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검사법에 근거 없는 문제제기 이어지면서 의료현장 ‘혼란’
김미나·성흥섭 교수 “질 관리 해온 진단검사체계, 한국의료 보호하는 무기”

대구에서 폐렴 증세를 보이다가 사망한 17세 고교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파장은 컸다. 코로나19 검사의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의료계 내에서도 나왔고 이는 폐렴 환자 기피 현상으로 번졌다.

영남대병원은 17세 환자가 사망하기 전 12차례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는 모두 음성이었다. 하지만 사망 당일 실시한 마지막 검사에서 음성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한 수치가 나와 ‘미결정’ 판정을 내리고 질병관리본부에 확인 요청을 했다. 질병관리본부와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에서 동시에 검사를 진행했으며 모두 음성으로 결과가 일치했다.

불똥은 다른 폐렴 환자에게 튀었다. 의료기관을 찾은 폐렴 환자가 코로나19 검사에서 1차로 음성이 나와도 이를 믿지 못하고 추가 검사를 요청하는 일들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폐렴 환자를 받길 꺼려하는 의료기관들이 늘면서 오히려 대형병원 응급실로 몰리는 현상도 생겼다.

코로나19가 아닌 다른 질환자들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진단검사법에 대한 근거 없는 불신은 많은 환자들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만난 서울아산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김미나 교수와 성흥섭 교수도 국내 코로나19 진단검사법의 신뢰도에 대한 문제제기들이 대부분 의혹 수준에 그친다고 일축했다. 특히 검체 채취부터 최종 진단을 내리기까지 모든 과정이 코로나19 진단검사에 포함되지만 진단시약을 이용한 RT-PCR 검사에서 나온 수치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민관 진단검사전문가로 구성된 ‘코로나19 진단검사관리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진단검사관리위는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 9명과 질병관리본부 소속 2명으로 구성됐다. 김 교수는 대한진단검사의학회 메르스대응TF 팀장을 지냈다.

- 해외에서 한국 코로나19 진단검사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 등 전 세계 47개국에서 한국 진단시약 수입 관련 문의와 요청이 들어왔다고 한다. 하지만 신뢰도에 대한 의구심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김미나 교수

김미나: 진단검사의학 전문의로서 우리나라 진단검사 대응체계가 코로나19 대유행을 극복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어 자부심을 느낀다. 그동안 코로나19 진단검사법의 신뢰도에 문제가 있다는 보도들이 있었지만, 전문가들은 검사법에 믿음을 갖고 있었기에 일종의 해프닝으로 끝나버리곤 했다. 그런데 최근 영남대병원에서 17세 환자가 코로나19에 의한 사망일 수 있다고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이 환자는 코로나19 진단검사에서 최종 음성으로 확인됐지만 의료계에서도 폐렴 환자를 진료할 때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믿어도 될지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폐렴 환자들이 치료를 제 때 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 영남대병원에서 폐렴 증세로 사망한 17세 환자에 대해서는 ‘코로나19 음성’으로 최종 결론이 내려졌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영남대병원 검사실 오염 논란이 있었다.

성흥섭: 진단검사 결과를 확인하고 검사실 오류 검증에 조사단의 일원으로 참여했다. 워낙 진단검사의 전문적인 분야이고 모든 의심을 배제하기 위해 까다로운 검증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의미전달이 어려웠는데 이 자리에서 간략히 정리하고자 한다.

질병관리본부는 미결정 상태의 검체에 대한 확인요청이 들어왔을 때 바이러스분석과를 통해 확인검사를 실시했다. 그리고 동시에 진단검사의학회 COVID-19 대응TF를 통해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에도 의뢰해 독립적으로 검시를 진행했다. 검사실 3곳의 결과가 음성으로 일치해 최종적으로 음성임을 확인했다.

문제의 원인을 찾고자 코로나19 진단검사관리위를 소집해 영남대병원의 검사결과와 3개 기관의 검사결과를 검토했다. 영남대병원은 환자가 입원했던 기간 동안 13차례 검사를 실시해서 음성이었고, 마지막 검체인 소변을 3가지 제품을 사용해서 검사했을 때 2개는 음성이었는데, 키트 한 개에서 코로나19 특이유전자 두 개 중 한 개에서만 약양성이 나왔다. 이런 검사오류는 민감도가 매우 높은 ‘실시간 역전사중합효소연쇄반응(Real time reverse transcription polymerase chain reaction, rRT-PCR, qRT-PCR)’ 검사법으로 장기간 많은 검체를 검사하는 검사실에서는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RT-PCR 민감도 높아 생기는 오류, 미결정 검사 결과 검증하는 체계 마련돼 있어

- 검사 오류가 생기는 이유는 무엇인가.

성흥섭: 제일 흔한 원인은 일부 유전자의 오염이고 그 외 검사 키트나 장비의 오류 등이 있다. 이런 검사실 오류가 발생할 때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가 결과를 판독하고 해석한 뒤 문제를 해결하고 검증해 결과를 보고한다. 이번 영남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검사실의 책임전문의는 (17세 환자의) 소변 검체 결과를 믿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검증의 단계에서 질병관리본부에 확인요청을 했다. 그리고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엄정한 검증절차를 거쳐 코로나19가 아닌 원인불명폐렴으로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 영남대병원 검사실에서 발생한 오류의 원인은 규명되었나.

