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릴리가 자사가 개발한 CDK4/6억제제 '버제니오(성분명 아베마시클립)' 급여 확대에 도전한다.

버제니오는 동 계열 약제 중 유일하게 호르몬 수용체 양성/사람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2 음성(HR+/HER2-) 조기 유방암 환자에 사용할 수 있는 표적항암제로, 해당 치료 분야에 20년 만에 등장한 신약이다.

HR+/HER2- 아형이 전체 유방암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거기에 더해 한국은 국가암검진 사업으로 인해 대부분의 유방암 환자들이 조기에 발견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버제니오 보조요법이 가지는 임상적 가치를 짐작할 수 있다.

HR+/HER2- 유방암은 다른 아형에 비해 예후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조기 단계 환자들 중 다수는 완치에 다다르지만, 여전히 약 20%의 환자들은 기존 수술 후 보조요법에도 불구하고 재발을 경험한다.

국내 유방암 환자들이 서양에 비해 발병 연령이 유의미하게 낮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들의 재발 위험을 막고 일상으로 복귀를 돕는 버제니오 보조요법은 재발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버제니오 보조요법의 첫 급여 도전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속된 말로 돈주머니가 하나인 한국의 보험 체계 상, 급여 결정 시 약제 급여 안건을 질환별, 암종별 형평성은 물론 사회적 요구도, 대상 환자 수에 따른 소요 재정 등을 감안해 '우선순위'에 따라 처리하는데, 유방암 급여 현황을 돌아볼 때 버제니오 보조요법이 이 우선순위 안에 들어가기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당장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 '피크레이(성분명 알펠리십)' 등의 유방암 치료제가 현재 암질환심의위원회 상정을 기다리고 있다. 이 두 약제 모두 진행성 혹은 전이성 단계에 사용하는, 즉 급여 대상이 목숨이 경각에 달린 환자들이다. 재발 예방을 위한 목적이 아닌 당장의 치료에 필요한 약제인 것이다.

특히 엔허투는 예후가 나쁜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게 '마지막 보루'와도 같아, 이 약제의 급여 적용에 대한 사회적 요구도 역시 상당하다. 엔허투의 식약처 허가 요청은 과거 국민청원 안건에 수없이 올랐으며, 현재는 급여 요청에 대한 청원글이 게시된 지 4일 만에 5만명 동의수를 충족해 위원회에 회부된 상황이다. 그에 따라 엔허투의 암질심 상정도 앞당겨질 거라는 게 업계의 예측이다.

때문에 이 같은 상황에서 버제니오 보조요법이 급여 도전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획기적인 재정 분담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희망적인 부분은 최근 취임한 한국릴리 대표(크리스토퍼 제이 스톡스)가 공공 정책 분석가로서 환자의 치료 접근성 개선에 상당한 의지를 가진 인물이라는 점이다.

현재 그는 우리나라 정부 설득을 위한 혁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내부 논의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한국의 보험 체계를 고려면서도 환자에게 빠르게 버제니오 보조요법을 제공할 수 있는 기존에 없던 방식의 파일럿 프로그램 제안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접근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다양한 국가에서의 공공 정책을 경험한 한국릴리 새 대표가 한국 유방암 환자들의 문제 해결에 작은 실마리라도 제공할 수 있길 바란다.

건강보험 재정의 굴레는 오랜 시간 국내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때문에 이번 한국릴리의 버제니오 보조요법 급여 도전이 더욱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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