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과학연구소 아카데미 이경원(진단검사의학 전문의) 원장

진균이 생성하는 페니실린(penicillin)이 세균 증식을 억제함이 1928년에 발견됐고, 이를 항생제(antibiotic)로 불렀다. 화학요법제는 세균 증식을 억제하는 화학 의약품을 일컬으나 현재는 대개 항암제를 뜻한다. 항미생물제는 항세균제, 항진균제, 항바이러스제로 구별한다. 세균과 진균을 합하여 통칭 ‘균’이라고도 하므로 항균제는 항세균제와 항진균제를 뜻할 수 있다.

서울의과학연구소 아카데미 이경원 원장
서울의과학연구소 아카데미 이경원 원장

항균제는 세균감염 환자를 치유하는 기적의 약이었다. 그러나 항균제 사용으로 내성 세균이 생겼고, 이에 대처하고자 새 항균제를 개발해왔으나 새 항균제에 내성인 세균이 생겼다. 새 항균제의 개발은 점점 어려워졌고, 앞으로는 항균제가 없던 예전처럼 세균감염 치료가 어려워질 것이 염려되고 있다. 영국 오닐의 2014년 보고에 의하면 항균제 내성으로 인한 사망이 전 세계적으로 매년 70만 명이 되고, 2050년에는 1,000만 명을 넘어서 당뇨와 암에 의한 사망자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100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 나가비 교수 등이 2022년 란셋에 보고한 바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2019년 항생제 내성 관련 사망자가 485만 명이었고, 항생제 내성으로 인한 사망자는 127만명에 달했다. 항균제 내성 주요 병원균은 황색포도알균, 폐렴알균, 대장균, 폐렴막대균(Klebsiella pneumoniae),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Acinetobacter baumannii, ABA) 및 녹농균 등 6종이다. 항균제 내성으로 인한 사망률은 사하라 사막이남 서부 아프리카가 10만 명당 27.3명으로 가장 높았으며, 아시아 지역에서는 인도, 파키스탄 등에서 높았다. 오스트랄라시아(호주·뉴질랜드 포함 남태평양)는 10만 명당 6.5명으로 가장 낮았다.

우리나라에서 2010년과 2020년에 조사한 내성률을 보면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알균은 72%에서 47.4%로 감소했으나 아직도 흔하다. 그람음성 막대균에 대해 항균력이 큰 카바페넴에 대한 내성률을 보면 폐렴막대균은 0.5%에서 4%로, 녹농균은 28%에서 33.5%로, ABA는 71.7%에서 87.2%로 높아졌다. 이들 내성균은 흔히 다약제내성이고, 의료 관련 감염의 주된 원인균으로 폐렴, 균혈증, 복강 내 감염, 카테터 감염 등을 일으키는데, 이들 감염증은 감수성 세균 감염증 보다 치료가 어려워 예후가 나쁘다.

항균제 내성균 확산 방지할 방법은 없나

항균제 사용이 많으면 내성 세균의 출현이 많아진다. 따라서 일부 예방주사를 유효하게 이용하여 세균 감염증을 예방해야 한다. 병원에서는 항균제 투여가 필요한 환자인지 알아내고, 투여할 항균제를 선택하기 위해서 배양과 감수성 시험을 해야 한다. 세균학적 근거 없이 항균제를 투여하지 않도록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심사하고 있다.

항균제를 처방받은 환자는 의사의 지시대로 복용해야 한다. 병원 내에 항균제 내성 세균의 퍼짐을 예방하려면 철저한 손 씻기와 청결한 환경을 유지해야 한다. 과거와 달리 잦아진 국가 간 여행이 병원체나 항균제 내성을 빠르게 확산시킨다. 예를 들면 2019년에 중국에서 처음 보고된 호흡기로 전파되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이 전 세계에서 7억 명의 환자, 680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내었다. 인도 환자에서 처음 보고된 카바페넴분해효소 NDM을 생성하는 세균이 세계 여러 나라에 퍼졌다. 이러한 예들은 항균제 내성 세균이 쉽게 확산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항균제 내성 세균의 확산을 막기 위한 첫 단계는 각 병원과 국가가 내성 세균의 현황을 파악하는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97년에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항균제 내성 감시(Korean Nationwide Surveillance of Antimicrobial Resistance, KONSAR)를 시작했고, 2002년에 질병관리청 주도로 항균제 내성 모니터링 시스템(Korean Antimicrobial Resistance Monitoring System; KARMS)을, 2016년에 항생제 내성균 감시체계(Korean Global Antimicrobial Surveillance System, Kor-GLASS)를 시작했다. 사람과 동물에 감염을 일으키는 미생물이 있음이 알려져 왔으나, 의학과 수의학의 교류는 적었다. 그러나 2012년에는 관계자들의 노력으로 원헬스(One Health) 개념을 확립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6년부터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식품의약품안전처, 농수산부, 해양수산부 등 관계 부처가 참여해 국가항균제 내성관리대책을 마련했다.

항균제 내성 세균을 줄이는 것은 세계 모든 나라가 동참해야 효과를 높일 수 있다. WHO는 2015년부터 매년 11월 셋째 주를 세계 항생제 내성 인식 주간(World Antimicrobial Awareness Week, WAAW)으로 지정하고 각 국가가 캠페인을 하도록 권하고 있다. 이에 질병관리청은 매년 11월 18일부터 일주일간 항균제 내성 관련 행사를 펴고 있다.

새로운 항균제의 개발은 쉽지 않다. 따라서 이미 개발된 항균제의 효력을 유지하려면 내성 세균이 생기지 않게 하고, 퍼지지 않게 하는 병원 수준의 대책은 물론 국가 및 범국가적 대책이 강화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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