서울아산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성흥섭 교수

성흥섭: 질병관리본부 발표가 있던 다음날인 3월 20일 질병관리본부와 진단검사의학회 COVID-19 대응TF가 조사단을 꾸려서 영남대병원 현장 점검을 갔다. 조사단에는 질병관리본부 3명과 학회 TF 2명 등 5명이 참여했다. 영남대병원 검사실에서 실시한 코로나19 검사 5,000여건의 결과를 검토했을 때 정확한 판독이 이뤄졌고, 질 관리도 잘 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문제의 검체를 검사한 날 발생한 일과성 검사 오류라고 판단해 검사실에 코로나19 유전자가 오염됐을 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해 검사실 표면에서 검체를 채취했다. 그리고 질병관리본부에서 코로나19 rRT-PCR 검사를 실시했고 모두 음성이었다. 3일 만에 조사를 종결하고 영남대병원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재개했다.

이처럼 진단검사의학회는 질병관리본부와 공조체계를 갖추고 코로나19 진단검사의 질을 보증하고 있다. 영남대병원 사례에서 보듯이 이 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의료인들 뿐 만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진단검사에 대해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이번 사례의 가장 큰 문제는 원인불명 폐렴 환자들이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을 끝까지 배제하지 못해 평상시 수준의 진료를 받지 못한다는 데 있다.

코로나19 검사 불신에 제대로 치료 못받는 원인불명 폐렴 환자들

김미나: 동의한다. 호흡기내과 전문의들은 국내 폐렴 환자의 유병률과 치명률을 생각할 때 코로나19로 인해 진단과 치료가 지연되는 상황에 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응급실에 내원한 폐렴 환자들은 코로나19 진단검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별도 구획에 격리돼 보호구를 착용한 의료진에 의해 진료를 받는다.

신속하게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실시할 수 없는 중소형 의료기관은 폐렴 환자를 진료할 수 없다. 때문에 대학병원에 폐렴환자를 전원할 때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해 음성 결과를 확인하고 보낸다. 그런데 최근 진단검사에 대한 불신으로 코로나19 검사를 두 번 실시해 음성이 놔야 환자를 받을 수 있다고 하거나 아예 받지 못한다고 하는 기관도 있다.

반대로 이번 사례처럼 코로나19 환자가 병상 대부분을 점유한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코로나19가 아니라는 이유로 입원이 지연되는 등 폐렴 환자 진료에 차질이 우려된다. 이제는 코로나19 이외의 폐렴 환자 진료도 평상시처럼 이뤄지도록 의료체계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도 코로나19 진단이 신속하고 정확하게 이뤄지는 게 필수적이며 진단검사에 대한 신뢰도 중요하다.

-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부터 민간 진단검사기관에 대한 정도 관리를 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

성흥섭: 질병관리본부와 진단검사의학회는 2015년 메르스 사태에서 검사실 대응을 위해 공조체제를 갖췄으며 이후 5년간 검사실 대비와 대응을 준비해왔다. 대한임상검사정도관리협회, 대한임상미생물학회와 협력해 왔다.

우선 메르스 때 진단시약의 긴급사용승인제도 도입 필요성을 절감하고 질병관리본부의 감염병진단관리과의 탄생과 함께 이 제도를 추진했다. 코로나19 초기부터 긴급사용승인을 위한 진단시약 기준을 제시하고 객관적인 질 검증을 담당해서 신뢰할만한 품질의 제품들이 신속하게 시장에 진입하도록 했다. 또 이 제품으로 검사를 실시할 진단검사의학과 검사실의 자격요건을 제시하고 검증해 개별 검사실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의 질을 유지하도록 했다.

코로나19 검사가 이뤄지는 검사실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검사 지침 정립, 검사법 및 검사실 안전관리 교육, 검사실을 운영하는 책임전문의들을 위한 문제해결 Q&A, 신빙도 조사사업 등을 하고 있다. 신종감염병 진단검사의 질을 보증하는 총체적 체계를 미리 계획하고 있었고, 코로나19 진단검사가 첫 결과물이다.

질병관리본부와 함께 민관이 코로나19 검사실적 대응을 공조하는 진단검사관리위원회를 구성해 급변하는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진단검사체계가 유연하게 작동하도록 하고 있다.

김미나: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미국미생물학회(American Society for Microbiology) 회장이 전체 회원에게 서한을 보냈다. 코로나19 진단검사 자원이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와 현재까지 대응방안을 설명하고 미국 의회에 신속한 입법과 지원을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무엇보다 다음 신종감염병의 유행이 닥칠 것을 대비해서 모든 대응을 기록하고 검토해야 한다고 천명한 점이 감명 깊었다. 우리가 2015년 메르스를 먼저 겪고, 준비한 진단검사체계가 지금의 대한민국 국민과 의료체계를 보호하는 최고의 무기가 됐다. 코로나19 이후 검사실 대비와 대응은 한층 발전할 것이다. 앞으로 어떤 신종감염병 위기가 오더라도 진단검사는 전문가들에게 믿고 맡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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