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내과전문의 국민의힘 박은식 후보
디테일 부족한 ‘정책 패키지’…“현장 의료진과 논의 必”
지역병원 병상확대·조력존엄사법·의료일원화 등 추진 의지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추진에 국회도 들썩이고 있다. 국민의힘이 총선 모드로 전환 후 꾸린 비상대책위원회에 포함된 지명직 비대위원 2명도 의사 출신이다. 그 중 한 명이 바로 호남 출신의 내과 전문의 박은식 비대위원이다. 박 비대위원은 국힘의 험지인 광주 동남구을 후보로 출마해 호남 공략에 나섰다.

정치를 하고 싶다는 생각보다 고향인 광주에 보답하고 싶어 국회의원 선거에 뛰어들었다는 박 후보의 목표는 “광주의 변화”다. 구도심을 경제발전의 한 축으로 활성화시켜 사람들이 다시 모여드는 활기찬 도시로 변화의 바람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지역의료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학병원 병상 확대도 중점 추진 사업 중 하나다.

박 후보는 청년의사와 인터뷰에서 의대 정원 확대로 인해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는 의료계와 정부가 하루 빨리 대화 국면으로 접어 들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국회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국민 건강과 직결된 만큼 충분히 고민하고 잘 완성된 의료 정책을 제시해 나가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박 후보는 한양의대를 졸업하고 한양대병원에서 내과 전문의를 취득한 뒤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전임의를 거쳐 혜민병원 소화기내과 과장으로 재직했다. 호남대안포럼 공동대표를 맡고 있으며 페이스북에 올린 의료계 문제와 정치적 견해 등이 확산되며 일간지 필진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광주 동남구을 후보로 출마한 국민의힘 박은식 후보는 충분히 고민하고 완성도 높은 의료 정책을 국회 무대에서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청년의사). 
광주 동남구을 후보로 출마한 국민의힘 박은식 후보는 충분히 고민하고 완성도 높은 의료 정책을 국회 무대에서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청년의사).

- 광주 동남구을 출마를 선언했다. ‘호남’ 출신이지만 험지 출마 아닌가. 출마 도전을 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정치를 하겠다는 것 보다 광주에 출마해야겠다는 마음이 컸다. 광주가 처한 현실이 답답해서 나라도 참여해 보자는 의미로 출마하게 됐다. 우리나라가 처한 현실에서 민주당이 추구하는 정책이 옳지 않다고 생각했고 그런 민주당의 정책을 추진해 나가는데 있어 굉장히 많은 지지를 보내고 있는 곳이 호남이다. 국가는 물론 광주 발전도 뒤처지게 만든다고 생각해 출마하게 됐다.

다른 지역 출마는 생각해 본 적도 없다. 아무도 광주 출마를 하지 않으니 중앙에서 인정받은 내가 나서는 걸 보여주면 작은 변화라도 만들 수 있지 않겠냐는 생각이다. 오로지 광주에 변화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출마했다. 나의 정체성을 정치인으로 바꾸겠다는 생각은 지금도 없다.

- 광주에 대한 애정이 크다. 지역구 발전을 위한 공약은 무엇인가.

구도심 살리기다. 무등산 케이블카 건립이 가장 큰 숙원 사업이다. 무등산 케이블카 시설 투자를 이뤄내면 건립 그 자체로도 경제 발전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다. 무엇보다 노약자와 장애인도 무등산의 아름다운 경치를 즐길 수 있다. 무등산 케이블카 출발점을 쇄락한 구도심의 상징인 충장로로 두고 사람들이 구도심을 다시 찾을 수 있도록 상권을 살리는 방향으로 추진할 생각이다. 옛 선교사들의 유적이 많아 예쁜 카페들이 몰려 있는 양민동과 지산유원지, 운림동 중심사 등을 거점으로 케이블카로 연결하는 ‘광주 관광벨트’를 완성하고자 한다. 또 지산유원지 신양파크호텔에 국립현대미술관 분원을 유치하고, 코스트코와 이케아를 유치시켜 상권 살리기에 주력할 계획이다.

- 내과 전문의 출신이다. 지역 의료발전을 위한 공약도 있나.

