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춤 전도사 자처하고 나선 이병철 교수
춤 시작하며 8kg 감량…해외 대회도 참가
"의사들 스트레스 극심…해소 창구 필요"

평일에는 하얀 가운을 입고 환자를 진료하지만 주말에는 가운을 벗고 자유로운 ‘댄서’로 변신하는 의사가 있다. 바로 원자력병원 이비인후과 이병철 교수다.

이병철 교수가 처음 춤을 접한 것은 10년 전 한 부부 동반 모임에서 단체로 댄스 스포츠 학원에 등록하면서부터란다. 첫 수업부터 춤의 매력을 느낀 이 교수는 동반 모임 수업이 끝난 후에도 재수강을 신청했다.

학원에서 늘 같은 교습생들과 한정된 음악으로 춤을 출 수밖에 없는 상황에 한계를 느꼈다고. 그런 목마름 속에 발견한 게 바로 동호회 위주로 진행되는 '소셜댄스', 그 중에서도 웨스트 코스트 스윙이었다.

원자력병원 이비인후과 이병철 교수는 자신이 취미로 춤을 시작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사진제공: 한국원자력의학원).
원자력병원 이비인후과 이병철 교수는 자신이 취미로 춤을 시작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사진제공: 한국원자력의학원).

“학원을 그만 두고 살사를 가장 먼저 췄어요. 그런데 지인을 따라 (소셜바에) 갔다가 귀에 익은 팝송에 맞춰 춤 추는 걸 보고 웨스트 코스트 스윙에 빠져들었습니다. 살사나 탱고 모두 리듬에 맞는 곡으로만 출 수 있는데, 웨스트 코스트 스윙은 제한이 없더라구요. 해외에서는 케이팝(K-pop)에도 춤을 출 정도죠. 음악만 들어도 즐거운 게 웨스트 코스트 스윙의 매력이에요.”(웃음)

이 교수는 웨스트 코스트 스윙의 또 다른 매력으로 세계 각지에서 매주 대회나 이벤트가 열린다는 점을 꼽았다. 대회를 주관하는 ‘World Swing Dance Council(WSDC)’는 200여명부터 800여명 넘게 참가하는 대회 등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하고 있다.

이 교도 싱가포르, 호주, 미국(덴버·애틀랜타·시카고), 파리 등 다양한 도시에서 열리는 대회에 참석했단다.

“언어가 달라 말이 통하지 않아도 손을 잡으면 자연스럽게 춤을 추게 되요. 서로 즉흥적으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움직이는 것이죠. 개인적으로는 파트너를 계속 손으로 돌리는 ‘멀티 턴(Multi turn)’을 좋아합니다. 돌리는 바퀴 수가 늘어나 환호 소리가 터져나올 때면 희열을 느껴요.”

이병철 교수는 해외 각국에서 열리는 웨스트 코스트 스윙 대회에도 참석한다(사진제공: 이병철 교수).
이병철 교수는 해외 각국에서 열리는 웨스트 코스트 스윙 대회에도 참석한다(사진제공: 이병철 교수).

스트레스 해소 위해 시작한 춤, 댄서로로의 자각을 이끌다

춤은 이 교수의 삶을 바꿔놓았다. 원래 코딩이 취미였던 그는 춤을 추면서 컴퓨터 앞을 차츰 벗어나게 됐고 운동도 하며 건강도 되찾았다. 실제로 춤을 취미 이상으로 진지한 태도로 즐기고 있다고 했다. 그가 스스로를 ‘댄서’라 여기는 이유다.

“코딩만 했을 때는 병원 진료가 끝나도 밤새 책상 앞에만 앉아 있었죠. 몸을 움직이는 것을 정말 싫어했습니다.(웃음) 그런데 80kg까지 체중이 늘어나면서 당뇨병 전 단계까지 가더군요. 그 때 춤을 추러 갔는데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 춤을 출 때 멋있게 보이고 싶어서 계속 하게 됐어요. 살 빠지는 건 당연했구요.”고 했다.

그는 춤을 단순한 취미 이상으로 생각한다고.

“논다는 생각으로 춤을 추진 않아요.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합니다. 나 자신을 ‘댄서’라는 생각도 갖고 있어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댄서를 두 번째 업으로 삼고 싶어요.”

이병철 교수와 그의 부인이 함께 춤 추는 모습(동영상 제공: 이병철 교수)
이병철 교수와 그의 부인이 함께 춤 추는 모습(동영상 제공: 이병철 교수)

그는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색다른 취미를 찾고 있는 동료 의사들에게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한번 춤에 도전해 보라고 권고(?)했다.

“주변에 보면 최근 새로운 취미를 찾는 의사들이 많아진 거 같아요. 이는 그만큼 많은 스트레스로 힘든 의사들이 많다는 뜻인 거 같기도 합니다. 때문에 의사도 스트레스를 푸는 창구가 필요합니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춤의 매력을 전도했다.

"일단 음악에 맞춰 몸을 움직이기 시작하면 돼요. 몸치라고 해서 두려워할 필요 없습니다. 해외에서는 젊은이들부터 노인까지 전 연령층이 웨스트 코스트 스윙을 즐기기도 하죠. 은퇴 이후에도 오래 출 수 있는 춤이기에 웨스트 코스트 스윙으로 새로운 취미를 시작해보길 추천합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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