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V 치료 트랜드] 길리어드 코헨 박사-연세의대 최준용 교수 대담

HIV 치료가 새로운 변모를 맞았다.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Anti-Retroviral Therapy, ART)가 지난 40여 년간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HIV 질환은 만성질환화 됐다. HIV 감염인도 고혈압, 당뇨병 환자처럼 건강 관리하며 ART를 받으면 비감염인과 동일한 수준으로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됐다.

결국 얼마나 오랜 기간 ART를 효과적으로 안전하게 유지할 수 있는지가 관심사다. 오랜 기간 치료하는 과정에서 내성 발생 없이 바이러스 억제가 꾸준히 유지돼야 에이즈로 진행되는 것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기 때문.

길리어드가 최근 발표한 자사 HIV 치료 3제 복합 단일정 '빅타비(성분명 빅테그라비르/엠트리시타빈/테노포비르알라페나미드, B/F/TAF)'의 5년 장기 데이터가 주목을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빅타비 5년 장기 데이터는 우수한 내약성과 높은 내성 장벽을 보여줬다.

이에 청년의사는 길리어드 사이언스 글로벌 HIV 의학부 총괄(Executive Director) 칼빈 코헨(Calvin Cohen) 박사와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최준용 교수가 HIV 치료에 대한 최신 트렌드와 장기 치료 관점에서 빅타비가 가지는 임상적 가치와 국내 HIV 관리 개선점 등에 대해 논의하는 대담을 진행했다.

길리어드 사이언스 글로벌 HIV 의학부 총괄 칼빈 코헨 박사(좌)와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최준용 교수(우)
길리어드 사이언스 글로벌 HIV 의학부 총괄 칼빈 코헨 박사(좌)와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최준용 교수(우)

- 코로나19 엔데믹을 맞은 시점에 지난 3년을 돌아보면 팬데믹은 HIV 관리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 같다.

최준용: 국내 HIV 검사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보건소나 감염 전문가 등 감염 대응 역량이 대부분 코로나19에 집중됐기 때문에 HIV 관리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실제 HIV 신규 감염인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다가 코로나19 기간에 신고 건수가 감소했고 엔데믹으로 흘러가는 지금은 다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실제 팬데믹 기간에 신규 감염인 수가 줄어든 것인지, 아니면 보건소나 의료기관 대다수가 HIV 선별검사와 익명검진을 중단했기 때문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HIV 감염인과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코로나19가 국내 HIV 관리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는데, 치료 제한은 크게 못 느꼈으나 예방이나 진단에는 제한을 느꼈다고 답변했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다른 국가에 비해 의료 접근성이 좋은 덕분에 치료는 원활했으나 보건소와 의료기관의 HIV 업무 중단으로 일부 예방과 진단 검사에 제한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칼 코헨: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도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외출을 꺼려하면서 관리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팬데믹이라고 해서 HIV 치료를 중단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코로나19와 HIV 두 가지 모두 잘 대처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비교적 성공적이었던 지역도 있고 아닌 지역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두 가지를 다 놓치지 않고 최대한 잘 추진해 나가자는 분위기였다.

전화나 줌(Zoom) 등 화상 시스템을 통해서 진료 서비스를 지속하려 했고, 약국과 진단 검사실을 최대한 가동하며 진단과 처방에 문제가 없도록 노력했다. 이러한 원격 진료를 도입하고 나니 환자마다 선호도 차이가 있었다. 일부 환자는 피부에 생긴 환부 등을 직접 보여주면서 상담하고 싶어 대면 진료를 원하는가 하면, 검사 결과나 컨디션도 괜찮고 새로운 증상이 없는 경우 원격을 선호했다. 엔데믹으로 전환되는 현재는 환자 선호도에 맞춰 대면과 원격진료를 번갈아 하는 유연한 형태로 변화했다.

최준용 : 한국도 팬데믹 동안 한시적으로 원격진료가 허용된 적이 있었다. 지방에 거주해서 내원하기가 어렵거나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감염인의 경우 전화 등을 통해 원격진료하고 약을 보내주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의사와 진료 상담 없이 약만 처방받고 싶은 환자는 원격진료가 편하다고 느낀 것 같다. 그러나 이런 환자들은 극소수였고 대부분 병원에 내원했다.

-글로벌 컨센서스를 갖춘 HIV 치료 전략이나 트렌드에 대해 설명해 달라.

칼빈 코헨 박사
칼빈 코헨 박사

칼 코헨: HIV 치료 세계 트렌드는 '당일 치료'다. 미국 보건복지부 등 주요 가이드라인에서도 진단 직후 가능한 빨리 치료를 시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권고한다. 감염인만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면 진단과 동시에 치료를 시작하는 게 필요하고 그것이 가능해졌다. 기본적으로 치료제를 처방하기 전 동반 감염, 질환 유무 등을 파악하기 위해 사전 검사가 필요한데, 빅타비처럼 검사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진단 당일 처방이 가능한 치료제가 출시되며 당일 치료가 가능해졌다.