전라남도 광주 동남을 지역구에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 광주기독병원 등 수련기관 3곳이 몰려 있다. 서울 대형병원들과 경쟁하기 위해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은 병원 증축을 계획하고 있다. 병원 증축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해야 한다. 이를 위한 행정적으로 뒷받침할 계획이다. 병원 증축 자체가 고용 창출로 이어져 경제 발전의 기회가 될 수 있으며 의료의 질도 높일 수 있다. 또 의료복합 클러스터를 만들어 의료기업들과 바이오헬스케어 기업들이 성장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육성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 정부가 지역·필수의료 발전을 목표로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이같은 정부 정책과 그간 추진과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빨리 합의해야 한다. 환자가 불편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선거 유·불리를 따져서는 안 된다. 정치 행태가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 사실 정부에서 제시한 의대 정원 확대 근거 자료들을 보면 2,000명 증원해야 한다는 내용은 없다. 논문 저자들은 500~1,000명씩 천천히 단계적으로 증원해 교육여건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기존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도 취지는 나쁘지 않지만 디테일이 좀 부족하다. 현장 의료진과 상의해 진행시켜야 한다고 본다.

- 정부와 의료계 모두 대화가 필요하다는데 공감하고 있지만 정부는 의대 정원 2,000명을 고수하고 있고 의료계는 원점 재논의를 원하는 만큼 성립되기 어려운 조건이다.

의대별 정원 배분은 2,000명이란 숫자에 끼워 맞춰진 결과다. 대학들이 받을 수 없는 정원 수준이다. 카데바(Cadaver)도 부족하다고 한다. 협의를 위한 개방적이고 유연한 방안을 개발해야 한다. 결국 양쪽이 한발을 양보해야 한다고 본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의료계도 의대 정원 증원에는 찬성한다. 다만 2,000명 증원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다. 앞으로 이런 것들을 고려해야 한다. 나도 과거 의대 정원 증원은 부정적이었으나 정치권에 들어와 보니 1명도 안 하는 건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정도 인력이 늘어나야 바이오 헬스케어 기업으로도 진출하고 다양한 방면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증원은 필요하지만 적정 규모는 과학적 추산이 필요하다.

- 국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오전 긴급기자회견을 열었지만 결국 기존 입장만 반복한 수준에 그쳤다.

(의료계와 대화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도록) 뭐라도 있을 줄 알았는데 아무것도 없었다. 사실 지금 총선에 뛰어든 의사 출신 후보들도 국회의원이 될지 안 될지 확답을 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목소리를 내는데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공약을 말할 수밖에 없는 데 열심히 하면 좋겠지만 효과 측면에서 과연 (목소리에) 힘이 실릴 수 있을 것인지 그런 부분도 아쉽긴 하다.

- 총선을 10일 앞둔 상황에서 지난해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간호사법’ 발의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여당을 향한 ‘포퓰리즘’ 비판도 나온다.

(총선 10여일 앞둔 지금) 물리적으로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다. 보건의료계 모두의 합의가 필요하다. 이미 의료계 뿐 아니라 14개 보건의료단체들이 민주당에서 발의한 간호법에 모두 다 반대를 했다. 선거에 직면해 (입법을) 하기보다 평소에 정책 디테일을 다듬었으면 좋지 않겠나. 좀 더 국민 건강을 향상시킬 수 있는 결과들을 만들어 내야 한다.

- 정부와 의료계 강대강 대치 상황에서 국회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우리는 바꾸는 위치에 있다. 의료계와 정부 협상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결코 파국으로 귀결되는 것은 좋지 않다. 당 차원에서도 마냥 좋은 이슈는 아니다. 오래 가면 마이너스일 수밖에 없다. 벌써 부정적인 평가도 나오기 시작했다. 빠른 시일 내 협상이 필요하고 또 잘 마무리해야 한다. 지금 갈등이 봉합되더라도 상흔이 크게 남을 수밖에 없다. 국회 입성한다면 그렇게 되지 않도록 갈등을 치유하는 방향으로 실타래를 풀어 나가고 싶다.

- 앞으로 추진하고 싶은 의료 정책 방향도 궁금하다.

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발의한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 개정안’(조력존엄사법)도 이번 국회 회기에서 유야무야 됐다(안 의원이 발의한 조력존엄사법은 지난해 12월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심의 안건으로 올랐으나 결국 문턱을 넘기지 못했다). 조력존엄사법도 법률적으로 다듬어 진행해보고 싶다. 의료일원화도 다뤄야 할 이슈다. 더불어 지역에서 직접 발로 뛰며 느꼈던 지역 공약들도 국회 무대에서 펼쳐 보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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