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3일, 희귀질환 극복의 날…2014년 1.3%-2018년 2.1%-2022년 2.7%
심평원 유미영 실장 “효과 우수한 약제, 조속히 급여되록 노력하겠다”

5월 23일은 ‘희귀질환 극복의 날’이다. 이 날은 지난 2016년 희귀질환관리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희귀질환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희귀질환 예방‧치료‧관리 의욕을 높이기 위해 2017년 제정됐다. 그렇다면 희귀질환 극복을 위해 우리사회는 그간 얼마나 달라졌을까.

희귀질환 극복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신약의 급여 현실로 보자면 여전히 국격에 비해 급여율이 낮다는 평가다. 급여율이 낮다는 것은 기적의 치료제인 희귀질환 신약이 눈앞에 있지만 현실에서 쓸 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런 현실은 정체돼 있지 않고, 꾸준히 변화되고 있다.

이에 코리아헬스로그는 ‘희귀질환 극복의 날’을 맞아 국내 희귀질환치료제 신약 급여에 어떤 변화들이 있는지, 신약 급여를 좌우하는 키는 무엇인지, 국내 신약 급여 트랙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국내 약제 급여의 첫 관문을 맡고 있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관리실 유미영 실장에게 들어봤다.

- 국내 총 약품비에서 희귀의약품 비중은 2014년 1.3%(1,729억원), 2018년 2.1%(3,775억원)로 상승 추세지만 여전히 낮다. 우리나라의 희귀질환치료제 보험 급여 지출 비중은 OECD 국가 중에서 하위 수준이다. 희귀질환치료제에 대한 급여 비율을 지금보다 더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건강보험 총 약품비 중 희귀질환치료제 약품비 비중은 매년 증가 추세다. 지난해 기준 희귀질환치료제는 163개 품목으로 늘어났고, 전체 약품비 23조원 중 6,224억원을 차지하며 비중이 2.7%로 상승했다.

또 최근 5년간 제약사가 결정 신청한 신약이 급여로 등재되는 비율은 2018년 72%에서 2022년 90%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희귀질환치료제 중 일부 급여가 되지 않은 약제의 경우도, 제약사의 재결정 신청 등을 통해 추가 검토가 이뤄지는 상황이다.

- 희귀질환치료제의 특성 상 급여 대상이 많지 않지만 현재 희귀질환치료제 대부분이 고가여서 급여 확대의 최대 난관이 한정된 재정으로 꼽힌다. 이 난관을 돌파하는 방법으로 위험분담계약을 통해 재정 지출 관리가 가능하다는 목소리가 있는데, 현재 희귀질환치료제에 위험분담계약이 적용되는 비율은 어느 정도인가?

현재 희귀질환치료제를 포함한 신약을 대상으로 효능·효과나 보험재정 영향 등에 대한 불확실성(Risk)을 제약사가 일부 분담하는 위험분담제도(Risk Sharing Agreement, RSA)를 지난 2013년 12월에 도입해 운영 중으로, 2014년부터 2022년까지 위험분담제를 적용한 약제는 60개 성분이며 이 중 희귀질환치료제는 13개 성분으로 21.7%를 차지한다.

- 심평원은 환자 손에 닿기 어려운 고가 신약 급여의 첫 관문이다. 질환 중증도, 대체약 여부, 치료 약제의 효과, 치료 약제의 비용효과성, 제약사의 적극적 재정분담안 제출 등 5가지에 따라 급여 여부가 결정되는 것으로 아는데, 이중 실질적으로 급여 확대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것은 어떤 것인가? 또 어떤 방식으로 이 걸림돌을 넘을 수 있나?

신약의 급여 적정성 평가에서 비급여로 심의 결정되는 약제는 ‘임상적 유용성’에 대한 근거 부족으로 급여 기준이 미설정되거나, '비용효과성' 입증이 미흡한 경우로 나눌 수 있다.

임상적 유용성이 부족한 약제는 임상 근거를 추가해 재결정 신청하는 경우에 논의가 가능하며, 비용효과성이 입증되지 않은 약제는 약가 인하, 재정분담안 등을 마련해 재논의할 수 있다.

