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성순 기자의 '꽉찬생각'

지난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간호법과 면허 취소 요건을 확대한 의료법 개정안 등을 본회의로 직회부한 후 의료계 반발이 거세다.

대한의사협회는 오는 18일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더불어민주당 폭거에 대한 투쟁 선포식 ▲간호법 면허박탈법 관련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의 건을 논의한다.

지금까지 의료계가 간호법과 면허취소법에 강한 반대 의사를 표하며 저지를 위해 노력해왔다는 점에서 현 상황은 의료계 비상상황이 맞다. 비상상황에서 의협을 중심으로 한 의료계는 투쟁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찾아 대응해야 한다.

다만 의료계 의견을 하나로 모으고 단일 대오 투쟁에 나서 정치적 입장을 관철시키는 결정을 한다면 그 전에 하나로 모은 힘을 쏟아부을 대상을 정확히 설정한 후 행동하는 것도 중요하다.

복지위가 간호법 등 법안의 본회의 직회부를 결정하던 당시 의협 집행부는 보건복지부와 의료현안협의체 2차 회의를 진행 중이었다. 협의체는 필수의료 지원대책과 관련한 세부사항을 논의하기 위해 복지부와 의협이 의기투합해 3년만에 재개됐다.

간호법 사태가 터지기 전 협의체 논의 분위기는 좋았다. 양 측의 첫 상견례 자리에 복지부 조규홍 장관이 직접 참석해 의협과 대화를 나누며 복지부 협상단에는 힘을 실어주고 의협에는 복지부가 협의체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지난달 31일 첫 회의에서는 협의체 논의 안건을 필수의료 대책으로 확정하고 비대면 진료 제도화도 논의하기로 결정했고 9일 2차 회의에서는 비대면 진료 제도화 주요 내용에 대한 공식 합의도 나왔다.

협의체 안건에 의대 정원 확대를 포함시키는 것과 관련해 양 측의 미묘한 신경전이 있긴 했지만, 복지부와 의협이 매주 만나면서 의료계 현안을 챙기며 성과를 내는 바람직한 소통의 장이 열린 것이다.

하지만 간호법 사태 후 상황이 크게 변했다. 의협 대의원회 운영위원회가 협의체 논의 중단을 요구했고 지난 16일 예정됐던 3차 회의는 취소됐으며, 협의체 재개는 18일 열리는 의협 임총에서 구성되는 비대위가 어떤 결정을 하느냐에 달렸다.

협의체 재개 여부를 결정해야 할 의료계가 염두에 둬야할 것은 간호법과 면허취소법을 본회의에 직회부 시킨 주체는 국회고 이 과정에서 복지부는 간호법은 ‘국회에서 보다 충분한 민주적인 숙의과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것이다.

삼권분립으로 행정부는 입법부 결정에 ‘의견을 내는’ 정도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복지부는 현 상황에서 자신들의 역할을 충분히 했다고 봐야 한다.

필수의료 정상화는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고 한시라도 빨리 현장에 적용가능한 실질적인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 이견을 제시하는 사람은 없다. 협의체는 이를 위한 최선의 논의 구조고 가장 빠른 길이다.

코로나19를 겪으며 복지부와 의료계가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어렵게 마련된 논의의 장이 당사자가 아닌 국회 결정으로 중단되고 흐지부지 되는 것은 복지부와 의료계 모두에게 좋은 상황이 아니다. 특히 국민들이 가장 큰 손해를 입는다.

의료계가 간호법 사태를 막을 투쟁에 돌입하더라도 필수의료 정상화를 바라는 국민들을 생각해 복지부와 논의의 끈을 놓지 않고 협의체로 복귀해 투쟁과 협상을 동시에 진행하는 현명한 결정을 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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