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경 서울의과학연구소 진단검사부문장,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

서울의과학연구소 이미경 진단검사부문장
서울의과학연구소 이미경 진단검사부문장

선천적으로 또는 발육 과정에서 발생한 대뇌 손상으로 인해 지능·운동·언어 등 다양한 영역에서 발달이 지연되는 것을 발달장애(DD, Developmental Disability)라고 한다. 이는 지적장애(ID, Intellectual Disability)와 자폐스펙트럼장애(ASD, Autism Spectrum Disorder)를 함께 일컫는 용어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2021년 등록된 18세 미만 장애 아동은 전체 아동의 1.04%인데 이들 중에서 68.6%가 발달장애를 앓고 있으며, 그 중 지적장애가 67.5%, 자폐스펙트럼장애가 32.5%로 알려져 있다(2022년 장애통계연보).

발달장애 아동과 이들을 평생 돌보아야 하는 가족들은 고된 재활 과정을 함께하며 경제적 부담과 사회적 편견으로 애타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발달장애 치료, 조기 유전체 검사가 중요

발달장애는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지만 무엇보다 유전적 원인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당수를 차지하는 지적장애의 경우, 평균적으로 4세까지는 모르고 지내다가 학령기가 되면서 뒤늦게 진단을 받는 경향이 있다.

조기에 원인을 찾아서 증상이 발현되기 전에 최적의 치료와 재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면, 발달장애 아동의 잠재력을 키워 주고 성인이 되어서도 독립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여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2세를 계획하는 예비 부모 중 가족력이 염려되는 경우에도 유전체 검사 및 상담을 통하여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염색체 마이크로어레이 검사

우리나라에서도 2019년 8월부터 발달장애와 자폐를 진단하는 염색체 마이크로어레이 검사(CMA)가 가능하게 됐다. 이 검사는 기존 염색체 검사에서 정상 결과를 보이거나, 원인을 모르는 발달장애 및 자폐 진단에 유용한 검사이다. 국민건강보험 선별 급여 적용을 받을 수 있으므로 비용 부담도 적다.

CMA 검사는 전장 유전체(Whole genome) 검사로, 기존의 염색체 핵형 검사에서는 원인을 찾아내기 어려운 지적장애나 자폐 또는 선천성 기형이 있는 환자에서 원인이 되는 유전자 이상을 파악할 수 있다. 기존 염색체 핵형 검사도 다운증후군이나 터너증후군 등과 같은 염색체의 수적 이상이 있는 질환을 진단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현미경으로 찾아내기 어려운 미세결실이나 중복 증후군을 검출할 수 없고 판독자의 경험과 숙련도에 따라 주관적 해석을 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에 CMA 검사는 배양이 필요 없는 자동화 검사로 신속히 결과를 얻을 수 있고, 기존의 염색체 검사로는 검출이 어려운 다양한 종류 및 크기의 염색체 변이를 각각의 위치에서 정확하게 검출해 내고, 공인된 데이터베이스에 근거하여 분석함으로써 객관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더 나아가 최근에는 광학 유전체 매핑(OGM, Optical genome mapping)이라는 새로운 유전자 검사 방법이 나왔다. 혈액 검체에서 초고분자량의 핵산을 추출하여 전자칩의 나노채널(Nanochannel)을 통과시켜 선형화(Linealized) 형태로 만든 다음 표준 염기 서열 패턴과 비교·분석함으로써 변이를 검출하는 방법이다. 기존 CMA 검사보다 민감도가 높아 보다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며, 검사 시간도 3~4일로 대폭 줄일 수 있어 머지않아 조기 유전 진단에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드라마 속 우영우가 현실에서도

작년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드라마가 인기를 끌었다.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갖고 있지만 동시에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변호사 이야기로,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 인식과 관련하여 뜨거운 관심과 이슈를 불러왔다.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자폐증 장애인이 고도의 의사소통이 필요한 변호사가 되어 활약한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자폐인의 증상이나 특징은 다양하다. 보통은 또래에 비하여 지능이나 사회성이 떨어지지만 숫자와 관련된 것이나 예술 등 특정 부분에서는 매우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러한 고기능 자폐증 장애인보다 기능이 낮은 자폐증 장애인이 훨씬 더 많다.

그런데 과거에는 이런 장애를 조기에 진단하기 어려웠다. 현재는 검사 방법의 발전으로 다양한 발달장애에서 원인이 되는 유전자 이상을 조기에 발견하여 환아별 맞춤 치료와 재활을 보다 빨리 시작할 수 있고, 추후 생길 수 있는 합병증을 예방하고 아동의 발달 과정을 예측하는 것도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현재 우리 사회는 누군가를 평균적인 잣대로만 평가하는 것에서 벗어나 각자의 능력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확한 조기 진단과 치료를 통해 현실에서도 제2, 제3의 우영우가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