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여성암병원 부인종양센터장 주웅 교수

[청년의사 신문 양금덕] 여성의 사회진출 확대와 건강에 대한 인식 변화로 병원을 찾는 여성들이 크게 늘고 있다. 이에 따라 병원들도 여성들에게 맞춘, 여성을 위한 병원으로 탈바꿈 하고 있다.

그 중 1997년 문을 연 이대여성암병원은 선도적으로 여성암 질환을 특화해 여성건진센터, 레이디병동 등 여성만을 위한 공간을 제공하는 여성특화병원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지난달 12일 대한병원협회가 개최한 ‘KHC(Korea Healthcare Congress) 2015’에서도 여성질환 치료를 특화해 성공한 사례로 이대여성암병원이 소개되기도 했다.

더구나 이대목동병원은 마곡에 건립되는 제2병원을 통해 이대여성암병원을 중심으로 또한번의 도약을 기대하고 있다.


이대여성암병원 부인종양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는 주웅(산부인과) 교수는 “과거에 비해 여성들의 사회진출로 인한 건강검진이 늘어 병의 조기 발견과 치료가 늘고 있다”며 “이에 여성환자들의 수가 많이 늘어나고 있으며 여성질환 치료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여성질환 중에서 갑상선을 비롯해 유방암, 자궁경부암 등 부인암의 발생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만큼 여성들의 맞춤형 치료와 관리의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진료비 심사결정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대 암 중 갑상선암 진료인원은 30만3,006명, 유방암 진료환자수도 14만176명으로 2010년에 비해 각 81%, 44%가 늘었다.

주 교수는 “여성암 중에서 갑상선암은 자궁경부암과 함께 조기 검진이 많아지면서 발견이 늘고 있다”며 “특히 유방암은 서구화된 식습관과 출산율 저하로 인한 호르몬 영향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에는 여성들이 병원을 잘 가지 않아 자궁경부암 3~4기로 출혈이 나서야 병원에 오기 때문에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이제는 검진 등으로 1기 이전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건강검진 받을 때 탈의 및 대기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여성들이 적지 않다.

때문에 주 교수는 여성의 몸과 마음을 가장 잘 알면서 암의 신속한 판단과 치료를 할 수 있는 형태의 여성특화병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997년 문을 연 이대여성암병원도 이러한 점에 주목했다. 병원 이용에서 소외됐던 여성들을 위해 126년 전에 설립된 최초의 여성전문병원인 ‘보구여관’의 취지를 살리고 중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중증질환 중 여성암을 핵심 분야로 정한 것이다.

주 교수는 “이화의료원이 국내 유일의 여성 병원으로 여성 전문의가 많아 이를 브랜드화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물론 여성을 위한다는 것에 대해 남자환자의 소외 등 반대도 있었지만 이화의료원의 장점을 살려 여성 친화적인 환경의 이대여성암병원이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특히 암은 신속한 치료가 중요한 만큼 조직검사 결과를 30분 이내 받을 수 있도록 해 진단 후 수술까지 1주일 내 가능하도록 서비스를 개선했다”면서 “여성을 위한 레이디병동, 여성검진센터는 여성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주면서 편안함을 줄 수 있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뛰어난 의료진의 영입으로 치료 성과를 높임으로써 여성을 강조한 병원에서 치료를 잘하는 병원으로 선순환되는 효과도 봤다.

그 결과, 이대목동병원을 찾은 여성암 환자수는 여성암병원이 생기기 전과 지난 2013년 1월을 비교하면 800%나 늘었다. 여성암 수술건수도 같은 기간 500%가 늘었다는 게 주 교수의 설명이다.

2012년에는 국내 유방암 수술 5위로 진입하는 쾌거를 거두면서 여성암 치료의 대표 병원으로 자리매김했다.

나아가 이화의료원은 마곡지구에 제2병원을 짓고 나면 목동병원을 여성과 아동 진료에 집중할 예정이다.

주 교수는 “유방암과 자궁내막암은 유전적인 부분도 있지만 성인병처럼 비만, 운동부족 등으로 발생하기도 하는 만큼 예방과 교육도 중요하다”면서 “환자와 주민대상 교육뿐만 아니라 치료 후 환우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는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일환으로 환우회 모임을 적극 지원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이화의료원 의료진들이 직접 집필에 참여, ‘여자, 100세까지 건강하게’라는 책을 출판했다.

주 교수는 “최근에 일본 다카하마초 교육위원회 소속 국제교류원이었던 故 박영선씨의 남편으로부터 감사의 연락을 받았다”면서 “일본서 한국 문화를 알리다 우연히 난소암인 것을 알게 됐지만 3기까지 진행돼 항암치료 끝에 숨진 그녀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여자, 100세까지 건강하게’라는 책은 이화의료원 의료진들이 여성들을 위한 정보를 집약해 담은 것으로 여성들이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시대가 올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출간했다”며 “앞으로는 정복되지 않은 항암제 내성과 재발 등에 대해서도 연구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암 재발을 조기에 예측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연구 중이며 난치재발암클리닉 오픈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성인 여성은 그나마 병원을 찾는 문턱이 낮아졌지만 10대 소녀들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면서 제대로 된 성교육은 물론 어디 기댈만한 보호막이 없는 만큼 이들에게도 의료진과 지역사회, 정부의 관심을 주문했다.

양금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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