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소청과 수련수당 44억 편성…지자체도 수당 지급
대전협 "지원율 제고 영향 無, 국가 책임성 인식 계기"
학회, 수당 필요 공감하지만 "수련 이후 지원도 중요"

정부가 필수의료 인력 양성을 위한 대책 중 하나로 전공의 수련보조수당 지급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임상 현장에서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피과 문제 해결을 위한 당근책으로 수련보조수당 지급도 방법이 될 수 있지만 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것. 국가가 필수의료 전공의의 수련과정을 전부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까지도 제기됐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9일 ‘2024년도 복지부 예산안’을 발표하며 소청과 전공의와 전임의에 대한 수련보조수당을 44억원 편성해 월 100만원씩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저조한 소청과 전공의 지원율을 부양하기 위한 복안이다.

필수의료과목 전공의에게 수련보조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국회에서도 나왔다.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은 저조한 필수의료과 전공의 지원율을 지적하며 대책 중 하나로 2021년 지급이 정지된 ‘전공의 수련보조수당’ 재도입을 요구했다.

전공의 수련보조수당은 정부가 지난 2003년부터 외과, 심장혈관흉부외과, 산부인과 등 국립대병원 기피과 전공의에게 일정 금액을 지급했던 지원책이다. 그러나 수당 지급이 전공의 충원율 제고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 2016년 폐지됐다. 응급의학과도 정부가 응급의료기금을 마련해 월 40만원을 전공의 수당으로 지원했으나 이 또한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로 지난 2021년까지만 지급되고 중단됐다.

하지만 흉부외과와 외과는 수가를 가산해주면서 그 금액 중 일부를 해당 과 인력 충원과 지원에 사용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흉부외과와 외과 전공의에게 수련병원이 지급해야 하는 수련보조수당은 각 150만원, 100만원이다.

이 외에도 육성지원과목 대상 '단기 해외연수 지원사업'과 '외과계 전공의 술기 교육비 지원사업' 등도 시행하고 있다. 육성지원과목은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흉부외과, 신경외과, 비뇨의학과, 병리과, 핵의학과, 가정의학과, 예방의학과, 결핵과다.

지자체도 필수의료 전공의 지원 나서

일부 지자체에서도 지역 필수의료 인력 부족을 타개하고자 필수의료과 전공의에게 '육성수당'이라는 이름으로 수련보조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전라북도는 지난 2022년 12월부터 전북대병원·원광대병원·예수병원에서 근무하는 소청과·흉부외과·외과·산부인과 등 12개 과 전공의들에게 1인당 월 100만원의 육성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강원도도 올해 5월부터 강원대병원·한림대춘천성심병원·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강릉아산병원 소속 내과, 외과, 소청과, 산부인과, 흉부외과 등 10개 과 전공의에게 월 100만원씩 지원하고 있다.

이들 병원은 이러한 지원책을 통해 소수지만 전공의 지원이 늘어나 반색하면서도 지원 시점이 오래되지 않은 만큼 실효성을 판단하기엔 이르다는 반응이다.

전북대병원 관계자는 29일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시범사업 이후 산부인과와 소청과 전공의가 각 한 명씩 더 들어왔다”고 전했다. 원광대병원도 수당이 지급된 지난 3월 이후 외과 전공의가 1명 더 늘었다.

관련 학회들도 이러한 지원책이 전공의 지원율 개선 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한산부인과학회 박중신 이사장은 “수당 지급이 전공의 유인책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산부인과 전공의들에게도 수련보조수당이 지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한외과학회 신응진 이사장도 “정부가 전공의 수련을 지원하는 데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내년부터 소청과 전공의·전임의 수련보조수당을 지원하기로 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했다.

의료계 "수당 필요하지만…전공의 지원율 제고는 '글쎄'"

하지만 수련보조수당 지급만으론 필수의료 전공의 지원율이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전북도 관계자는 “아직 효과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본다”며 “육성수당은 전공의의 사기를 진작하고 의료 인력의 유출을 예방하기 위해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긴 어렵다고 본다. 의사 충원 논의와 함께 지역 환경이 개선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강민구 회장은 “현재와 같은 보조수당 지급은 (필수의료 전공의) 지원율 제고에 별 영향이 없을 것 같다”면서도 “다만 전공의 수련에 재원이 투입돼야 한다는 인식을 정부나 지자체에 심어준 것은 긍정적이다. 전공의 수련의 공공성을 강조한다는 측면에서 보조수당 지급이 보다 확대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공의 지원 제도들이 하나둘 쌓이면, 더 나은 수련 환경을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나영호 회장은 “일부 병원에서는 이미 소청과 전공의 급여를 타 과보다 100만원씩 더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전공의들은 수련 이후 진료환경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한다. 환자 진료와 관련된 장기적·영구적 보상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수당 지급이) 큰 유인책으로 작용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련보조수당을 넘어 국가가 필수의료 전공의 수련 과정을 책임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대한흉부외과학회 정의석 기획홍보위원장은 “수당 때문에 흉부외과에 지원하진 않겠지만 수당으로 전공의 인원을 유지할 수 있다”며 “단순 일회성 지원이라 의미가 없다는 의견도 있는데 금액이 적기 때문이다. 지원금을 더 늘리거나 정부가 전 수련 과정을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정 위원장은 “최근 기껏 흉부외과를 수련했는데 결국엔 개원을 택하더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수련을 받은 의사들에게 의무감이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있는데 그러려면 수당 지급을 넘어 국가에서 수련을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적어도 흉부외과 등 필수의료과는 국가가 수련 과정을 책임져야 한다. 돈 문제를 떠나 시스템을 갖춰야 미래를 바라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소청과·외과·흉부외과 외 필수의료과 전공의 수련보조수당 지급 확대에 대해선 논의가 필요하다며 말을 아꼈다.

복지부 송양수 인료인력정책과장은 “전공의 수련보조수당은 충분한 검토와 논의가 필요한 사항이다. 다른 과로 수당 지급을 확대하는 계획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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