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의대 본과 4학년 김민혜 학생

라파엘 클리닉은 연중무휴, 매주 일요일마다 이주민 노동자를 위한 봉사를 진행한다.
라파엘 클리닉은 연중무휴, 매주 일요일마다 이주민 노동자를 위한 봉사를 진행한다.

설 연휴였던 지난 1월 22일, 우연히 친구에게 안부 인사를 전하다 ‘오늘 의료봉사 중. 너도 그냥 와도 돼’라는 말 한마디에 호기심 반, 기대감 반으로 라파엘 클리닉에 방문했다. 설 연휴에도 봉사하는 곳이 있다니…그 자체로 그곳이 궁금했다.

방문한 라파엘 클리닉은 생각보다 크고 봉사자도, 환자도 많았다. 그날만 100명이 라파엘 클리닉에서 진료받았다. 흉통이 발생해 심전도를 찍으러 온 환자도 있었고, 꾸준히 먹는 고혈압약을 처방받으러 오는 환자들도 있었다.

“여기서 봉사하는 사람들은 그냥 환자를 위해 온 거야?”라고 묻자 친구는 “그런 것 같아. 물론 봉사 시간을 채우러 오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것도 아니면서 꾸준히 오는 사람을 보면 정말 천사인가 싶어”라고 했다. 매주 휴일을 봉사활동을 하며 보내는 원동력이 뭘지 궁금했다. 그래서 그때부터 지금까지 매주 라파엘 클리닉의 봉사에 참여하며 나름대로 이유를 찾아보고 있다.

“선생님, 저 첫 임신인데 산전 진찰을 받고 싶어요.”

가톨릭의대 본과 4학년 김민혜
가톨릭의대 본과 4학년 김민혜

라파엘 클리닉에서 봉사를 시작하면서 주로 담당한 분야는 ‘예·재진’이었다. 의과대학에서 CPX(Clinical Performance Examination, 모의 환자 진료 테스트)를 준비한 경험을 바탕으로 환자에게 증상을 물어보고 초진 기록을 적은 후 기록과 함께 내과, 가정의학과, 산부인과, 재활의학과 등으로 연결해주었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무료 진료소였기에 환자의 국적, 나이, 성별도 다양했다. 한국어를 잘하는 중국 동포도 오지만 프랑스어 밖에 할 줄 모르는 튀니지 사람도 있었다. 이들은 꾸준히 먹는 고혈압약을 처방 받으러 오기도 하지만 기침할 때마다 피가 나와서, 허리가 너무 아파서, C형 간염이 의심돼서 오기도 했다. 이번이 첫 임신인데 산전 진찰을 받고 싶다고 수줍게 말하는 여성도 있었다.

이들이 올 때마다 최대한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떠올리고, ‘Can you speak English?', '한국어 할 줄 아세요?’라고 말하며 손짓, 발짓, 번역기 등 온갖 것들을 동원해 그 아픔을 최대한 상세히 적으려고 했다.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그 마음이 통했는지 가끔 환자에게 ‘정말 감사합니다. Have a nice day'라는 인사를 받으면 마음이 뿌듯해졌다.

“2002년부터 꾸준히 아플 때마다 라파엘 클리닉에 오고 있어요. 여기는 믿을 수 있는 병원이에요.”

무릎 수술을 받고 꾸준히 라파엘 클리닉에서 도움을 받았다며 고마워하던 한 중국인이 한 말이다. 그는 고혈압 진단도 이곳에서 받았다고 한다. 라파엘 클리닉에서 일하는 봉사자들의 마음이 잘 와닿았는지, 이곳을 한 번 방문한 환자들 중에는 다시 찾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 1월 말부터 3월까지 짧은 기간 라파엘 클리닉에서 봉사했지만, 눈에 익는 환자들이 종종 보일 정도다. 지난번 아픈 증상을 호소하며 찾아온 환자가 약을 먹고 괜찮아졌다며 다시 오는 경우 환자가 나아져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봉사에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라파엘 클리닉은 자원봉사자와 후원자들이 모여 무료로 운영되는 병원이기 때문에 부족한 점도 충분히 존재한다. 의사가 봉사를 와야만 진료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안과, 이비인후과 등 특정 과 진료가 필요한 환자는 필요한 진료를 받지 못하고 돌아가기도 한다. 그런 경우는 해당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주변 병원을 추천하고 환자 상태가 심각하면 직접 큰 병원으로 연결해준다.

라파엘 클리닉이 오래 남아 도움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편하게 방문해 치료받을 수 있는 곳’이라는 희망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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