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비상대책위 '절반의 성공' 평가 속 지난 1일 해단
박명하 비대위원장 "외줄 타기 상황에서 전략적 선택"
'미완' 면허취소법, 서울시의사회 차원에서 해결 최선

지난 4개월간 간호법과 '의료인 면허취소법(의료법 개정안)' 저지를 위해 일한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 속에 활동을 마쳤다.

비대위를 중심으로 전국에서 궐기대회가 개최되고 지도부가 단식·철야 투쟁에 나섰지만 결과적으로 간호법을 막은 것은 대통령 거부권 행사였다.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커지면서 비대위가 "대통령실 선택에만 기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간호법에 치중하면서 면허취소법 저지에 소홀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에 대해 박명하 비대위원장(서울시의사회장)은 동시에 두 가지 법안을 대응하면서 "전략적 선택"이었다고 강조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지난 1일 의협 용산회관에서 진행한 해단식에서 "두 법안 (폐기를) 다 놓칠 위험성을 처음부터 고려해야 했다"며 "간호법은 당장 피해는 적어도 돌이킬 수 없는 재난적 문제였다. 상대적으로 더 험난한 싸움에 무게를 실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해단식에 앞서 의협 출입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도 박 비대위원장은 "개인적으로도 아쉽고 회원들의 실망스러운 마음도 잘 알고 있다"면서도 두 법 사이에서 "선택해야만 했다"며 회원의 이해를 구했다.

비대위 활동이 "너무 소극적이었다"는 지적도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정치적 역학 관계는 물론 의료계 안팎 사정을 모두 고려하며 투쟁 수위를 조율해야 하는 '외줄 타기'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했다.

법안 통과를 추진하는 야당을 상대하면서 "여당이나 대통령실과 관계도 고려해야 했다. 의료계 역량을 가늠하면서 투쟁 수위를 결정하는 것도 어려운 문제였다"며 "대한간호협회의 강자와 약자 프레임, 비대위 출범 이전 이미 형성된 13개 보건복지의료연대와 관계도 생각해야 했다"고 했다.

내년 의협 회장 선거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만큼 "처신하기 더 조심스러웠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러나 "다음 선거에 도움을 받고자 비대위원장에 출마하지 않았다"며 이번 기회를 이용하라는 조언에도 "불필요하다고 판단해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의료인 면허취소법이라는 '미완의 과제'는 서울시의사회장으로서 해결하겠다고 했다. 의과대학 정원 확대나 필수의료 문제 등 의협 현안이 산적한 만큼 서울시의사회가 면허취소법 대응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했다.

아래는 박 비대위원장과 의협 출입기자단 간 일문일답.

지난 1일 활동을 마치고 해단한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박명하 위원장은 의협 출입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 4개월이 전략적 선택의 연속이었다고 털어놨다(ⓒ청년의사).
지난 1일 활동을 마치고 해단한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박명하 위원장은 의협 출입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 4개월이 전략적 선택의 연속이었다고 털어놨다(ⓒ청년의사).

-지난 2월 정기대의원총회에서 비대위원장으로 선출돼 약 4개월간 활동했다. 일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투쟁에는 장기와 단기 로드맵이 둘 다 필요하다. 그러나 두 법안 모두 본회의 상정이 예정된 시점에서 활동을 시작했고 상황을 따라가며 로드맵을 짜야 했다. 지난 2020년 의료계 단체행동 같은 젊은 의사 참여를 생각만큼 이끌어내지 못한 점도 아쉽다.

- 앞으로 의료인 면허취소법 대응은.

법이 공포되고 실제 실효가 발생하기까지 6개월 기간이 있다. 이 사이에 의료법 재개정을 추진해야 한다. 최근 서울시의사회 차원에서 면허박탈법 대응 TFT를 꾸렸다. 회원 피해가 예상되면 헌법 소원을 제기하고 빠른 시일 내 의료법 재개정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 일각에서 의협 집행부가 비대위 활동에 비협조적이었다는 주장이 나온다.

소소한 시각차는 있었지만 간호법 저지라는 큰 틀에서 집행부가 나름 최선을 다해 협조했다. 저는 그간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일했다. 역지사지하면 그만큼 집행부도 집행부의 입장이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써줬다고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회원들에게 한 마디.

비대위 활동에 아쉬울 때도 의아할 때도 있으셨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다시 돌아가도 똑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성공이 우선이었다. 비판은 겸허히 받아들인다. 회원 여러분도 이해해 주시리라 믿는다. 미비했던 점은 앞으로 현안 대응 과정에서 풀어가겠다.

대한의사협회 정기대의원총회 결정에 따라 지난 2월 발족한 간호법과 면허박탈법 저지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1일 활동을 마치고 해단했다(ⓒ청년의사).
대한의사협회 정기대의원총회 결정에 따라 지난 2월 발족한 간호법과 면허박탈법 저지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1일 활동을 마치고 해단했다(ⓒ청년의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