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의대 본과 4학년 김민혜

지난 22일 대한의사협회 회관에 대한산부인과학회와 대한영상의학과학회 수장들이 모였다.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합헌이라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때문이다. 이들은 한의사 A씨가 골반 초음파 진단기기를 68회나 사용하고도 환자의 자궁내막암 진단을 놓쳤다는 점을 강조하며 대법원이 잘못된 판단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가톨릭의대 본과 4학년 김민혜
가톨릭의대 본과 4학년 김민혜

대법원은 초음파기기를 한의사가 사용하더라도 공중보건에 위해가 없다고 했다. 초음파 기기는 방사선을 사용하지 않고, 환자에게 비교적 안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인체에 해를 가하지 않았다고 이를 괜찮다고 볼 수 있을까. 초음파기기를 통해 자궁내막 두께가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지고, 덩이가 생기거나 액체가 고여 있는 것이 확인됐을 때 자궁내막암을 의심할 수 있다. 만약 경험이 풍부한 산부인과 의사가 해당 환자의 초음파를 봤다면 더 일찍 암 진단을 내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환자에게 위해가 있었던 것 아닌가. 한의사가 간접적으로 환자의 건강권에 악행을 끼친 것으로도 생각할 수 있지 않은가.

의료 윤리 4원칙(자율성의 원칙·선행의 원칙·악행 금지의 원칙·정의의 원칙) 중 악행 금지의 원칙에 따르면 의료인은 환자에게 해를 입히거나 질병을 악화시키지 않아야 한다. 이 악행은 행위를 함으로써 성립될 수도 있으나, 지식의 부족 등으로 환자 상태를 악화시키는 비행위로도 성립될 수 있다.

환자에게 비행위로써 손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는 더욱 깊이 있는 지식을 갖춰야 한다. 그리고 이 사건을 돌아봤을 때, 한의대에서 의학 과목과 진단 장비에 대한 교육을 받는 것만으로는 한의사에게 초음파기기 사용권을 주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필자도 5년 동안 의학 공부를 해왔지만, 실제 환자의 영상을 제대로 해석하기는 정말 어렵다. 지난 한 해 학생 실습생 신분으로 대학병원 실습을 참관하며 몸소 느꼈던 점이다.

영상은 인체 내에 보이지 않는 구조물을 단면으로 잘라 보여주는데, 이는 해부학적 지식과 함께 다년간의 임상 경험을 요구한다. 인체 해부도를 보고 가리키는 구조물을 알 수 있다고 하더라도, 교과서에 있는 증례 사진을 보고 해석 소견을 맞출 수 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보는 영상은 이와는 다르다. 환자 몸의 해부학적 변이나 체형 등 다양한 것을 고려해야 한다.

판독하기는 어렵지만, 영상의학은 환자 진단에 중요한 도구이다. 영상을 제대로 해석할 수 있으면 암이나 결핵 등 소위 말하는 위험한 질병을 신속히 잡아낼 수 있다. 이는 환자 건강의 예후나 사회 경제학적 측면에서 큰 이득이 된다. 정확한 진단에 따라 치료를 일찍 시작할 수 있고, 추가적인 영상 촬영 횟수를 줄여 검사 비용도 절약할 수 있다. 특히 암 등 질병에서 종양이 정상 조직을 비교적 적게 침범했을 때 이를 잡아내는 것은 환자의 생존율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병변의 크기와 주변 조직 침범 여부에 따라 병의 중증도와 치료 방식이 정해진다.

특히 초음파의 경우에는 판독자의 역량에 따라 환자의 몸 상태를 볼 수 있는 범위가 크게 달라진다. 탐촉자를 가져다 댈 범위를 정하고, 깊이를 조정하고, 환자의 갈비뼈가 해부학적 구조물을 가리지 않게 하려고 호흡까지 조절해야 하는 정교한 기술이 요구된다. 영상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깊이 있는 교육 과정, 다양한 사례를 볼 수 있는 수련 과정, 면허를 취득하기 위한 공부 과정이 필요하다.

환자의 몸 상태를 제대로 해석하고, 최선의 치료를 하기 위해서라도 영상의학은 의학 전문가에게 맡겨놓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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