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화의 심평통신

[청년의사 신문 양기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최근 두개골조기봉합교정수술의 급여 여부를 심의한 바 있다.

이는 두개골 조기유합증으로 뇌의 성장과 발달에 장애를 초래할 위험이 있는 유아에서 시행하는 수술이다.

인간의 뇌는 신체의 기능을 통합하고 조정할 뿐만 아니라 고도의 정신기능을 수행하는 중요한 기관이다. 따라서 이마뼈(frontal bone), 마루뼈(parietal bone), 뒤통수뼈(occipital bone), 관자뼈(temporal bone), 나비뼈(sphenoid bone) 그리고 벌집뼈(ethmoid bone) 등이 깍지를 끼듯이 물리는 형태로 단단하게 결합된 머리뼈 속에서 보호돼 있다.

유아기에는 머리뼈들이 느슨하게 물려 있는데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출생과정에서 태아의 머리가 산도를 쉽게 지나고, 유아기의 뇌성장을 돕기 위한 진화의 결과이다. 유아기에는 뇌가 빠르게 성장하므로, 뇌의 성장에 따라 머리뼈도 같이 커줘야 한다. 출생 시에 영아의 뇌무게는 어른의 4분의 1 정도에 해당하는 350g 정도이나 돌 무렵에는 1,000g, 만 3살에는 1,400g 내외로 어른의 뇌 무게에 이른다.

유아의 뇌가 빠르게 커지는 동안에는 뇌를 감싸고 있는 머리뼈도 같이 커져야 한다. 그리고 뇌의 크기가 어른의 뇌에 도달하면 머리뼈의 봉합이 굳어져야 외부의 충격으로부터 뇌를 보호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뇌가 커가는 동안 머리뼈의 봉합이 비정상적으로 일찍 굳어지면 뇌성장에 필요한 공간이 부족해져 장애가 생길 수 있다. 이러한 상태를 두개골 조기유합증이라고 하는 것이다.

두개골 조기유합증이 생긴 어린이는 두개골성형술-두개골조기봉합교정술이라는 수술을 통하여 치료를 할 수 있다. 유합된 봉합선을 열고, 이렇게 연 봉합선이 바로 붙지 않도록 기구로 고정하는 수술이다. 그리고 매일 일정 간격으로 봉합선을 벌려주면 두개골 끝에서 골형성이 새롭게 일어나면서 부피가 커진다. 이 수술은 기본적으로 두개골조기유합이 일어나고 뇌압상승, 정신지체 등 기능적인 문제가 있는 경우에만 수술적 치료의 그 타당성을 인정해왔다.

최근에 수술 적응증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문제제기가 있었다. 이에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가 사안을 심의한 결과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경우에 요양급여를 인정하기로 했다.

1) 두개골 조기유합증(단순성 및 증후군성), 2) 뇌압상승으로 인한 진행성 뇌신경학적 증상이 있는 션트후 뇌실증후군, 3) 뇌압상승으로 인한 진행성 뇌신경학적 증상이 있는 션트후 두개골유합증, 4) 뇌압상승으로 인한 진행성 뇌신경학적 증상이 있는 두개골 조기유합이 동반된 키아리기형, 5) 뇌압상승으로 인한 발달지연과 발달장애가 있는 소두증(단 단순뇌압상승이나 키아리기형이 없는 단순 소두증은 제외) 등이다.

국민건강보험에서는 요양급여 대상 여부를 결정하는 일반원칙을 가지고 있다. 즉, “요양급여는 가입자 등의 연령, 성별, 직업 및 심신상태 등의 특성을 고려하여, 진료의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정확한 진단을 토대로 하여 환자의 건강증진을 위해 의학적으로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 최적의 방법으로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의학적으로 인정되는 범위라 함은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이 정한다는 의미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면서도 오직 특정 의사 한 사람의 주장으로 시행한 시술은 인정받기 어렵다. 소두증치료와 관련하여 열린 국제학회의 워크숍에서도 두개골 유합증이 동반되지 아니한 소두증 환아에서는 ‘뇌기능장애가 뚜렷하더라도 두개골조기봉합교정수술을 권고하지 않는다’라고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이 수술을 받아서 증상이 개선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이번에 심의한 여섯 사례 가운데 한 사례를 제외한 나머지 다섯 사례는 소두증은 있으나 뇌압상승의 객관적 자료가 미흡하여 불인정하기로 결정했다. 이 수술을 받고 요양급여를 받지 못하게 된 환아의 부모 입장에서는 이런 결정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꼭 필요한 수술을 받았는가도 검토해볼 필요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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