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요양병원협회 노동훈 홍보위원장

보건복지부가 노인 의료와 돌봄의 복합적 욕구 변화에 맞춰 분절적으로 운영되던 요양병원, 장기요양서비스, 지역사회 노인돌봄서비스를 통합 신청, 조사하고 결정하는 ‘의료-요양-돌봄 통합판정체계’ 시범사업을 확대했다.

대한요양병원협회 노동훈 홍보위원장
대한요양병원협회 노동훈 홍보위원장

기존 등급판정체계의 문제점을 보완해 인정조사 항목, 등급판정 모형을 개편했다. 특히 장기요양 의사소견서 전면 개편, 통합판정위원회 내 의사 3인으로 구성된 의료위원회를 통해 의료적 판단 기능을 강화했다.

새로 개발된 통합판정 욕구 조사표를 활용해 국민건강보험공단 장기요양운영센터 직원이 방문 조사한다. 질병, 간호 항목 등은 공단 내 간호 인력이 조사한다. 이후 의사소견서와 통합판정 욕구 조사를 토대로 통합판정위원회에서 결정하는 구조다.

정부는 통합판정체계를 통해 요양병원, 장기요양, 노인돌봄서비스 대상자 선별도구를 동시 적용하고 결과를 분석해 타당성 등을 검토한다고 한다. 통합판정체계를 통한 서비스 결정 후 이용을 강제하는 것은 아니며, 개선 필요 사항을 지속 보완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문제점이 예상된다. 급성기, 아급성기 병원을 통해 요양병원 입원이 필요한 환자의 경우 통합판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문제다. 기존 등급판정위원회에서는 급성기 질환의 경우 경과를 관찰하고 다시 평가하는 과정(보류)을 거쳤다. 게다가 의사 3인이라도 요양병원 체계를 모르면 제대로 판단하기 어렵다.

요양병원은 요양원과 달리 간병제도가 없다. 통합판정에서 요양병원 입원을 결정 받은 경우 요양원과 달리 간병서비스가 없어 보호자들의 부담이 증가한다. 이 경우 보호자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판단 기준이 없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간병비를 부담할 수밖에 없다.

장기요양기관의 염려도 있다. 등급판정 현지조사 서류는 담당 공무원의 서류를 기반으로 하는데, 서류만으로 제대로 된 판정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실제로 장기요양 등급 판정이 보류된 노인이 2개월 후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간호사의 현지 조사로 위와 같은 사례를 방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요양병원과 같은 이유로 요양시설에 입소해 관리를 받아야 하나 판정 보류, 판정 오류 등으로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또한 시설 입소가 필요한데 통합 판정을 통과하지 못해 높은 본인부담금을 예상할 수도 있다.

통합판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혼란과 문제점은 누가 책임질 수 있을까. 정부 정책의 명확한 기준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통합판정 사업을 서두르는 것은 우리 사회에 혼란을 초래할 뿐이다. 지금이라도 통합 판정 기준을 명확히 밝히는 등 국민적 합의를 얻어야 한다.

대한요양병원협회 노동훈 홍보위원장(카네이션요양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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