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중단 최대 임상 EURO-SKI 연구 최종 분석 결과 공개
새 예측인자로 전사체 유형 및 말초혈액 조혈모세포 제시

최근 만성기(chronic phase) 만성골수성백혈병(chronic myeloid leukemia, CML) 환자에서 티로신 키나아제 억제제(TKI) 치료를 중단했을 때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지표들이 추가로 제시되며, 최종 치료 목표인 '무치료관해(Treatment free remission, TFR)' 달성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최근 미국임상종양학회지 Journal of Clinical Oncology (JCO)에는 약물 중단 최대 규모 임상시험인 EURO-SKI 연구의 최종 분석 결과(원제: European Stop Tyrosine Kinase Inhibitor Trial (EURO-SKI) in Chronic Myeloid Leukemia: Final Analysis and Novel Prognostic Factors for Treatment-Free Remission)가 공개됐다.

EURO-SKI 연구는 CML 환자들이 깊은 분자학적 반응(deep molecular response, DMR)을 안정적으로 유지한 상태에서 TKI를 중단했을 때 효과를 평가하고, 주요 분자학적 반응(major molecular response, MMR)을 유지하는 데 관련된 요인들을 식별하기 위해 진행됐다.

참여 환자들은 TKI로 3년 이상 치료 받았으며, 국제 기준으로 BCR::ABL1 전사체가 0.01% 이하로 확인된 DMR을 최소 12개월 이상 유지한 상태에서 TKI를 중단했다. 주요 평가지표는 TKI 중단 후 6개월 및 36개월 차에 MMR(BCR::ABL1 ≤ 0.1%) 유지 여부였다.

728명의 평가 가능한 환자 중 434명(61%)은 TKI 치료 중단 후 6개월 차에도 MMR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678명의 평가 가능한 환자 중 309명(46%)은 치료 중단 후 36개월 차에도 MMR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 결과, 긴 TKI 치료 기간(OR = 1.12)과 치료 중단 전 긴 DMR 유지 기간(OR = 1.13)은 6개월차 MMR 유지와 유의한 연관성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BCR::ABL1 전사체 유형도 예측인자로 확인됐는데, 'e14a2'만 있거나 'e13a2'가 함께 있는 환자들은 'e13a2'만 있는 환자들보다 MMR 유지 가능성이 유의하게 높았다(OR = 1.89).

6개월과 36개월 사이에 MMR 유지와 유의하게 연관된 요인으로는 'TKI 치료 기간(DMR 기간은 아님)'과 '진단 시 질병 특성(말초혈액 조혈모세포 비율 및 혈소판 수 등)'이 있었다.

총 36개월의 연구 기간 동안 MMR 유지에 대한 다변량 분석은 ▲TKI 치료 기간(OR = 1.11), ▲TKI로 치료 받는 동안의 DMR 기간(OR = 1.12), ▲진단 시 말초혈액 내 조혈모세포 비율(OR = 0.88), ▲전사체 유형의 독립적 효과를 보여줬다.

6개월차와 마찬가지로 'e14a2'만 있거나 'e13a2'가 함께 있는 환자들은 'e13a2'만 있는 환자들보다 36개월 동안 MMR을 유지할 가능성이 더 높았다(OR = 2.09).

이에 연구자들은 "치료 기간뿐만 아니라 전사체 유형과 진단 시 말초혈액 내 조혈모세포(blasts) 역시 무치료관해를 예측하는 중요한 요소로 고려돼야 한다"고 결론졌다.

한편, 이 같은 결과는 한국인에서 장기간 진행된 약물 중단 연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작년 말 미국혈액학회 연례학술대회(ASH 2023)에서는 이대목동병원 혈액종양내과 이세원 교수가 TKI 치료 중단 후 TFR 개선을 입증한 장기 추적관찰 데이터를 발표했는데, 해당 연구에 따르면 약 10년간 TKI 치료를 받고 6년 이상 DMR을 유지한 환자들은 TKI의 종류와 상관없이 TFR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단변량 분석 결과로는 (위험도를 나타내는) 'EUTOS 점수'와 '10년 이상의 TKI 치료 기간'이, 다변량 분석 결과로는 'EUTOS 점수'가 반응 유지에 대한 유의한 예측인자로 확인됐다.

당시 이세원 교수는 "이 데이터는 10년이 넘는 긴 기간 동안 추적 관찰된 결과로, MMR 역시 6년이 넘게 유지해 온 환자들이 포함됐다"며 "보통은 TKI를 충분히 투여하고 DMR을 달성 및 유지하는 환자의 약 50% 정도만이 성공적으로 치료를 중단할 수 있었는데, 이번 연구 결과로 TKI 치료 기간과 DMR 유지 기간이 길수록 TFR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교수는 "지금까지는 절반의 성공률이다 보니 환자들이 약제를 끊는 것을 굉장히 두려워했는데, 오랫동안 약물 치료를 잘 유지해온 환자에서 성공률이 70% 이상까지 올라갔으니 안심하고 약제 중단을 시도해볼 수 있는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하루빨리 가이드라인을 통한 약물 중단 기준의 정립이 필요하며, 그렇게 된다면 더이상의 약물 치료가 불필요한 환자에서 약물을 끊고 남은 생을 더 잘살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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