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사들 “약침도 주사제…불법 주사제 제조 행위에 면죄부 주는 셈” 반발

오는 9월부터 시행될 ‘원외탕전실 평가인증제’을 둘러싸고 한약사들의 반발이 거세다.

원외탕전실은 의료기관 외부에 별도로 설치돼 탕약, 환제 등을 조제하는 시설이다.

보건복지부는 한약 조제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오는 9월부터 이곳의 시설, 운영 조제과정 전반을 평가하고 인증을 부여하는 ‘원외탕전실 평가인증제(원외탕전실 인증제)’을 실시한다(관련기사 : 한약 안전관리 나서는 복지부…‘원외탕전실 평가인증제’ 9월 시행).

그러나 한약사들은 원외탕전실 인증제가 관리감독 강화를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불법 주사제 제조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격이라고 지적하며 폐기를 주장했다.

대한한약사회는 성명을 통해 “약침은 대한민국 약전에 의거 명백한 주사제”라며 “그러나 복지부는 약침을 한약추출물(약침제)을 ‘주사기를 통해 경혈에 주입하는 치료법’으로 정의함으로써 약침도 의약품이라는 사실을 교묘하게 가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약사회는 “주사제가 초래할 수 있는 위험성을 고려하면 반드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통해 사전에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 받고 제약시설에서 생산해야 한다”며 “(원외탕전실 인증제 시행은) 복지부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불법제조 의약품, 주사제의 임상시험을 주도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한약사회는 “(인증제 시행으로 인해) 원외탕전실에 고용돼 한약을 조제하는 한약사는 ‘국가가 보장하는 무허가 의약품’을 앞장서 제조하는 입장이 됐다”며 “이 부정행위에 대해 조제관리책임자라는 굴레를 쓰고 양심적, 도덕적, 법적 책임을 감당해야할 상황에 처했다”고도 했다.

한약사회는 “보건의료인으로서 한약사의 양심을 걸고 눈앞에 닥친 유래 없는 전국민 대상 무허가 주사제 임상시험을 막기 위해 복지부에 요구한다”며 “복지부는 급조한 원외탕전실 인증제를 즉각 폐기 또는 연기하고 원외탕전실에서 약침제를 불법으로 제조할 수 없도록 하라”고 강조했다.

한약학과 학생들도 원외탕전실 인증제에 반발하며 1인시위, 폐지 촉구 집회를 열었다.

무더위 속에서도 90명의 한약학과 학생들이 지난 13일 보건복지부 앞에서 원외탕전실 인증제 폐지를 촉구하는 집회에 참여했다.

이들은 "약침의 일종인 봉침으로 인해 피해자가 사망하는 의료사고까지 발생하면서 원외탕전실 인증 기준에 관한 논란이 더 거세지고 있다"며 "약침은 주사제지만 단순히 치료법의 일종으로 분류되면서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생산되고 환자들에게 투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렇다보니 약침은 제약회사가 아닌 원외탕전실에서만 연간 30만개 이상 생산돼 전국의 한방병원과 한의원으로 공급되고 있다"며 "불법의 온상인 원외탕전실 제도 자체를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회에 참여한 한 학생은 “국민의 건강을 책임져야하는 복지부가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원외탕전실 제도를 인정하고 오히려 인증마크까지 부여하려 하냐”며 “당당하고 떳떳한 한약 조제 전문가가 되기 위해 학업에 충실해 왔으나 이제는 인증제 기준에 따라 불법적인 일을 해야할 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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