- 2000년대 중반 급여 결정 신청을 제약사에서 한 뒤에야 급여 검토가 가능한 상황으로 바뀌었는데, 제약사에서 전략적으로 급여 결정 신청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필수의약품 등으로 꼽히는 약제에 한해서라도 제약사가 급여 결정을 신청하지 않더라도, 급여 절차가 빠르게 이뤄지게 하는 제도적 방안이 있나?

모든 의약품을 급여대상으로 하던 보험등재방식에서, 치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가 우수한 의약품을 선별해 등재하는 선별등재제도(Positive List System)를 2006년 12월부터 적용하고 있다. 따라서, 제약사가 결정 신청한 경우 급여 적정성 평가가 이뤄지는 것이 현재의 원칙이다.

다만, 예외적으로 현행 규정 상 보건복지부장관은 ▲대체가능한 다른 약제 또는 치료법이 없거나 ▲생명에 심각한 위해를 초래하는 질환에 사용되는 경우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치료효과가 입증된 경우 ▲심평원장이 환자의 진료 상 반드시 필요하다고 복지부장관에게 요청하는 경우에 대해 요양급여대상여부 및 상한금액을 직권으로 결정할 수 있는 법규가 있다. 바로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13조의 직권결정 및 조정 등에 대한 법률이 그것이다.

- 제약사가 심평원에 신약의 급여 결정 신청을 한 뒤, 급여 진행 과정은 어떻게 되나. 또 약평위에서 급여 설정에 실패했을 때는 어떻게 해야 다시 급여 트랙을 밟을 수 있나.

제약사가 신약에 대해 약제 결정 신청을 하면, 약제의 임상적 유용성, 비용효과성 등을 고려해 요양급여 대상여부, 상한금액 등 급여 적정성을 심평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심의한다.

교과서, 임상진료지침, 임상연구논문, 전문가‧학회 의견 등을 기반으로 약제의 임상 효과 개선, 안전성 개선, 편의성 증가 등 치료적 이익을 고려해 '임상적 유용성'을 평가한다.

또 보험재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기존 치료제에 투입된 비용과 성과를 비교해 경제적 효율성을 평가함으로써 '비용효과성'을 판단한다.

약제 등재 절차 흐름도. 신약 급여 등재는 심평원의 급여 적정성 평가에 120~270일, 건보공단 약가 협상에 30~60일, 건정심과 고시에 30~60일 등 총 180~390일이 소요된다. 그래픽 제공=심평원
약제 등재 절차 흐름도. 신약 급여 등재는 심평원의 급여 적정성 평가에 120~270일, 건보공단 약가 협상에 30~60일, 건정심과 고시에 30~60일 등 총 180~390일이 소요된다. 그래픽 제공=심평원

약평위에서 급여 결정이 되지 않은 경우, 약평위 결과를 토대로 ‘임상적 유용성이 부족한 약제’는 임상 근거를 추가·보완해 재결정 신청할 수 있으며, ‘비용효과성이 입증되지 않은 약제’는 약가를 인하하거나 재정분담안 등을 마련해 재논의할 수 있다.

- 심평원에서 급여 결정 소요 기간이 가장 짧은 약제는 무엇이었고, 어떤 요인들이 빠른 급여화에 힘을 실었는지 궁금하다.

빠른 급여화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제약사가 약제의 임상적 유용성과 비용 효과성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충실히 준비해야 하고, 자료 제출 이후에는 보완자료 요청 등에 신속하게 협조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5월에 급여 등재된 소아구루병치료제 ‘크리스비타’와 당뇨병치료제 ‘엔블로’의 소요 기간은 4~5개월로 신약의 평균 등재기간인 6.5개월, 희귀질환 신약의 평균 등재기간인 7.3개월보다 빠르게 등재됐다.

크리스비타는 2023년 1월 1일부터 도입된 소아 희귀질환 치료제 신속 등재제도를 적용함에 따라 결정 신청부터 급여 등재까지 약 4개월이 소요됐다. 올해 1월 2일 제약사의 결정 신청이 이뤄졌고, 급여 등재는 이달 1일 이뤄졌다. 물론, 이전에 결정 신청된 이력이 있고 급여 기준 등에 대한 논의가 선행된 바 있다.

