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약‧바이오업계에서 가장 화제가 된 사건은 롯데바이오로직스 메가플랜트의 송도행 결정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약 3조7,000억원을 투자해 송도국제도시에 대규모 위탁개발생산(CDMO) 시설을 건설할 계획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투자 의향서를 인천경제자유구역청(IFEZ)에 제출한 상태로, 아직 IFEZ의 사업 계획 심사가 남았으나 업계에서는 국내외 바이오 기업들의 요람을 자처하는 인천시와 IFEZ가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송도 입주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청년의사신문 김찬혁 기자.

이미 송도에 입주해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에 이어 롯데바이오로직스까지 송도에 둥지를 튼다면 송도 바이오클러스터는 미국 보스턴, 스위스 바젤 등과 견줄 만한 글로벌 수준의 바이오 클러스터에 한걸음 더 다가가게 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 또한 오는 2025년까지 송도 R&PD 센터를 완공할 계획이다. 전통 제약사 중에선 동아쏘시오 그룹의 동아ST 바이오의약품 연구소가 송도에 터를 잡았다.

국내에 글로벌 수준의 바이오클러스터가 구축되리라는 기대도 있지만 한편으론 씁쓸함을 남기는 사건도 있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최근 롯데바이오로직스에 인력 유인 활동을 중단하라는 내용이 담긴 내용증명을 발송한 것이다. 이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법원에 영업비밀 침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 일부 인용 결정을 받은 터다.

바이오 업계에서 전문 인력의 존재는 회사 경쟁력과 직결된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송도행도 하나의 방증이 될 수 있다. 부지 면적, 확장성, 수출 용이성, 우대 혜택 등 많은 요소를 고려했겠으나 새로운 인력을 유치하거나 기존 인력의 이탈을 방지한다는 측면에서 다른 지역보다 송도가 훨씬 유리했으리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이를 반영하듯 바이오협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향후 5년간 적어도 수천 명의 바이오 전문 인력이 필요할 것이며 이는 곧 인력 유치 경쟁을 뜻한다고 분석했다. 기업들 모두 숙련된 전문 인력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인력 유치 경쟁은 순화된 표현일 뿐 사실상 인력 빼가기가 횡행할 것이란 어두운 전망이다.

문제는 국내 바이오 기업 간 인력 빼가기와 이로 인한 다툼이 처음 보는 광경이 아니라는 점이다. 과거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LG화학(당시 LG생명과학)으로부터 전직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은 바 있으며,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LG화학 등 기존 업체로부터 SK바이오사이언스로 유출되는 인력이 많다는 얘기가 업계에서 회자되곤 했다.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새로운 경쟁 업체가 등장할 때마다 회사의 전문 인력을 빼앗길까 노심초사해야 하는 현재의 구조를 바꿔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잦은 인력 교체로 안정된 연구와 꾸준한 품질 관리가 어렵다는 점에서 과도한 인력 유치 경쟁은 국내 산업 제살 깎아먹기가 될 수밖에 없다. 기업 간 경쟁으로 인한 몸값 상승은 일견 환영할 만한 일이나 본인이 속한 업계가 미래 동력을 잃는다는 점에서 인력 개인에게도 불우한 일이다.

앞서 언급한 바이오협회의 보고서는 기업과 정부의 고민이 필요한 순간임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CDMO 인력 수요에 대처하기 위한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않으면서 해외 인재 모시기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인재 육성은 비단 기업의 역할만이 아니다. 정부는 기업 간 다툼을 손 놓고 보고 있을 게 아니라 인재 양성 및 인재-기업 간 매칭 등 해결책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과거 ‘제약‧바이오산업 핵심인재 양성 및 일자리 창출 생태계 조성’을 약속했던 정부가 이번 사태를 관망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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