빅타비는 진단 당일 처방이 가능하고 폭넓은 환자군에서 사용 가능하기 때문에 추후 검사 결과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치료제 선택이 바뀌는 경우는 거의 없다. HIV는 최대한 빠른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기 때문에 의료진 입장에서도 굉장히 긍정적인 변화이다. 특히 빅타비는 알약 크기도 매우 작아 복용에 부담도 없다. 환자에게 편하게 권유할 수 있다.

최준용 : 빅타비는 국내외 가이드라인에서 초치료 환자를 대상으로 가장 우선적으로 권고되는 대표적인 치료제이다. 또한 B형 간염 동반 여부, HIV RNA 수치 및 CD4 세포 수 정도 등을 확인하는 사전 검사 없이도 당일 처방이 가능하다. 여러 가이드라인에서 진단 당일 치료를 시작하는 것을 권장하는 만큼 오래 걸리는 검사 결과를 기다릴 필요 없이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다.

- HIV 감염인은 약을 평생 먹어야 하기 때문에 장기 치료 측면에서 고려할 부분도 많을 것같다.

최준용 : 감염인 입장에서는 매일 치료제를 복용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보통 우울증이나 알코올 중독처럼 심리적으로 불안하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은 복약 순응도가 저하되지만 HIV 감염인 대다수는 단순히 제 때 약을 먹는 것을 깜박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복약에 대한 중요성을 간과하지 않도록, 감염인들이 매일 빼먹지 않고 하는 일정한 루틴의 앞뒤에 약을 먹도록 지도하거나 주변인의 도움을 받는 방법 등을 권장한다.

칼 코헨: HIV는 평생 치료제 복용이 필요한 질환이기 때문에 감염인들이 10~20년 넘게 장기적으로 투약하더라도 내성이 생기지 않으면서 효과가 잘 유지되고 복약 편의성도 우수해 중도에 복약을 중단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치료제를 선택할 때도 장기 바이러스 억제 효과와 안전성, 내성, 복약 편의성 등을 고려한다. 길리어드는 약물을 설계할 때 이러한 기준을 가지고 치료제 개발에 돌입했고, 빅타비를 출시했다. 빅타비는 3제 복합제로 가장 최근에 개발한 통합효소억제제인 '빅테그라비르' 성분이 들어 있다. 빅테그라비르는 체내 통합효소와 강력히 결합해 내성 장벽이 매우 높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전에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 경험이 없는 HIV 감염 성인 634명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 2건을 5년간 장기 추적한 결과, 빅타비는 바이러스 미검출 98% 이상을 달성하고 꾸준히 유지했다. 또한 내성으로 인한 치료 실패 사례가 단 한 건도 관찰되지 않았으며, 치료 중단율도 1% 미만에 불과했다. 많은 감염인이 오랜 기간 빅타비를 복용해도 컨디션 유지가 잘 되면서, 삶의 일부로 약을 잘 받아들일 수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빅타비는 5년 장기 데이터에서 내성 발현 없이 효과가 잘 유지되었기에 앞으로도 수십 년간 동일한 결과를 가져다주길 기대하고 있다.

최준용 : 빅타비 5년 데이터는 HIV 치료 시 중요하게 여기는 효능, 안전성, 내약성, 내성 장벽 등 모든 측면에서 의료진에게 신뢰감을 주는 결과라고 생각한다. 이미 진료 현장에서도 빅타비의 효능에 대해 체감하고 있었는데, 해당 데이터로 인해 다시 한번 장점을 확인했다.

-국내 HIV 관리 현황을 보다 개선하기 위한 시급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최준용 교수
최준용 교수

최준용 : 무엇보다 조기 진단이 가장 시급한 과제다. 국내 HIV 관리 목표는 UNAIDS의 '95-95-95'를 기준으로 따르고 있다. 한국은 치료율과 바이러스 억제율이 95%에 근접하지만, 진단율은 상대적으로 그에 못 미친다. 조기 진단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핵심 타깃인 HIV 고위험군이 적극적으로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편견과 낙인으로 인해 활발한 검사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HIV 고위험군이 적극적으로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사회적 인식이 좋아지는 게 중요하다.

또한 현재 HIV를 예방하는 PrEP이 시행되고 있지만 제한적인 급여로 인해 국내에서 활발하게 쓰이고 있지 않다. 정부가 HIV가 어느 정도 관리되고 있다고 생각해 예방에 대해 상대적으로 신경을 덜 쓰는 느낌이다. 하지만 HIV는 자칫 방심하면 고위험군뿐만 아니라 그 외로도 퍼질 수 있는 위험을 가진 감염병이기 때문에, HIV가 종식되는 게 최종 목표라면 보다 더 심각성을 가지고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대한에이즈학회, 질병관리청 등 여러 유관 학회, 정부기관이 모여 제2차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관리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이전 대비 개선된 HIV 관리 환경이 조성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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