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아시아부인종양학회 조직위원장 유희석 아주대의료원 의료원장

[청년의사 신문 이정수] 아시아 최고 부인 종양학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달 12일부터 14일까지 3일간 서울롯데호텔에서 아시아부인종양학회(ASGO)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한국과 일본 연구진이 학술교류를 위해 만든 ‘한·일 부인종양 공동회의’를 기반으로 지난 2009년 설립된 ASGO는 현재 미국, 유럽의 관련 학회와 학문적으로나 규모면에서 어깨를 견줄 정도로 성장했다.

즉, 한국 의료진이 주축이 된 학회가 세계적인 학회로 성장한 것이다. 이에 ASGO 조직위원장인 아주대의료원 유희석 의료원장(사진)을 만나 이번 학회 개최의 성과와 의미, 중점 분야에 대한 얘기를 나눠봤다. 올해 ASGO 서울대회에서는 그간 치료에 많은 어려움이 있는 난소암을 주제로 한 다양한 연구 자료와 데이터가 대거 발표됐다.


- 아시아 지역과 아시아 외 지역의 부인암 치료에 차이가 있나.

ASGO 설립은 전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아시아의 부인암 환자들을 적절히 치료하고 예방하는 것에 목적이 있다. 인종과 국가 간 차이가 있다. 이는 부인암 중 자궁내막암은 국민소득에 따라 발병률이 증가해 비만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실제로 선진국에서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부인암이 자궁내막암이다. 국내는 과거 자궁경부암이 가장 흔했지만 현재는 급감하는 추세다. 우리 병원의 경우 자궁내막암, 난소암, 자궁경부암의 순서로 환자가 많다.

- 학회 규모가 커지고 있는 것 같은데, 국제적 위상은 어떠하다고 보나.

세계 학회 중 하나로서 인정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현재 국제적으로는 세계부인종양학회(IGCS), 미국부인종양학회(SGO), 유럽부인종양학회(ESGO) 등이 있다. SGO는 가장 오래된 부인암학회로 미국에만 국한돼있는 학회고, IGCS, ESGO는 유럽에서 시작한 학회다. ASGO는 이보다 늦게 설립됐지만, 규모가 급성장하면서 현재는 국제적 학회들과 자매학회로서 매 학회에 서로를 소개하거나 공동프로모션 등의 협력관계를 갖추고 있다. 이번 ASGO 학술대회에서도 세 학회 대표들의 발표시간이 준비돼있다. 특히 이번 ASGO의 슬로건은 ‘For the most, for the best practice in Asia’로, 인구와 환자가 가장 많은 아시아에 가장 좋은 치료를 제공하자는 의미인데, 아시아는 규모만큼의 대우가 필요한 지역이다.

- 4차 학술대회로서 갖는 의미는.

ASGO는 2009년 도쿄에서 제1차를 시작으로 2011년 서울, 2013년 교토 등 2년마다 학술대회를 개최했고, 올해 서울에서 4차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1, 2차에서는 자궁경부암 백신과 관련된 연제가 비중 있게 다뤄졌고, 3차부터는 상대적으로 치료수준이 낮은 난소암으로 주제가 바뀌었다. 이번 4차 역시 난소암을 다룬다. 덧붙이자면 차기 ASGO는 일본과 한국에서 다시 개최되고, 7차부터는 중국, 타이완, 필리핀, 인도네시아, 인도, 말레이시아, 싱가폴, 태국, 홍콩 등 학회에 참여하고 있는 다른 국가에서 학술대회가 개최될 것으로 예상된다.

- 난소암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룰 예정인가.

난소암의 치료는 종양이 조기에 발견되거나 늦게 발견된 것에 상관없이 악성종양의 주변까지 제거하는 철저한 종양감축술을 진행하고, 이후 적절한 항암제 치료를 해야 한다. 재발 시에도 재수술 후 항암제를 선택해 치료율을 높여야 한다. 완치는 아니지만 생존기간 연장을 가능하게 하는 난소암의 새로운 치료법을 제시하는 것이 이번 학술대회의 주제다. 실제로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철저한 종양감축술이 생존율을 향상시킨다는 내용이 발표된다. 이는 과거 논란이 존재했던 부분이나 현재는 세계 석학들도 동의를 하고 있다.

또 ‘케릭스’, ‘아바스틴’, ‘올라파립’ 3개의 새로운 항암제에 대한 내용도 발표된다. 그 동안 난소암의 치료는 진전이 없이 한계에 도달했던 부분이 있었는데, 다양한 수술법과 함께 시스플라틴과 파클리탁셀 외에 많은 발전된 항암제가 도입됐다. 이 새로운 항암제들은 그 효능과 부작용 감소가 입증됐고, 그 중 케릭스는 항암제의 대표적인 부작용인 ‘탈모’가 적은 것이 확인됐다. 이러한 최신 치료에 대해 소개하는 것도 학회의 중요한 역할이다.


