컨대 SGLT-2억제제 자디앙의 경우, 단독요법은 물론 메트포르민, 설포닐우레아와의 병용요법 투여 시 위약 대비 당화혈색소를 0.7~0.8%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의 당화혈색소가 8.5% 이상인 경우 위약 대비 최대 1.45% 더 감소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즉, 혈당이 잘 조절되지 않는 환자에서 더 좋은 혈당 강하 효과를 나타낸 것이다. SGLT-2 억제제는 다른 경구용 혈당강하제와 당화혈색소 강하 효과는 대등한 수준이지만, 저혈당증 발생이 낮게 나타나는 것이 차별점이다. 자디앙과 설포닐우레아계열 약물인 글리메피리드와 직접 비교(head to head)한 결과, 저혈당증 발생 위험이 글리메피리드군에서 12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SGLT-2억제제는 기존에 많이 쓰이던 설포닐우레아 계열 약물의 부작용의 위험을 덜어낼 수 있는 약물로서 그 사용이 늘어나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자디앙 복용 시 혈압 강하 결과도 나타나는데, 그 이유는? 실제 임상현장에서도 같은 결과를 볼 수 있는지.

자디앙에서 나타나는 혈압 강하 작용은 SGLT-2억제제의 기전으로 설명할 수 있다. 소변을 통해 포도당이 배출되면 삼투압으로 인해 혈관 내에서의 저류량(액체 흐름)이 변화되면서, 혈관 내의 압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설명될 수 있다. 또 임상과 동일하게 실제 진료 현장에서 혈압 강하 결과가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주목해 관찰해 본 결과, 실제로 임상시험 결과와 대등한 수준의 혈압 강하가 나타났다.

-체중 및 저혈당 위험 감소는 GLP-1유사체 등에서도 보여지는 결과다. SGLT-2억제제의 차별화 포인트는 무엇인가.

SGLT-2억제제에서 추가적으로 확인된 흥미로운 결과는 심혈관계 위험성에 대한 독립적인 위험인자(risk factor)인 혈압의 감소인데, 특히 자디앙은 수축기 혈압감소를 보인 바 있다. 이는 다른 경구용 혈당 강하제에서는 없었던 결과다. GLP-1유사체 역시 혈당 강하 및 체중 감소를 보이는 치료제이지만, 주사제이기 때문에 환자들이 피하고 싶어 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한 GLP-1유사체는 일부 환자들에서 위장관계의 불편함, 메스꺼움과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어, 내약성 측면에서는 SGLT-2억제제와 DPP-4억제제가 더 선호되고 있다.

-지난달 유럽당뇨병학회(EASD)에서 당뇨병치료제 최초로 SGLT-2억제제 자디앙이 심혈관계 안전성을 확인한 데이터를 공개했는데, 한국 의료진들도 이에 대한 관심이 높다.

자디앙의 심혈관계 안전성 확인을 위한 ‘Empa-Reg Outcome’에 따르면, 당뇨병 치료제 중 유일하게 심혈관계 위험 및 심혈관계 관련 사망을 유의하게 감소시켜, 주요 일차평가변수에서 우월성을 확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디앙을 심혈관계 질환 발생 위험이 높은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표준 치료제와 병용 사용한 결과 심혈관계 관련 사망, 비치명적 심근경색 또는 비치명적 뇌졸중의 전체 발생 위험이 14% 유의하게 감소했다. 구체적으로는 심혈관계 관련 사망은 38% 감소했으며, 비치명적 심근경색 또는 비치명적 뇌졸중 위험은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자디앙으로 치료한 군에서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 위험은 32%, 심부전에 따른 입원 위험은 3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가 임상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제 2형 당뇨병 환자들의 심혈관계 위험성을 관리(management)한다는 측면에서 이번 연구가 하나의 축으로 고려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번 임상에 포함된 제2형 당뇨병 환자의 모집군이 다양한 심혈관계 질환(관상동맥 질환, 말초혈관 질환 등)을 보유한 고위험군 환자들로, 이런 환자들에서 안정적인 데이터가 나타났다는 것은 심혈관 고위험군 환자에서까지 당뇨 관리가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라 생각된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결과는 심부전에 따른 입원 위험도 35% 감소시킨 것이다. 심부전 환자에서 자디앙 처방 이후 3개월 내에 효과가 빠르게 나타났다는 점이 흥미롭다.

-심혈관 관련 사망률 감소는 통상적으로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이 개선되면서 궁극적으로 사망률 감소로 이어지는데, 연구에서는 이런 부분에 대한 통계적 유의성 없이 사망률 감소만 개선했다.

심혈관계 사망률의 감소는 직접적인 심혈관계 관련 사망의 데이터를 통해 결론을 내게 되며, 중증의 뇌졸중과 심근경색으로 인한 사망이 감소되면서 나타나게 된다. 이번 임상에서 비치명적 뇌졸중과 비치명적 심근경색의 위험은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지만, 중증의 뇌졸중과 중증의 심근경색의 개선이 결론적으로 실질적인 사망률 개선으로 이어진 것 같다. 또심부전에 따른 입원 위험이 35% 감소를 보여 이런 심부전 위험 감소가 심혈관계 위험 감소로 연결 됐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SGLT-2억제제가 심혈관계 관련 사망률을 낮춘다고 볼 수 있나.

