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화의 심평통신

[청년의사 신문 양기화] 복막투석이나 혈액투석을 통하여 몸에 쌓이는 노폐물을 정기적으로 배출해주면 만성 콩팥병 환자의 망가진 신장 기능을 대신할 수 있다. 만성 콩팥병 환자는 적절한 치료를 꾸준하게 받으면 비교적 건강한 삶을 즐길 수 있다. 우리나라는 혈액투석을 받는 환자들이 많다. 이틀에 한 번 꼴로 받는 혈액투석은 4시간 정도 소요되고, 투석기관을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환자들의 일상이 크게 제약을 받는다. 신장이식수술을 받게 되면 이런 불편을 해소할 수 있지만, 이식에 필요한 신장을 구하는 것이 어렵고 비용도 만만치 않아 많은 환자들이 혈액투석에 매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 양기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상근평가위원

2015년 기준으로 혈액투석을 받는 만성 콩팥병 환자는 7만명에 이르고, 이 환자들을 진료하는데 투입되는 비용이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단일 질환으로는 가장 많은 비용이 드는 질환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인구가 고령화되면서 고혈압과 당뇨와 같은 생활습관성 만성질환을 앓는 환자가 급증하면서 만성 콩팥병 환자도 급증하고 있다.

혈액투석은 응급한 상황에서 진행되는 경우도 많고, 투석을 받는 동안 환자의 상태가 급변할 수도 있기 때문에 투석전문가에 의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의사에 의한 부적절한 진료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연간 2,500만 원정도 들어가는 투석진료비용이 부담스러운 일부 환자들의 여건을 악용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환자들이 투석기관을 수시로 바꾸는 경향도 나타난다. 과연 이런 투석기관에서 적정한 진료가 이루어지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부적절한 진료행태를 보이는 투석기관들이 혈액투석의 적정성평가에서 낮은 평가결과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은 2009년부터 만성 콩팥병 환자들에 대한 혈액투석진료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평가하고 있다. 2015년의 5차 평가에서도 4/4분기를 대상으로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혈액투석을 받고 있는 환자 수가 많기 때문에 평가대상기간을 분기로 하고, 평가에 필요한 조사표 역시 일정한 수준으로 표본추출하고 있어 보완의 필요성이 꾸준하게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평가를 담당하는 실무부서의 현재 인력으로는 투석을 받는 환자를 전수조사하고 연간평가로 전환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투석전문가들은 일부 투석기관의 부적절한 진료행태를 바로 잡고 적정성평가를 보다 강화하기 위하여 만성 콩팥병 환자를 등록하여 관리하는 방안을 꾸준하게 논의해 왔다. 만성 콩팥병 환자의 등록사업은 대한신장학회가 주관하여 1985년부터 시작했는데 회원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하고 있어 투석환자의 등록률이 65%에 머물고 있으며, 강제성이 없어서 관리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 가까운 일본은 투석의학회가 시행하고 있는 투석환자 등록사업의 등록률이 97%에 달하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도 국립보건원이 설립한 미국콩팥자료체계(US Renal Data System)와 투석환자 연계체계(Network System)을 구축하여 투석환자의 등록관리와 투석비용급여를 관리하고 있는 것과는 비교하면 열악한 상황이다.

심평원에서 수행하고 있는 혈액투석 적정성 평가는 평가대상기간에 이루어진 진료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한 조사표를 가지고 평가하고 있다. 환자등록을 시작하면 투석을 받는 환자의 진료과정에서 얻는 각종 검사자료를 적정한 수준에서 꾸준하게 보고하고, 이렇게 보고된 자료를 바탕으로 평가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현재 심평원이 개발하고 있는 전자의무기록과 연계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게 되면 투석기관의 자료입력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환자등록체계가 완성되면 적정성평가의 수준이 향상될 것이며, 환자의 진료행태 파악을 통하여 적절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하여 불필요한 입원을 피하는 등 효율적 환자관리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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