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화의 심평통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질병관리본부의 요청에 따라 결핵 진료의 질평가에 착수했다. 우선은 2015년 진료분을 대상으로 국내 결핵 진료 현황을 파악하고 질평가의 실행 가능성과 적용 타당성을 검증하기 위한 예비평가를 시행한다.

심평원이 의료의 질평가 영역이라 할 결핵 진료의 질평가를 심평원이 수행하기로 한 것은 민감한 개인정보인 환자의 진료정보를 다루어야 한다는 점과 오랜 요양급여적정성평가를 통해 축적된 심평원의 기술적 비결을 고려했을 때 타당한 결정이라고 하겠다.


정부가 결핵 진료의 질평가에 나선 것은 최근 각급 학교와 어린이집, 심지어는 병원에서 결핵환자가 발생한 것과도 관련이 있다. 2014년 기준으로 국내 결핵환자 발생률은 인구 10만명 당 86명이며, 유병률 101명, 사망률 3.8명으로 OECD 34개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흔히 후진국병이라고 하는 결핵환자가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줄지 않고 있다. 결핵 진료의 질평가는 그 원인을 찾기 위한 다각적 노력의 일환이다. 평가에 앞서 파악한 현황자료에 따르면 심평원에 청구된 호흡기결핵환자의 청구자료와 질병관리본부에 신고된 호흡기결핵환자의 신고자료에 따른 환자는 각각 3만 여건으로 비슷한 규모인데, 두 자료에 공통적으로 포함된 환자수는 70%대에 머물렀다. 확진단계의 환자가 청구됐을 가능성이나 확진 후 치료를 하지 않았을 가능성 등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2015년 1월부터 12월까지 1년간의 진료분에 대한 후향적 평가로 이루어질 예비평가에서는 결핵산정특례(V246)로 청구된 환자 가운데 최초 청구된 날로부터 과거 2년간 V246청구가 없는 신환자를 대상으로 한다(다제내성환자는 제외함). 평가지표는 3개의 구조지표와 8개의 과정지표로 구성되었다.

구조지표는 결핵환자를 진료하는 전문의와 전담간호사 등 전문인력 구성여부와 결핵환자를 진료하는 과정에서 결핵균의 확산을 방지할 채담실과 환자체류공간의 음압시설 여부 등이다. 과정지표는 적절한 진단과정(객담검사, 객담배양검사, 핵산증폭검사 등의 시행률), 초치료지침 준수율, 적절한 결핵환자관리(결핵교육 실시율, 환자내원 횟수, 약제처방일수, 결핵환자 신고율) 등으로 구성됐다. 이들 지표를 통하여 결핵진단 및 치료의 정확도와 함께 안전하고 체계적인 환자관리 여부를 평가함으로써 결핵환자 진료의 질관리 수준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예비평가는 지역, 병원 규모, 진료한 결핵 환자 수 등을 고려하여 15개 기관을 선정했고, 심평원 직원들이 직접 방문하여 의무기록에서 관련 자료를 조사하고 실태 파악에 필요한 사항들을 조사할 예정이다. 예비평가를 통해 얻은 결과를 바탕으로 결핵환자를 진료하는 요양기관들의 질수준을 평가할 수 있는 평가 틀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예비평가는 금년 내 마무리되며 내년에는 본평가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채담실과 음압시설의 현황파악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오는 것 같다. 하지만 건강 취약계층인 환자가 모이는 병원이 오히려 결핵을 확산시키는 장소가 될 수 있음을 감안한다면 이런 시설은 필수적으로 갖춰져야 한다. 요양기관이 부담하기 어렵다면 별도 지원방안을 모색할 필요도 있겠다. 평가결과를 통해 안전하고도 전문적인 결핵치료를 하고 있는 병원을 가려내어 결핵 환자는 물론 일반 환자들도 안심하고 병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래 전에 의료봉사 동아리를 통해 결핵환자촌에서 주말진료에 참여한 적이 있다. 당장 먹고 사는 문제가 급하다보니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가 어렵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그들 역시 생활인이기 때문에 건강한 사람들과의 일상적인 접촉을 피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는 생각에 답답한 느낌이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효율적 결핵관리 수립에 일조하는 기회가 될 것 같아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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