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남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강성웅 교수
대학병원서 구박받는 희귀중증질환 재활의학과 교수들의 현실
“희귀질환이어서 진료 실적·연구 질 낮은데 수가마저 낮은 탓”

MZ세대 의사들이 몰리는 인기과 TOP3 ‘재활의학과’. 그러나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필수의료인 희귀중증질환 분야 재활을 전공하겠다는 MZ세대 의사는 희귀질환만큼이나 아주 ‘희귀’한 것이 현실이다.

국내 호흡재활의 대가 강남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강성웅 교수는 코리아헬스로그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희귀중증질환 재활 분야의 의사 구인난 상황이 현재 얼마나 심각한지 현실을 짚고, 조속하게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성웅 교수는 “재활의학과는 지금 1등하지 않으면 지방 대학병원 재활의학과조차 지원하지 못할 만큼 인기지만, 희귀질환 재활은 지금의 소아청소년과 내과와 똑같이 전공하려는 의사를 구할 수 없다”고 말했다.

희귀질환에 대한 정부의 보장성 강화 기조에도 불구하고, 재활의학의 한 분야인 희귀중증질환 재활에 대해 MZ세대 의사들이 관심이 갖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강 교수는 “힘들기 때문”이라고 간단히 답했다.

강성웅 교수. 사진 제공=강남세브란스병원
강성웅 교수. 사진 제공=강남세브란스병원

희귀중증질환 재활의 어떤 측면이 MZ세대 의사에게 힘든 일로 여겨지는 것일까? 강성웅 교수는 “희귀중증질환자는 대부분 장애가 있어서 진료보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수가(진료비)는 높지 않다”며 “또 환자가 많아야 진료 실적이 올라가는데, 희귀질환은 환자가 많지 않다보니 진료 실적은 빵점”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희귀질환 분야처럼 환자가 적은 분야는 연구 실적이 중요한 대학병원 교수에게 또 다른 치명타를 안긴다. 강 교수는 “연구는 환자가 많이 있고 데이터가 많이 모이면 모일수록 쓸 수 있는 게 많아지는데, 희귀질환은 그렇지 않다”며 그 까닭에 희귀질환 재활 연구 실적도 낮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지적했다.

정책적 배려 없으면 희귀질환 재활 황폐화된다…‘재활가산료’ 필요

진료와 연구 실적이 다른 중증질환에 비해 낮을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닌 희귀질환 재활 분야를 전공하는 의료진은 대학병원에서 어떤 처우를 받을까.

강성웅 교수는 “필요한 재활 기구를 병원에 사달라고 요청해도 병원에서는 안 사주고, 맨날 교수진은 병원에서 적자라고 구박받는다”며 “자기 위의 교수들을 늘상 지켜보는 젊은 의사들이 무슨 생각을 하겠나”라고 짚었다.

대부분 심각한 장애를 초래하는 희귀중증질환처럼 진료를 보기도 어렵고, 케이스가 많지 않아 연구 아이템을 뽑는 것도 힘든데, 그 일에 대한 자부심조차 찾을 수 없이 병원에서 '구박데기' 취급을 받는다면 실리를 떠나 하려는 의사가 과연 있을까.

이런 이유로 희귀질환 재활분야 의사들이 사라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것은 수술할 의사가 없는 현실과 다르지 않다. 대표적으로 호흡재활 치료를 할 의사가 없으면 척수성근위축증·루게릭병 같은 희귀근육병 환자들은 숨을 쉬지 못해 사망할 수 있다.

강 교수는 “이대로 가면 호흡재활을 하는 의사가 없어서 20년 전처럼 환자들이 사망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며 “정책적 배려가 없으면 희귀중증질환 재활 분야도 황폐화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희귀질환의 95%는 치료제가 없어서 재활이 중요한 치료로 자리잡고 있다. 더구나 현재도 희귀질환자는 수요 대비 재활 인프라가 적어서 희귀질환에 특화한 재활서비스를 제공받기 어렵다.

희귀질환 맞춤 재활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학병원에서 치료받기 위해서는 수 개월에서 몇 년을 대기해야 하고, 그것조차 지속적으로 받기 어려워서 대부분의 환자가 병원 밖 사설재활센터를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희귀중증질환 재활 인력마저 구할 수 없어 호흡재활 같은 전문적인 재활치료를 더는 받을 수 없는 ‘내일’이 올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 문제를 타계할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강성웅 교수는 “우리나라는 모든 게 다 '수가'와 연계된다”며 “제대로 된 재활치료를 할 때 대학병원이 적자를 보는 현실만 개선해주면 지금과 같은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으로 강 교수는 신생아중환자실(Neonatal Intensive Care Unit, NICU) 상황을 들었다. 과거 NICU의 낮은 수가 때문에 대학병원들이 적자를 내는 NICU를 홀대하면서 국내 신생아 미숙아가 갈 곳이 없었을 때, 정부가 NICU 수가를 크게 올려주면서 나타난 변화를 보라는 것이다.

강성웅 교수는 “병원에서 확 NICU 병상을 늘려줬듯이 희귀질환 재활 분야의 수가만 좋아지면 병원에서 알아서 재활병원을 세울 것”이라며 “이것은 희귀질환의 재활난민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강 교수는 “소아과에서는 외래 진료 볼 때 엄마를 같이 봐야 하는 현실을 감안해 조금 더 받게 가산을 해준다”며 “마찬가지로 대부분 언어소통이 힘들고 진료를 보기 위해 침상에 한 번 누이기도 어려운 희귀중증질환 재활 외래 진료에 대해서도 재활가산료를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희귀질환 재활, 컨트롤타워 필요…“체계 만든 뒤 보편화를”

이날 강성웅 교수는 앞으로 국내 희귀중증질환 재활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한 길도 제시했다.

희귀질환 재활치료 시스템을 분산시키려는 정책보다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곳을 중앙에 두고 그곳을 중심으로 희귀질환 재활치료 시스템이 국내 뻗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강성웅 교수는 “희귀질환자는 소수이고, 희귀질환 재활을 전문으로 하는 교수도 어떤 희귀질환은 한두 명에 불과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희귀질환 재활을 분산시키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역설했다.

대신 강 교수는 “오히려 중앙집권화시켜서 컨트롤타워에서 정보를 모은 다음에 환자가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희귀질환 재활을 보편화시켜야 한다”고 제시했다.

<청년의사 자매지 코리아헬스로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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