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서 치료 가능 환자, 서울 상급병원 전원 요구 발생
응급의학회 “환자 설득에 애 먹고 있는 응급의료현장”

최근 의료 현장에서는 119 구급차를 불러 이송하거나 서울 상급병원으로 전원을 요청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청년의사).
최근 의료 현장에서는 119 구급차를 불러 이송하거나 서울 상급병원으로 전원을 요청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청년의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부산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옮겨 치료 받은 이후 의료 현장에서는 서울 상급병원으로 전원을 요청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응급의학회는 8일 대한의사협회 1층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대표가 119 응급의료헬기(소방헬기)를 이용해 서울대병원으로 전원된 이후 응급실을 찾은 환자들이 119 구급차를 불러 달라는 등의 요구가 늘어 “애를 먹고 있다”고 토로했다.

응급의학회 이경원 공보이사는 “환자 생명이나 장애가 남을 것 같지 않다면 원하는 병원으로 사설 구급차를 이용해 이송해 왔지만 이번 (이 대표) 사건으로 ‘공짜’인 119 구급차를 타고 가겠다는 환자들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공보이사는 “의사가 탑승할 정도로 중증인 경우 119 구급차를 타야 한다”며 “그런데 이번 사건으로 일반 환자들도 119 구급차를 불러달라고 해 설득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고 했다.

이 공보이사는 “이는 응급의료체계에 대한 문제다. 중증인데 병원을 옮기는 도중에 환자 생명에 지장을 주거나 영구 장애가 남을 수도 있는 일”이라며 “VIP를 떠나 환자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결정해야지 의전서열을 따져서는 안 될 일”이라고도 했다.

이같은 사례는 최근 온라인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급성 담낭염 환자가 지방에서 서울 대학병원으로 전원 요청에 이어 119 구급차를 타고 가겠다고 고집을 부려 “환자와 보호자 설득에 진이 빠질 정도”였다는 글이 올라왔다.

의사로 추정되는 A씨는 “우리 병원에서 수술 가능한데 환자가 원해서 큰 병원 가길 원하는 거라 구급차 이송 대상이 아니라고 사설 구급차를 타고 가야한다고 하니 자기 돈 내고는 못 가겠다고 버티다가 총무팀 불러 겨우 진료실에서 내보냈다”고 말했다.

A씨는 “이 대표가 안 좋은 선례를 남겨 한 동안 진료실에서 서울 쪽 전원 시 구급차로 보내달라는 사람들을 설득할 것 생각하니 한숨만 나온다”며 “우리 병원에서도 수술 가능한데 지방이라고 안 한다고 (서울로) 가는 환자 설득하기도 목 아프다”고 했다.

경상북도醫 “이재명 대표가 빅5병원 선호 보여줘”

의사회는 이번 일로 지역의료 붕괴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상북도의사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지방의료가 죽어 가는 큰 이유 중 하나가 환자들의 무조건적 수도권 선호현상”이라며 “의사가 모자라서도, 의료 수준이 낮아서도 아니고 충분히 지역에서 치료 가능한 경증 질환조차 서울에서 치료 받고자 하는 국민 인식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경북도의사회는 “다름 아닌 이 대표가 빅5병원 선호를 보여줬다. 공공의료를 사적으로 이용한 내로남불의 이기적인 태도도 보여줬다”며 ”오히려 이런 사건을 통해 지방 의료 수준도 서울 못지않다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어 줬다면 지방으로의 환자 분산 효과를 가져와 지역의료 살리기에 크게 기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도의사회는 “민주당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이 대표와 함께 119 구급차와 헬기를 사적으로 유용한 것에 대한 진상규명과 진정한 사과를 하라”면서 “국민의 보건과 지역의료를 위한다면 의료계와 함께 내실 있고 현실적인 책임 있는 의료정책을 만들어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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