그러나, 소아 환자의 보장성을 강화하고자 하는 정책 기조에 따라 정부와 협력해 노력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소아 희귀질환치료제를 경제성평가 생략 대상에 포함하고, 급여평가와 약가협상을 병행할 수 있도록 신속등재제도를 개선한 것이 그것이다.

또 엔블로는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당뇨병 신약으로 국내 제약산업의 발전을 위해 급여 등재를 신속히 검토했으며, 결정 신청부터 급여 등재까지 약 5개월 소요됐다. 제약사가 결정 신청을 지난해 11월 22일에 했고, 급여 등재는 이달 1일 이뤄졌다.

-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는 OECD 국가와 우리나라 의약품 가격을 비교했을 때, 오리지널의약품의 약가 수준이 OECD 국가의 평균가에 65%에 불과하게 낮게 책정된다고 주장한다. 신약 가격을 심평원은 어떤 방식으로 책정하나.

신약의 약가는 외국 조정평균가 내에서 평가되며, 그 중 경제성평가 자료 제출 생략 가능 약제로 신청하는 약제의 경우 외국 조정최저가 등을 고려해 평가하고, 약가는 외국의 급여 평가 결과, 위험분담 적용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하고 있다.

- 혁신성이 인정되는 고가 희귀의약품 신약에 대한 급여 확대를 위해 신약의 경제성평가를 할 때 사용하는 툴인 ICER(Incremental cost-effectiveness ratio, 점증적 비용-효과비) 임계값 범위를 확대하자는 제안도 있다. 현재 ICER을 탄력 적용하는데, 기존 약평위가 심의했던 ICER 임계값 수준을 상회하는 고가 희귀질환 신약이 최근 나오고 있어 ICER 임계값 범위를 그대로 두는 것이 희귀질환치료제 빠른 급여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 어떻게 보나.

신약의 경제성평가 결과로 도출되는 ICER은 비교 대안에 비해 신약의 증가된 효과 혹은 효용 한 단위당 어느 정도의 추가 비용이 소요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특정 임계값(threshold)과 비교해 그 이하일 경우 신약이 비교 대안에 비해 비용-효과적인 것으로 해석한다.

임계값이란, 비교 대안을 새로운 대안(신약)으로 대체할 경우 가져다주는 추가적인 효과 및 효용에 대한 사회의 최대 지불의사로, 우리나라에서는 명시적인 임계값을 사용하지 않는다.

질병의 위중도·사회적 질병부담·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혁신성 등을 고려한 기존 심의 결과를 참조해 탄력적으로 평가하도록 규정돼 있다. 또 ICER 임계값 상향 또는 탄력 적용과 관련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현재 진행 중인 ‘의약품 경제성평가 자료 제출 생략 제도 개선방안 마련 연구’ 결과를 고려해 필요 시 ICER 임계값 관련 별도 연구를 통한 근거 마련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본다.

- 효과가 낮지만 꼭 필요한 신약에 대해서는 선별급여라도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럼에도 정부가 이같은 신약에 대한 선별급여 확대를 많이 하지 않는데, 어떤 이유인가.

우리나라는 임상적 유용성과 비용 효과적인 약제를 급여하는 선별등재제도(Positive List System)를 적용하는 상황이다. 임상적 유용성이 부족하거나 비용효과성이 입증되지 않은 약제를 선별급여 적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 신약에 대한 급여 문제로 심평원의 문을 두드리고, 목소리를 내려는 환자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어떻게 자신들의 목소리가 닿아야 할지 몰라서 심평원 대표 번호로 전화하는 경우가 많은데, 어떻게 해야 실무자에게 그 목소리가 닿을 수 있나.

약제의 급여 결정은 제약사의 결정 신청 하에 심평원과 보건복지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협력해 함께 추진하는 사항이며 실제 심평원 실무자가 결정할 수 있는 영역이 제한적이다.

현재, 심평원에서 신약의 급여 등재나 급여 확대 등 약제에 관한 민원이 상당 부분 차지하고 있다. 약제관리실로 문의하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나누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희귀질환 신약의 급여를 기다리는 희귀질환자들에게 평소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면?

희귀질환으로 정신적, 경제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환자와 가족에게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심평원 본연의 역할에 최선을 다해 치료 효과가 우수한 약제들이 조속히 급여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청년의사 자매지 코리아헬스로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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