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의 부채로 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의문을 제기받고, 희망퇴직을 거부한 직원에게 휴업명령을 내린 '일하기 좋은 기업'이 있다. '한국먼디파마' 이야기다.

한국먼디파마는 글로벌 기업 문화 전문 조사업체 GPTW(Great Place to Work Institute)가 최근 발표한 '2023 대한민국 일하기 좋은 기업'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이와 함께 '2023 대한민국 여성 워킹맘이 일하기 좋은 기업', '2023 대한민국 밀레니얼이 일하기 좋은 기업'에도 꼽혔다.

GPTW가 정의한 훌륭한 일터는 ▲경영진에 대한 구성원들의 신뢰 ▲맡은 업무에 대한 자부심 ▲구성원 간의 동료애 등의 사항이 지속적으로 구현되는 곳이다.

하지만 이를 충족했다는 한국먼디파마는 지난해 7월과 9월 두차례에 걸쳐 전문의약품 부서 소속 정규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프로그램(ERP, Early Retirement Program)을 실시했다. ERP를 시행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대상을 특정하고, 퇴직을 원치 않는 근로자에게 일방적인 '휴업명령'을 통보하는 조치를 취했다. ‘일하기 좋은’ 먼디파마가 말이다.

한국먼디파마로부터 휴업명령을 받은 근로자 두 명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이하 지노위) 부당휴업 조치와 관련 구제신청을 진행했고, 지노위는 근로자의 손을 들어줬다.

지노위는 지난달 25일 "휴업명령에 대해 협의했으나 조직개편에서 배치전환의 범위 내지 선정 기준 등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없었고 1차 휴업명령을 포함해 총 5회 걸쳐 휴업기간이 각각 1개월씩 연장되는 동안 근로자들에 대한 휴업종료 시기나 배치 전환의 여부에 대한 어떤 논의를 하지 않았으므로 사회통념상 이 사건 휴업명령 시행은 협의절차를 준수하지 않다"고 판결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먼디파마는 ERP 진행 근거로 최근의 감사보고서를 제출했다. 보고서의 골자는 2021년 기준 한국먼디파마의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855억9,100만원을 초과하며 부채총계가 자산총계를 1422억3,900만원을 초과한다는 내용이다. 한마디로 회사가 어려워서 어쩔 수 없이 ERP를 진행한다는 것.

하지만 본지가 이와 관련해 취재했을 당시엔 "비즈니스·회계 규칙에 따라 작성됐을 뿐"이라며 기업 운영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던 회사가 지노위에서 이 보고서를 꺼내 든 건 표리부동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더구나 휴업명령을 받은 근로자들이 갈 자리가 없다고 한 한국먼디파마는 휴업 기간 동안 온라인 구직사이트를 통해 '마케팅 업무 담당자' 및 '대표이사 비서' 채용을 공고하기도 했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을 지켜보면 한국먼디파마의 구성원이 경영진을 신뢰하고, 맡은 업무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는 등 ‘일하기 좋은 기업’이라고 생각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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