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혈액내과 박한승 교수

급성림프모구성백혈병(Acute lymphoblastic leukaemia, ALL)은 희귀 혈액암 중 하나로, 매우 공격적이고 빠른 진행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치료가 쉽지 않다.

서울아산병원 혈액내과 박한승 교수
서울아산병원 혈액내과 박한승 교수

항암화학요법을 통해 관해(complete response, CR)에 도달하더라도 대부분은 재발을 경험한다. 이 때 많은 환자가 6개월 이내에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급성림프모구성백혈병은 미세잔존질환(minimal residual disease, MRD) 치료를 통해 사전에 재발 위험을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미세잔존질환이란, 치료를 통해 골수 검사상 정상 수치를 달성했음에도 백혈병 세포가 몸속에 남아있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이러한 미세잔존질환의 존재를 확인하기 어려웠지만, 검사 기법이 점차 발전하면서 미세잔존질환 양성 여부까지 검출할 수 있게 됐다.

일반적으로 완전관해에 도달한 성인 급성림프모구성백혈병 환자 중 40% 정도는 미세잔존질환 양성이며, 이들 환자는 미세잔존질환 음성 환자 대비 재발의 위험이 높고 불량한 생존 예후를 보인다.

미세잔존질환 치료는 조혈모세포이식 성공률에도 영향을 미친다. 조혈모세포이식을 받으려면 관해에 도달해야 하는데, 이 때 미세잔존질환 양성으로 확인된 환자는 음성 환자보다 조혈모세포이식 성공률이 낮다. 다시 말해, 미세잔존질환 치료 없이는 완치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미세잔존질환 치료에서 '블리나투모맙'의 임상적 유용성은 이미 여러 임상 데이터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BLAST 임상 연구에서 1주기 투여만으로 환자의 78%가 완전한 미세잔존질환 치료 반응에 도달했고, 이들은 완전한 미세잔존질환 치료 반응에 도달하지 못한 환자보다 더 긴 무재발생존기간(Relapse-Free Survival, RFS)과 전체생존기간(Overall Survival, OS)를 보였다.

이러한 임상적 유용성을 바탕으로 NCCN 가이드라인에서도 1차 완전관해 후 미세잔존질환이 존재하거나 증가하는 성인 급성림프모구성백혈병 환자에 대한 유일한 치료 대안으로 블리나투모맙 투여를 권고하고 있다.

이처럼 해외 치료 현장에서는 미세잔존질환 치료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추세로 그에 따른 치료 전략이 수립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안타깝게도 미세잔존질환 치료에 블리나투모맙 급여가 지원되지 않는다.

완전관해에 도달했지만 치료되지 않은 미세잔존질환으로 심각한 재발 위험에 노출돼 있는 급성림프모구성백혈병 환자들에게 블리나투모맙 치료는 완치의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동아줄이다.

임상연구를 통해 확인된 데이터와 이를 바탕으로 한 진료지침, 무엇보다 치료제가 준비돼 있는 만큼 급성림프모구성백혈병 환자들도 앞으로의 미래를 재발에 대한 두려움이 아닌 희망과 함께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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