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 에크모팀 조양현 교수
"‘원외 환자 이송 시스템’, 중환자의학 의료전달체계 시초"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는 12월 들어 에크모를 시행하는 초위중 코로나19 환자가 2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청년의사DB)

지구 한 바퀴 거리인 4만km. 이는 삼성서울병원 에크모(체외산소공급, ECMO)팀이 ECMO 치료가 필요한 병원 밖 환자 이송을 위해 이동한 거리다. 지난해만 전국 의료기관 24곳이 중증 환자 전원을 위해 삼성서울병원 에크모팀을 찾았다.

10년 전 중환자 치료 패러다임 전환을 주도하며 중환자의학 시스템을 도입한 삼성서울병원의 에크모팀 치료 성적도 크게 상승했다. 에크모 치료를 받은 환자의 생존율은 지난 2014년 절반 수준에서 지난해 68%에 이르렀다.

지난 2014년 심장외과와 순환기내과, 중환자의학과, 체외순환사 등으로 구성된 다학제 팀을 중심으로 ‘협업 체계’를 꾸리고 에크모 전용 이동형 중환자실 차량을 개조하는 등 중증 응급 환자 치료 환경을 개선해 온 영향이다.

삼성서울병원 에크모팀이 원외 이송하는 환자 수도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원외 이송은 지난 2013년 5건에서 지난해 33건으로 꾸준히 증가해왔다. 지난해 환자 이송을 위해 7,160km를 이동했고, 참여한 의료진은 83명에 달했다.

지난해 기준 VA(Venoarterial) 에크모 환자 29건 중 이탈 성공률과 생존 퇴원율은 각각 75%, 64%였고, VV(Venovenous) 에크모 환자 4건 중 이탈 성공률과 생존 퇴원율은 모두 25%였다.

특히 지난해 에크모 치료가 필요한 원외 환자 발생 시 삼성서울병원 에크모팀이 출동해 원스톱 치료와 이송을 진행하는 병원 간 이송 서비스 ‘SMC 모바일 에크모 서비스’를 구축해 누적 원외 이송 250건을 달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의료진이 자리를 비우고 환자를 직접 데려오는 과정에서 소요 되는 비용도 상당하다. 환자 이송이나 치료에 드는 비용은 여전히 적자고, 고스란히 병원이 감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삼성’이라 가능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성인 에크모팀장을 맡고 있는 삼성서울병원 심장외과 조양현 교수는 청년의사와 인터뷰에서 “중환자 치료를 위해 의료기관들이 노력하고 있는 부분을 정부에서도 관심 있게 들여다 보고 적극적으로 지원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양현 교수는 삼성서울병원이 에크모 환자 원외 이송을 지속하는 이유는 "사명감 때문"이라고 했다(ⓒ청년의사).
ⓒ조양현 교수는 삼성서울병원이 에크모 환자 원외 이송을 지속하는 이유는 "사명감 때문"이라고 했다(ⓒ청년의사).

- 삼성서울병원에서 원외 환자 이송 시스템을 구축한 이유가 있나.

2013년 지방 병원에서 삼성서울병원으로 에크모 환자가 이송해 왔다. 그 병원 인턴 선생이 환자 이송을 담당했는데 환자와 연결된 에크모 장치 배터리가 닳아 꺼진 상태로 이송하면서 결국 환자가 사망한 상태로 병원에 도착했다. 젊은 여자 환자였는데 당시 큰 충격을 받았다. 장치 충전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환자랑 단둘이 앰뷸런스를 타고 온 인턴 선생도 불쌍했다.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당시 병원에 있던 헬기를 이용해 환자를 직접 이송하기 시작했다.

- 많은 병원에서 이송 요청을 해오지만 모든 요청을 다 받을 수는 없을 텐데, 선정 요건이 있나.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팀이 환자에게 도움이 되느냐다. 예를 들면 환자에게는 죄송하지만 식물인간 상태인 경우는 포기할 수밖에 없다. 또 병상 확보가 어렵거나 인력 상황이 어려운 경우를 제외하고는 요청을 받는다.

- 환자 이송을 위해 의료진이 자리를 비워야 한다. 인력 부족으로 어려운 게 현장 아닌가. 이송 비용도 상당하다고 들었다.

최소 3명이 팀을 꾸려 환자 이송을 하고 있다. 현재 앰뷸런스 비용은 법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돼 있어 정부 지원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 역시 편도 비용만 받을 수 있고 인력 지원은 없다. 환자 이송에 사용하던 헬기를 팔 수밖에 없던 이유도 비용 때문이었다. 1년에 유지하는 데만 최소 5억원이 드는데 헬기는 정부 지원 대상이 아니라 고스란히 적자로 남았다.

사실 병원 내부에서는 반발도 굉장히 컸다. 삼성서울병원 이송을 요청한 환자들의 상태도 좋지 않아 70~80%는 합병증을 달고 온다. 이들이 장기 체류 환자로 1년 이상 입원한 경우도 있다. 그렇다보니 병원에서는 손해가 클 수밖에 없다. 또 환자 이송을 위해 최소 3명이 자리를 비워야 하지만 그 역할을 누군가 대신해야 하는 상황도 어렵기만 했다. 그 때 중환자의학과가 막아 줬다. 다학제 팀으로 구성된 중환자의학과가 힘을 모아 어려운 순간마다 해결해 준 덕분에 시스템이 운영될 수 있었다.

- 그럼에도 삼성서울병원이 에크모 환자 원외 이송을 지속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도움을 청하는 환자들이 첫 번째다. 환자가 나를 찾아주는데 내가 움직이지 않을 수 없지 않나. 사명감 때문에 한다. 두 번째는 이 시스템이 중환자 의료전달체계가 변하는 시초가 됐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처음 시작했지만 지금은 많은 병원들이 삼성서울병원의 원외 이송 시스템을 벤치마킹 하고 있다.

- 에크모팀의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

에크모 치료의 질적 성장이다. 꼭 필요한 환자에게 적용하고 잘 관리해 회복하면 적절한 시기에 에크모를 제거하고, 제거가 어려운 환자들은 심장이식이나 폐 이식 등 탈출구를 열어줘서 성공적으로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삼성서울병원뿐만 아니라 전국에 있는 중환자 치료를 하는 의료진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개설한 사이트가 ‘메디 와이드’다.

에크모 치료에 대한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또 국산 에크모 개발을 추진 중이다. 전임상 시험에서 성공 가능성을 엿 본 수준이고 1~2년 안에 환자들에게 시범 적용해 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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