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돈규 적정진료관리실장 “하루아침에 달라지지 않는다”

정부가 처음 실시한 ‘의료서비스 환자경험평가’ 결과가 공개되자 중앙대병원에 문의가 쏟아졌다. 총 6개 영역 중 5개 영역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한 문의였다.

중앙대병원은 상급종합병원과 500병상 이상 종합병원 총 92개소를 대상으로 진행된 환자경험평가에서 병원환경을 제외한 나머지 영역 모두 1위를 차지했다. 간호사 서비스 93.75점, 의사 서비스 89.90점, 투약 및 치료과정 90.14점, 환자권리보장 88.42점, 전반적 평가 91.06점으로 평가 대상 92개 기관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유일하게 1위 자리를 놓친 병원환경 영역에서도 90.22점으로 9위에 올랐다.

중앙대병원이 이처럼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꾸준함’에 있었다. 현장을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문제점을 찾아 개선해 왔다. 환자경험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비결을 묻는 질문에 중앙대병원이 “특별한 건 없다”고 말하는 이유다.

중앙대병원은 지난 2007년부터 환자만족도 조사를 실시해 왔으며 2016년부터는 환자경험평가와 유사한 형태로 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공유하고 문제점을 개선해 나갔다. 특히 환자들이 퇴원하기 전 설문조사를 진행해 개선점을 찾고 퇴원한 후에도 담당 간호사가 직접 전화해 안부를 묻고 상황을 확인하는 ‘해피콜 서비스’도 실시하고 있다.

직원들이 환자 중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내기도 한다. 중앙대병원은 ‘고객감동제안’이라는 제도를 통해 환자의 편의성을 제고하는 아이디어를 모아 현장에 반영하고 있다. 매달 좋은 아이디어를 낸 직원에게 포상도 한다.

고객만족(Customer Satisfaction, CS) 강사제도도 2008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CS 강사를 양성해 각 부서별 교육을 진행하고 현장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의사와 환자 간 의사소통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진료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피드백을 주기도 한다.

출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제1차 환자경험평가 결과'

중앙대병원 김돈규 적정진료관리실장(재활의학과)은 13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환자경험평가에 대비해 특별히 준비한 건 없다고 했다. 의료서비스를 이용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평가였기에 병원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하기도 어렵다. 그렇기에 평소 하던 대로 했다는 게 김 실장의 설명이다. 환자경험평가에 대비해 컨설팅을 받는 병원도 있었다.

김 실장은 “경영진이나 담당 부서에서 환자경험평가를 준비하고 대책을 마련한다고 해도 병원 직원 전체가 따라와 주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며 “한두 번 교육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달라지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전체 직원들이 합심해서 이뤄낸 결과다. 병원에는 환자를 직접 보는 의사와 간호사 외에도 검사실에서 검사를 하는 사람, 병원 환경을 관리하는 사람까지 모든 직원들이 환자를 만난다”며 “특정 한 분야만 신경 쓴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환자 중심 병원이 되기 위해 환자들의 목소리를 많이 듣고 문제를 찾아 개선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 왔다고 했다.

김 실장은 “환자 중심, 환자와 소통하는 병원이 되기 위해 신경을 많이 써 왔다”며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두 번에 걸쳐 환자 600~800명을 대상으로 외래 환자 만족도 조사와 입원환자 경험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접점 부서에 전달해 개선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환자를 진료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해서 피드백을 주는 것도 환자와 소통하기 위해서였다”며 “상황별 영상을 만들어 환자를 어떻게 대하는 게 좋은지 등을 교육하기도 한다”고 했다.

중앙대병원은 특히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직원들을 위해 ‘마인드 힐링’ 전문심리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직원이 행복해야 환자들에게도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기존에도 진행하고 있던 상담을 좀 더 체계화해 올해 3월부터 ‘마인드 힐링’ 제도로 공식화했다.

김 실장은 “직원들이 행복해야 고객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심리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마인드 힐링’ 프로그램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인터뷰 내내 “다른 병원에서 하지 않는 걸 우리만 특별히 한 건 없다”고 했다. 다만, 평가를 위한 ‘벼락치기’가 아닌 몸에 밸 수 있도록 꾸준히 해온 게 중앙대병원의 ‘비결’이라고 했다.

김 실장은 “겉으로 보이기 위한 활동이 아니라 현장에 제대로 반영돼 환자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신경을 쓰고 있다”며 “이번 환자경험평가에도 그런 부분이 반영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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