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수연 기자의 히포구라테스

병원에서 의사와 간호사는 ‘원팀’이다. 서로 손발을 맞추며 환자를 살리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그러던 이들이 ‘간호법’ 등장 이후 병원 밖에서 ‘원수’처럼 싸우고 있다. 그리고 서로를 향한 비난이 도를 넘고 있다. 그 중심엔 이들을 대표하는 단체인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간호협회가 있다.

현재 간협 홈페이지에는 ‘의사가 아니라 장례전문가, 낙선운동지도사, 약자 코스프레 전문가, 파업지도사, 무관심 지도사, 연기 지도사로 부르자’는 문구가 캠페인처럼 메인 화면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국민 여러분, 의사 집단이기주의에 회초리를 들어달라”는 호소문도 발표했다. 간협은 “의사면허는 성범죄 등 어떠한 일을 저질러도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며 의료법 개정(의료인 면허취소법)에 반대한다고 했다.

대한간호협회 홈페이지 메인 화면 캡처
대한간호협회 홈페이지 메인 화면 캡처

이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의사들은 “도를 넘었다”며 분개했다. 성범죄 의사를 옹호한 적이 없다고도 했다. 면허취소법 적용 대상을 성범죄 등 중대범죄로 제한해야 한다는 게 의협 입장이기도 하다.

회초리를 들어 달라는 간협에 의협은 ‘몽둥이’로 맞섰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오는 16일 오후 2시 서울시청 앞에서 열리는 ‘400만 보건복지의료연대 총파업 결의대회’에 참석해 달라는 문자를 회원들에게 보내며 ‘간협에 몽둥이를!’이라는 문구도 함께 보냈다.

의협 비대위가 운영하는 네이버 카페에도 간협 홈페이지 메인 화면과 함께 “도를 넘어선 비난에 분노가 치민다. 16일 오후 1시 서울시청역으로 모이자. 간협에 몽둥이를!”이라는 내용이 공지사항으로 올라와 있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운영하는 온라인 네이버 카페 캡처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운영하는 온라인 네이버 카페 캡처

‘간협에 몽둥이를 들자’는 문자를 받은 한 의사는 “의협이 보낸 메시지에 황당했다. 몽둥이를 들자니…의사인지, 조폭인지 모르겠다. 이 문구가 왜 잘못됐는지 인식은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간호법 제정 촉구 또는 반대 집회에서는 이보다 더한 비난이 쏟아진다. 간호법이 국회를 통과하든, 통과 못하든 의협과 간협이 서로를 향해 쏟아낸 비난은 상처로 남을 수밖에 없다.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이 본사업으로 전환돼도 간호사를 케어코디네이터로 채용할 의사가 있겠느냐는 말도 공공연하게 나오는 상황이다. 전문가 집단이라고 강조하기 전에 양쪽 모두 전문가 집단다운 모습을 보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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