- 그렇다면 약물요법도 변화가 필요한 것인가.

방금 언급한 약제들은 아쉽게도 1차 치료제로서의 효과가 기존 치료제보다 우월성을 보이지는 않았다. 때문에 기존의 파클리탁셀, 시스플라틴으로 치료한 후 재발한 난소암의 치료에 사용된다. 재발성 난소암의 경우 기존 치료제를 쓰기가 난감했는데, 새로운 치료제가 도입돼 상당히 고무적이다. 표적치료제를 조기에 쓰기 위해선 연구가 필요하다. 선진국에서 진행된 임상시험에서는 표적치료제의 우월성을 입증하지 못했다. 국내에서도 임상시험을 통해 충분한 임상근거를 확보할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 덧붙이자면 면역항암제의 경우에도 난소암에 적용하기 위한 시도가 있었으나 괄목할만한 효과를 보기 어려웠다. 난소암의 특성상 진단이 늦는 것이 더욱 문제다.

- 이번 학회에서 난소암 조기진단도 다뤄지나.

현재 난소암 진단 방법은 진찰, 초음파, 종양표지물질(CA125) 세 가지인데 모두 한계가 있다. 가장 정확한 진단은 ‘세부적 종양표지검사’지만, 여전히 난소암은 조기진단과 치료가 어려운 암이다. 이에 대한 학회에서의 경험 교류 역시 다국가 임상연구 없이는 어렵다. 일본과는 임상연구가 진행된 경험이 있는데, 한국인과 일본인의 난소암 발병빈도에 차이가 있었다는 정도가 결론이었다.

- 난소암의 발병원인과 관련된 내용은.

현재 난소암의 원인은 아직까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일반적인 고형암들의 발병기전이 너무 복잡해 규명이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다. 난소암이 난소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나팔관의 끝부분에서부터 시작돼 암세포가 난소로 이동해 발전하는 것이 아니냐는 설도 대두되고 있으며, 신빙성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때문에 실제로 다른 부인과 질환으로 복강경/개복 수술을 진행하는 환자의 경우 더 이상 출산 계획이 없을 때 환자 동의하에 예방적 차원에서 난관 절제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 학술대회를 준비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나.

국내 학회와 국제 학회는 주제에서 차이가 있다. 국내 학회에서는 국내 의료상황을 고려해 주제를 선정하고 학회를 구성하게 되지만, 국제 학회인 아시아부인종양학회에서는 난소암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자궁경부암에 관한 부분도 소홀히 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의료수준이 낮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서는 여전히 필요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국제 학회의 규모가 더 크다. 때문에 재정적인 부분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 된다. 물론 다국적제약사들의 지원이 있지만, 학회 회원들의 참여도 더욱 필요한 상황이다. 학술프로그램 준비 과정에서도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앞서 언급했던 전 세계 4대 학회에서의 발표 주제는 사실상 거의 비슷하다. 때문에 다른 학회에서도 다뤄졌거나 비슷한 주제라면 세계적으로 더 뛰어난 전문가들을 발표자로 섭외하고자 했는데,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 준비기간이 상당히 길었을 것 같다.

그렇다. 2년 정도의 준비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전 학회가 끝났을 때부터 차기 회장과 조직위원장을 발표하고 바로 준비에 들어갔다. 매 학술대회 사이에는 각 아시아 개발도상국들의 많은 젊은 의사들이 보다 많이 교류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영닥터(Young Doctor) 심포지엄’도 준비했다. 서울에서 개최했던 이전 학술대회에서는 200명 가량의 외국인을 포함해 600여명이 참석했다. 이번에는 외국인의 사전등록이 약 240명으로 이전보다 많아졌다. 현재 진행 중인 등록상황을 고려하면 600명 이상이 참석할 것으로 기대된다.

-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현재 난소암과 자궁내막암은 여성암 중 발병률이 9~11위 정도다. 그러나 전 인구의 절반이 여성이고 단순히 발병빈도가 낮다고 해서 우선순위를 낮게 보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유방암은 진단이 쉽고, 자궁경부암도 이제는 백신과 진단으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20년 전 만해도 국내 여성에서 발병률이 가장 높은 암은 자궁경부암이었지만, 지금은 크게 낮아졌다. 반면 난소암과 자궁내막암의 발병률은 계속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간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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