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오는 18일 선고…상고 7년만
한의사 뇌파계 합법 두고 정면충돌
"초음파 판결 영향 미칠 것으로 예상"

한의사 뇌파계 사용 합법 여부를 가리는 대법원 선고가 다가와 파장이 예상된다.
한의사 뇌파계 사용 합법 여부를 가리는 대법원 선고가 다가와 파장이 예상된다.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관련 파기환송심을 기다리는 의료계에 또 하나의 '폭탄'이 날아오고 있다. 한의사 뇌파계 사용 합법 여부를 가리는 대법원 선고 기일이 오는 18일로 잡혔다. 24일 예정된 초음파 기기 선고와 불과 일주일 차다.

이 사건 선고는 7년 만이다. 지난 2016년 서울고등법원은 파킨슨병과 치매 진단에 뇌파계를 사용한 한의사 A씨를 자격정지한 보건복지부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한의사 뇌파계 사용은 한방의료행위가 아니므로 복지부 처분이 정당하다고 본 1심 결정을 뒤집었다. 복지부는 2심 판결에 불복해 즉각 상고했다.

대법원은 한의사 A씨가 뇌신경전문 한의원을 운영하면서 파킨슨병과 치매 진단에 뇌파계를 사용한 것이 '면허된 것 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해 면허자격정지와 경고 처분 대상이 되는지 가린다.

초음파 진단기기 사건처럼 전원합의체 심리 대상에 올랐다고 알려졌다. 최종적으로 회부되지 않았다. 대법원은 재판부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하거나 종전 판시에 대한 의견 변경이 필요할 때 전원합의체에 부친다. 이번 뇌파계 사건은 초음파 진단기기 사건과 달리 재판관 사이에 합일점을 찾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사건 재판은 지난 2012년 한의사 A씨가 한의사면허 자격정지 3개월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복지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했다(관련 기사: 파킨슨·치매 진단에 뇌파계 사용한 한의사…대법원 판단은?).

지난 2013년 서울행정법원 1심 재판부는 A씨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복지부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3년 후 열린 2심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A씨가 뇌파계를 사용해 "한방신경정신과 진료를 했다"고 봤다. 파킨슨병 등을 진단하면서 "뇌파계를 병행 또는 보조적으로 사용한 것은 전통적인 한의학적 진찰법의 현대화된 방법 또는 기기를 이용한 진찰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의사와 한의사 면허 범위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규정이 없고", "단지 의료기기 등의 개발·제작 원리가 한의학적 원리에 기초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면허된 것 이외의 진료행위라 단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더 나아가 "의료기기 용도나 작동 원리가 한의학적 원리와 접목되는 등 한의학 범위 내 있는 의료기기 사용은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의사도 뇌파계를 사용할 수 있다'는 판결은 곧장 의료계에 파장을 미쳤다. 1심 판결을 뒤집은 결과라 더 컸다. 사건이 대법원까지 올라가자 대한의사협회와 대한한의사협회 모두 상고심 보조 참가를 결정했다. 관련 학회와 의사회도 이름을 올렸다.

의협·한의협 정면충돌…법조계는 '초음파 판결' 여파 미치리라 전망

의협은 2심 결과를 다시 뒤집고자 애쓰고 있다. 대형로펌까지 선임해 상고심에 참여 중이다. 지난 3월에는 한의사 뇌파계 사용에 대한 해외 학회 견해도 공개했다. 의협은 “한의학에 없는 질병명인 파킨슨병 진단에 뇌파계를 사용한 것이 진단의 정확성과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한의학적 진단 보조수단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관련 기사: 뇌파계로 파킨슨·치매 진단하는 한의사? 해외 학계 ‘경악’).

반면 한의협은 한의사의 뇌파계 사용을 금지한 명문 규정이 없고 진단 보조수단으로 사용해도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지난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두고 대법원이 제시한 판단 기준을 뇌파계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법조계도 지난 전원합의체 판결과 비슷한 결론이 날 확률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법무법인 B 변호사는 지난 31일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상고 기각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B 변호사는 "지난 초음파 진단기기 전합 판결처럼 뇌파계도 '보조 수단'으로 보고 공중보건상 위해가 크지 않으므로 위법하지 않다는 해석을 내리지 않을까 예상한다. 침습적 행위가 아닌 점도 감안할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법무법인 C 변호사 역시 "한의사 초음파 전합 판결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법 해석 관점에서 "한의사 뇌파계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지는 않을 것 같다. 2심 판단에 잘못이 있다고 (대법원이) 볼 가능성은 작다고 여겨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협과 한의협이 모두 (보조 참가로) 참여했다. 상당한 규모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지난 초음파 판결에 비길 만한 파장을 불러일으키리라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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