다른 SGLT-2억제제 계열에선 심혈관계 안전성 데이터가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다. 관련 임상 연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지만, 관련 데이터가 나오려면 약 2년 정도 걸릴 것으로 생각된다. 때문에 심혈관계 안전성에 대한 결과를 SGLT-2억제제 계열 내 결과라고 결론 내리기는 어렵다. 과거에 DPP-4 억제제 계열이나 글리타존 계열 상에서도 심혈관계 안전성에 대한 차이가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계열상의 특징으로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자료가 더 필요하다고 본다.

-실제 유럽 및 영국에서의 SGLT-2억제제 처방 패턴은 어떠한가? 안전성에 대한 우려는 없나.

SGLT-2억제제는 비만인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고려해 볼 수 있는 치료 옵션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영국을 비롯한 국가에선 기존에는 메트포르민 다음으로 설포닐우레아가 많이 처방 됐으나, 현재는 SU 처방이 감소하고 DPP-4억제제와 SGLT-2억제제의 처방이 증가하고 있다.

-DPP-4억제제와 SGLT-2억제제 사용이 적절한 환자군은?

DPP-4억제제와 SGLT-2억제제를 처방할 때 중요하게 고려할 요소는 두 가지인데, 첫 번째는 환자의 신기능으로 사구체여과율(eGFR)이며, 두 번째는 환자의 BMI이다. 사구체여과율에 관계없이 BMI가 28 이하인 경우 SGLT-2억제제 보다는 DPP-4억제제를 선호하며, 환자의 BMI가 적정하면 DPP-4억제제를 처방하고 있다. 반면 사구체 여과율이 60mL/min 이상인데, 환자의 BMI가 28 이상으로 체중 감소가 필요한 경우에는 SGLT-2억제제를 처방하는 패턴으로 가고 있다.

-향후 병용요법 치료 트렌드는 어떻게 바뀔 것으로 예상하나?

제2형 당뇨병 관리에 있어 매우 중요한 것은 의료진이 환자 별로 특성에 맞는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다. 제2형 당뇨병에는 다양한 환자 군이 존재하며, 환자 특성에 맞춘 적절한 조합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영국의 처방 경향을 보면 2차 요법으로 DPP-4억제제와 SGLT-2억제제를 사용하고 있으며, 설포닐우레아의 처방은 줄어들고 있다. 또한 DPP-4억제제와 SGLT-2억제제까지 함께 병용 하는 것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제2형 당뇨병의 경과를 고려 할 때, 3제 병용(Met + DPP-4 억제제+ SGLT-2 억제제) 또한 자연스럽다고 볼 수 있다.

-SGLT-2억제제는 감염 문제, 신기능 환자에서의 처방제한으로 인해 우려가 있다.

여러 연구와 임상 경험에 따르면 자디앙을 사용하고 있는 환자들에서는 위약 대비 요로 감염 위험성이 증가하지 않는다는 점이 일관되게 확인되고 있다. 또한 칸디다증 감염의 경우 여성과 남성 모두에서 나타나며, 여성 환자에서 더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임상 현장에서 나타나는 칸디다증은 경증이며, 한 번 치료하면 이후 재발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SGLT-2억제제 간 차이점은 뭔가.

SGLT-2 억제제 자디앙과 다파글리플로진은 혈당 강하와 체중 감소 측면에서는 두 제제 모두 대등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실제 처방에 있어서는 신기능, 즉 사구체여과율(eGFR)을 면밀히 고려해야 한다. 영국 시판 승인 내용에 따르면, 다파글리플로진은 사구체여과율이 60mL/min 미만으로 떨어진 신장애 환자에서 사용이 어렵지만, 자디앙은 45~60 ml/min 범위에 있는 환자에까지 용량 조절 하에 사용할 수 있다.

-SGLT-2억제제에서도 신기능 환자에 제한이 있는 것 아닌가?

신기능이 손상된 환자에 대한 제한이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약 3분의 1 정도가 신기능 저하 환자라고 했을 때, 실제로 사구체여과율이 45mL/min 이하인 환자들은 매우 적은 수다. 사구체여과율이 30mL/min 정도라면 DPP-4 억제제와 같은 경구용 혈당 강하제 사용은 어렵기 때문에, 신기능 손상이 심한 환자들의 경우 인슐린을 통한 치료를 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

-SGLT-2억제제 이상반응으로 골밀도 감소에 대한 우려도 있다.

SGLT-2 억제제 복용 시 골밀도 감소 부작용에 대한 추가적인 검토는 카나글리플로진의 고용량(300mg)에서 제기된 문제다. 자디앙의 경우 ‘EMPA-REG OUTCOME’ 임상에 3년 동안 7,000명이 참여했으나, 골밀도 감소나 골절 위험에 대한 이상반응이 위약 대비 증가하지 않은 결과를 나타내고 있다.

-SGLT-2억제제를 고연령 환자들에게도 처방할 수 있나?

주요 SGLT-2 억제제 관련 임상에 75세 이상이 포함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각 치료제 허가사항에 75세 이상은 처방주의 문구가 들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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