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수호 전 대한의사협회장

최근 모 일간지에 서울의대 ‘김윤’이라는 교수가 ‘대한민국 의사는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칼럼을 실었다. 매우 가소로운 내용이라 일일이 반박하거나 구구절절 설명하기도 싫지만,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 몇 글자 남긴다.

그의 글을 대충 읽어보니 대한민국 의사는 미국을 포함한 OECD 어느 나라 의사보다 GDP 대비 수입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보험수가가 낮다고 투정을 부린다는 뭐 그런 내용이다.

주수호 전 대한의사협회장
주수호 전 대한의사협회장

한 가지만 지적한다. 김윤의 칼럼이 실린 바로 그 신문에, 김윤의 칼럼이 실리기 불과 몇 주 전에, 한림대 연구진이 국제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이 소개됐다(김윤 교수는 그 신문에 칼럼을 게재할 뿐, 신문은 읽지 않는 모양이다. 쓰지만 말고 좀 읽어라). 기사에 의하면 한국의 1시간 최저임금 대비 진찰료 비율은 1.37배로 모든 연구 대상국들의 평균인 4.02배보다 크게 낮았다. 특히 미국은 최저임금대비 진찰료 비율이 10.34배로 모든 나라 중 가장 높았다.

3시간 대기 3분 진료로 요약되는 박리다매가 아니면 의료기관이 유지될 수 없는 초저수가 체계에서 대한민국 의료는 위태위태하게 유지돼 왔다. 의사들이 몸을 갈아 넣으며 지탱해 온 덕분이다. 그러나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마저 의사들에게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는 지경에 이르니, 의사 사회에는 ‘더 이상 몸 갈아 넣는 보험진료는 사양하겠다’는 풍조가 만연하고 있다. 상황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소위 의료관리한다는 댁들은 도대체 뭘 관리하고 무슨 대책을 세웠는가.

하나만 묻자.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아니면 김윤 본인의 ‘한방에 대한 입장’은 뭐냐는 거다. 필자를 포함한 대한민국 임상의사 거의 대부분은 한방행위는 유효성은 물론이고 최소한의 안전성조차 객관적인 검증을 거치지 못한 것으로, 국민 건강에 백해무익하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한의사 제도를 당장 폐지할 수 없다면 최소한 한방 건강보험은 국민에게 선택권을 주어야 한다. 백해무익한 한방행위에 급여되는 수조원의 건강보험료를 치료효과가 명백한데도 건보 재정이 부족하여 급여하지 못하는 의료 행위에 사용하는 것이 의료관리 측면에서 옳지 않은가. 그런데 댁들은 그런 의견을 단 한번이라도 피력한 적이 있나. 한방에 대한 입장 하나 제대로 밝히지 못하는 주제에 대한민국 보건의료제도가 어쩌니 저쩌니 나대지 말라.

대한민국 의사는 무엇으로 사냐고? 가벼운 봄 옷차림의 군중 속에 100일 연속 당직 후 홀로 두꺼운 겨울옷 입고 집에 다니러 가는 후배에게 물어보면 알 수 있을 텐데, 왜 안 물어보나. 일주일의 결혼 휴가를 위해 2주 내내 당직서고 당일 아침에야 결혼식 준비를 시작했던 당신들 동기에게 물어보면 알 텐데, 왜 안 물어보나.

대한민국 의사는 무엇으로 사는지, 당신은 모르는 것 같지만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오히려 우리가 궁금한 것은 서울의대 의료관리학 교수들은 무엇으로 사는지다. 필자가 보기에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들은 좌파 정권이나 좌파 세력에 기생하며 곡학아세를 실천하는 것이 삶의 지향인 것 같다. 의료계 선배로 점잖게 충고하는데, 대한민국 보건의료정책에 대해 가볍게 입 놀리기 전에 댁들이 밀어붙였다가 실패한 여러 정책들에 대한 반성문이나 작성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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