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국회 토론회서 임종기 돌봄에 대한 정책적 대비와 지원책 마련 필요성 강조

국민 10명 중 8명이 병원에서 사망하는 현실에 맞게 국가차원의 임종기 돌봄 모형 개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1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 주최로 열린 ‘급성기병원 임종기 환자의 생애말기돌봄 심포지엄’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이같이 주장했다.

고려대구로병원 가정의학과 최윤선 교수는 “지난 2017년 통계청의 사망원인통계를 보면 의료기관에서 76.2%의 국민이 사망할 만큼 병원 사망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며 “모든 임종기 환자는 질 높은 돌봄을 받을 권리가 있지만 그러나 (우리나라에) 질 높은 임종기 돌봄의 부재로 사회적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그렇기에 우선적으로 대다수 임종이 일어나고 있는 급성기병원의 임종기 환자에 대한 질 높은 생애말기돌봄 모형개발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생애말기 돌봄을 위한 의료적 돌봄의 필수 요소에 대해 의료이용자와 의료제공자 모두가 공감하고 동의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 도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김대균 교수는 생애말기 돌봄의 질 향상을 위한 일본, 호주, 영국 등의 사례를 소개하며 국가 차원에서 질 높은 임종기 돌봄 모형을 개발해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고령화와 출산율 저하에 따라 전 세계가 임종기 돌봄에 대한 고민을 일찍부터 시작해왔으며, 관련 연구를 통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영국은 지난 2008년 NHS에서 질 높은 생애말기돌봄을 위해 통합적인 전략을 담은 ‘End of Life Care Strategy’를 발표했다. End of Life Care Strategy에는 급성기에서 어떻게 임종기로 전환할 것인지, 지역사회로 생애말기 돌봄을 어떻게 연장시키고 퇴원을 어떻게 시키며 지역사회와의 연계 부분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

일본은 지난 2007년 종말기 의료의 결정 프로세스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한 것은 물론 모든 의사에 대한 완화케어 연수를 시행하는 등 의대 학부교육 과정부터 완화케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김 교수는 “국내 병원사망의 현실을 보면 임종 가능성에 대한 통보가 대개 사망 수일전에 이뤄지고 의학적인 상태 설명에 그친다. 심리사회적 지지나 임종교육은 부재한 게 현실”이라며 “임종환자 돌봄에 대한 교육이나 수련 경험이 전무하다보니 의료진들도 그 시간을 부담스러워하고 힘들어 한다”고 토로했다.

김 교수는 그러나 “질 높은 돌봄과 배려가 결여된 임종기 돌봄은 결국 의료진과 병원에 대한 실망감과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지금이라도 보건복지부 등이 중심이 돼서 사회적 합의를 기반으로 적절한 가이드라인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병원협회 양문술 총무이사도 “임종하는 사람을 일주일에 두세번씩 보고 웰다잉(Well-dying)에 공감대를 갖고 있지만 요양병원에도 임종기를 앞둔 환자라 생각되면 이송해버리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는 공감대는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부분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양 이사는 “신경외과 의사가 된 지 15년이 됐지만 관련 학회가 있다는 이야기도 들어본 적이 없으며 관련된 교육을 받아본 적도 없다”면서 “기준을 마련하고 의료진에 대한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의료질향상학회 염호기 부회장은 “환자들이 병원에서 나오는 미역국도 의료의 질이라고 하는 마당에 편안하게 죽을 수 있는 권리도 분명히 보장돼야 한다”며 “먼저 개념을 바꿔야 한다. 임종기를 질병을 가진 환자가 마지막에 보이는 경과로 간주하고 정당하게 이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가도 정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모형 마련과 더불어 실제적으로 임상 현장에 잘 적용되기 위해서는 정책적, 경제적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고려대 구로병원 이청우 임상강사는 ”(질 높은 임종돌봄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합당한 리워드가 주어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임종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병원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 박수경 팀장도 “임종기 (병상으로) 1인실을 활용하는 것에 대해 건강보험 적용 뿐 아니라 서비스에 기반한 임종 수가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영국처럼 거창하지 않아도 범정부적인 차원에서 전략을 마련하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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