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수가협상단, 의원 유형 수가 5% 인상 목표
의과 원가보전율 기본진료 87%, 수술 69% 수준
“건보 누적 흑자 24조원, 수가 인상에 투입해야”

그 어느 때보다 난항이 예상되는 2024년도 요양급여비(수가) 협상에서 대한의사협회는 ‘인상률 5%’가 목표다. 지난달 열린 의협 정기대의원총회에서 대의원들이 권고한 수치이기도 하다. 의원 유형 수가 인상률은 3%를 넘기 힘든 현실에서 ‘5%’는 ‘터무니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의협 수가협상단은 “원가 보전을 위해서는 5% 인상으로도 부족하다”며 향후 협상 과정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가입자단체들을 최대한 설득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수가 인상에 필요한 추가소요재정(밴드)는 2조원은 돼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진행된 수가협상에서 최종 확정된 2023년도 추가소요재정은 1조848억원이었으며 의원 유형 수가 인상률은 2.1%였다.

의협 수가협상단은 지난 18일 의협 출입기자단과 가진 간담회에서 “건강보험 진료만으로도 경영이 가능해야만 안정된 의료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다”며 “의원급 의료기관 역할과 건강보험 지속가능성을 감안해 합리적인 인상률이 필요하다고 설득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의협 수가협상단은 이날 공단과 1차 협상을 진행하기도 했다. 통상 1차 협상은 ‘탐색전’ 차원에서 짧게 끝나지만 이날은 1시간 넘게 걸렸다. 의협 수가협상단 부단장인 조정호 보험이사는 “1차 협상이 이례적으로 오래 걸렸다. 그만큼 견해차가 크다는 것이다. 녹록지 않다”고 했다.

대한의사협회 수가협상단은 지난 18일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2024년도 수가 협상 방침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대한의사협회 수가협상단은 지난 18일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2024년도 수가 협상 방침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청년의사).

“의원급 진료비 상승, 오미크론 대응 적극 참여 결과”

지난해 의원급 진료비가 전년 대비 22% 이상 증가했다는 점도 협상에서는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의협 수가협상단에 따르면 2022년도 의원급 진료비는 전년도 대비 22.6% 증가했다. 행위료 기준 증가율은 23.4%다. 바뀐 법과 제도로 인해 급여 대상이 늘면서 생긴 건강보험 진료비 증가분을 뺀 행위료 순진료비 증가율은 22.6%다.

하지만 의협은 코로나19 대응으로 인해 생긴 일시적인 증가라고 했다. 오미크론 변이가 유행하면서 의원들이 신속항원검사(RAT)나 코로나19 진료에 적극적으로 나선 결과라는 것이다.

조 이사는 “코로나19 진료비는 특수상황에서 발생한 비용이며 국고로 지원해야 하는데도 건강보험 재정을 사용했다. 그 비용이 진료비에 고스란히 반영됐으며 이 부분은 공단도 동의하고 있다”며 “의원급 진료비 증가율이 22.6%지만 코로나19 관련 진료비를 빼면 절반 정도는 빠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단도 지난해 의원급 진료비 증가율은 13~14% 정도로 인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 이사는 “MRI 검사 급여 적용 등 비급여의 급여화가 진행됐고 이같은 법과 제도로 인한 건강보험 진료비 증가는 (제도 개편) 첫해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코로나19 관련 진료비를 제외한 의원급 진료비 증가율 14%도 대부분 과거 비급여였던 진료가 급여권으로 진입하면서 통계에 잡힌 허수로 보인다”고 했다.

백재욱 보험자문위원도 “지난해 진료비 증가율이 높은 이유는 코로나19 관련 진료비와 보장성 강화 정책에 따른 부분으로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한 부분이 오히려 수가 인상에 걸림돌이 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같은 이유로 원가보다 낮은 수가를 그대로 놔둘 수는 없다고 했다. “원가보전을 위해서는 5% 인상으로도 부족하다”는 게 의협 수가협상단 입장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2019년 발표한 ‘3차 상대가치 개편을 위한 회계조사 연구’ 결과, 의과 기본진료 원가보전율은 86.7%이며 수술은 68.8%, 처치는 72.9% 수준이다.

대한내과의사회 강창원 보험부회장은 “작년과 올해 물가인상률이 5% 수준이고 보건의료노조에서 올해 임금 10.73%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며 “의협 대의원들은 최소 물가인상률 수준의 수가 인상을 요구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결정했고 그 뜻을 존중해 5% 수가 인상 필요성을 협상 과정에서 최대한 설득해 나가겠다”고 했다.

“건보 누적 흑자 24조원, 수가 인상에 투입해야”

수가 인상에 필요한 추가소요재정 규모를 결정하는 공단 재정운영위원회 논의 과정에 공급자단체도 참여해야 한다고도 했다. 재정운영위는 가입자단체와 공익대표로만 구성된다.

강 부회장은 “공급자단체에서 요구한 공단 재정운영위 위원 참여 요구가 수용되지 않은 점은 매우 유감”이라며 “재정운영위 추가소요재정 결정은 건강보험 재정과 상관 없이 보험료 인상 부담감을 이유로 2% 내외의 심리적 상한선 내에서 결정됐다. 수가 협상이라는 타이틀에 맞도록 건강보험 한 축인 공급자가 배제된 상태에서 가입자의 일방적 논리로만 설정되는 밴드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불합리한 수가협상 구종 대한 해답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의협은 추가소요재정 규모 등이 불합리하게 결정되면 협상을 중단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건강보험 누적 흑자 24조원을 수가 인상에 투입해달라고 했다.

의협 수가협상단장인 김봉천 대외협력부회장은 “경제가 어렵기 때문에 국민이 내는 부분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현재 남은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하는 게 맞다”며 “현재 누적 흑자 24조원인데 이 재정을 수가 인상에 투입해 공급자단체나 가입자단체의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개원의들의 경우 수가 인상이 수입과 직결되는 부분이며 수가 인상의 복리 효과가 회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 등을 고려해 집행부에서는 최종적으로 수가 협상 참여를 결정했다”며 “대한개원의협의회를 포함한 일부 회원들의 우려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협상에 임하는 공단 태도와 재정운영위의 불합리한 추가소요재정 결정 등을 예의주시하면서 협상 중단까지도 염두에 두고 협상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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