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보건의료학회, 탈북민과 보건의료인을 위한 진료 가이드라인 발표

남북 교류·협력에 대비하기 위해 의료계가 북한이탈주민(탈북민)과 이들을 진료하는 보건의료인을 위한 진료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주목된다.

통일보건의료학회는 15일 연세의대 본관 1층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우리나라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10대 가이드라인’, ‘북한이탈주민을 진료하는 보건의료인을 위한 10대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통일보건의료학회 이혜원 대외협력이사는 "북한과 남한의 질병관, 의사-환자 관계, 의료체계의 특징이 다르다"며 "이에 탈북민 진료에 있어 상호 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가이드라인 제작 배경을 소개했다.

이혜원 이사는 “북한의 2차병원, 인민병원 급이라도 하더라도 진단에 필요한 장비가 많지 않다. 이에 결핵을 진단할때도 현미경을 이용하는 실정”이라며 “그렇기에 의료의 형태도 촉진, 시진, 신체검사와 문진을 통해 질병을 판단한다. 이에 검사에 비해 상담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 이사는 또 “북한에서는 고려의학, 즉 우리나라의 한의학이 많이 사용되고 두 학문을 함께 사용하는 방식에 환자들이 익숙해져 있다”면서 “그러다 남한에 오게 되면 많은 차이를 느끼게 된다. 이 때문에 불만을 갖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의료원에서 탈북민을 진료할 때 질병관, 문화 차이 등을 많이 느꼈다는 이 이사는 사용하는 용어의 차이부터 질병, 약물에 대한 경항성 차이까지 탈북민 대상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에 통일보건의료학회는 지난 1980년부터 2017년까지 통일보건의료 문헌을 모두 분석하고, 실제 탈북민을 진료한 의료인과 탈북민의 입장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청취하기도 했다.

통일보건의료학회 전우택 이사장은 “가이드라인은 당장에 남한에 있는 탈북민에 적용하는 것 뿐만아니라 북한과 실질적 교류가 이뤄질 때에도 훌륭한 가이드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북한 주민과 남한 의료진을 교육하는 현실적인 필요성 뿐아니라 통일을 대비하는 입장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이사장은 특히 가이드라인 발표에 그치지 않고 후속작업으로 진료현장에서 가이드라인이 잘 적용될 수 있도록 해설서, 사례집, 용어집을 만들겠다고도 했다.

한편, 통일보건의료학회가 발표한 보건의료인을 위한 10대 가이드라인은 ▲북한 이탈 주민은 증상의 정도로 질환의 경중을 판단하곤 한다 ▲신체의 증상이 심리적 어려움과 관련 있는지 확인하라 ▲ 삶의 이야기를 들어달라 ▲증상 호소 표현을 잘 이해해달라 ▲꼼꼼한 문진과 신체검사를 시행하라 ▲의사-환자 사이의 신뢰관계가 치료과정에 큰 영향을 준다 ▲올바른 생활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구체적 행동 지침을 내려야 한다 ▲약의 효능과 효과발현 시점을 환자의 눈높이에 맞춰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약물 오남용 및 과용의 위험성을 설명해야 한다 ▲환자의 건강보험 자격을 확인해야 한다 등이다.

탈북민을 위한 10대 가이드라인에는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아라 ▲올바른 건강습관을 유지하라 ▲몸이 아픈 것은 삶의 여건이나 주변 환경에 큰 영향을 받는다 ▲마음이 아프면 몸에 병이 없어도 아플 수 있다 ▲정확한 정보가 빠르고 확실한 치료를 이끌어 낸다 ▲신뢰할 수 있는 의사에게 꾸준히 치료를 받는 것이 좋은 치료결과를 이끈다 ▲증상이 바로 없어지지 않는다고 치료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약이 효과를 나타내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보약도 많이 먹으면 독이 된다 ▲의료 이용 정보에 대해 확인하라 등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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