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
정책 지원만큼 사회적 인식 개선 필요 강조
실효적 대책으로 "소청과도 미래 있다" 보여줘야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이 스스로 간판을 내리겠다고 한 지 3개월이 지났다. 소아청소년과의사회의 '폐과 선언'은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노키즈존 학술대회'에는 소청과 전문의 수백 명이 몰렸다. 소아청소년과는 정부가 추진하는 '필수의료 살리기' 대책 첫머리에 올랐다.

하지만 여전히 수많은 전문의가 '의사 때문에 아이가 다쳤다'는 항의와 수천만원이 넘는 보상 요구 속에서 하루하루 버틴다. 온라인에는 "그 병원 이상하다"는 근거 없는 비방이 오간다. 99명이 호평해도 나머지 1명이 남긴 비난에 의료기관 평판이 좌우된다.

그리고 그 "마지막 한 명의 비난"에 전문의들은 마음을 다치고 진료를 포기한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이 "우리 사회가 의사를 좀 더 존중해야 한다"고 인식 개선을 강조하는 이유다. 임 회장은 지난 21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의협 출입기자단과 만나 소청과 현안을 짚으며 이같이 말했다.

몇천원 수준 진료비를 감내하다 수천만원 소송이 걸리는 한 아무리 "아이를 사랑한다는 이유 하나로" 동네를 지켜온 의사라도 "더 이상 아이를 진료하고 싶지 않다"고 '포기'를 꿈꾸고 '소청과 탈출을 위한 학술대회'를 찾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임 회장은 "소청과는 오로지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온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성인 진료와는 다른 소아 진료의 매력 때문에 턱없이 낮은 보상을 감수하고 진료하고 있다"며 "더이상 말도 안 되는 비난과 매도는 없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사가 있기에 우리 사회가 아무리 큰 사고와 상처 속에서도 삶의 희망을 품을 수 있다. 오직 사명감으로 현장을 지키는 소청과 의사를 존중해달라"고 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지난 21일 대한의사협회 출입기자단과 인터뷰에서 소청과 회생을 위해 국민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청년의사).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지난 21일 대한의사협회 출입기자단과 인터뷰에서 소청과 회생을 위해 국민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청년의사).

정부와 정치권에 실효성 있고 근본적인 대책 수립 마련도 촉구했다. 지난 3월 임 회장의 '폐과 선언' 후 소청과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높아졌지만 정부 대책은 이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 회장은 지난 30년간 소청과가 인내한 만큼 이제 "공은 정부에게 넘어갔다. 소청과 인프라가 다시 살아나고 동네 소청과 의원부터 대학병원까지 다시 설 수 있을지는 전적으로 복지부와 기획재정부 등 정부 손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임 회장은 "30년 동안 월급은 오르지 않고 수입은 10년 전보다 28%가 줄어든 직장을 계속 다니겠다는 직장인은 없다"고도 했다.

최근 여당인 국민의힘이 소청과 문제 해결을 위해 출범한 테스크포스에 기대를 보냈다. 임 회장은 여기서 소청과는 물론 소아외과·소아안과·소아마취과 등 소아 진료 세부 분야 문제를 함께 다뤄 "유·소아 청소년 의료 인프라를 조속히 정상화하고 근본부터 철저히 바꿔 100년 이상 가는 튼튼한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저출생이 고착하면서 소청과 투자는 비효율적이라는 시각에는 "소청과는 투자 자체가 전무하다시피 하다"고 반박했다. 더 이상 소청과 투자가 필요 없다는 말은 "불도 자주 안 나는데 소방서가 왜 필요하느냐"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렇게 "소청과는 미래가 없다"고만 강조하면 젊은 의사들이 소청과를 지원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동네 의원부터 대학병원까지 아우르는 대책을 수립하고 "소송 걱정 없이 진료하며 합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을 때" 젊은 의사들도 소청과에서 미래를 보고 다시 찾을 거라고 했다.

의료계 차원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했다. 지난 7년 소청과 의사회장으로서 일하며 "내가 세상을 바꾸는 노력을 한 만큼 세상은 바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면서 산적한 의료계 현안 해결은 결국 "의사 한 사람 한 사람이 현안에 조금 더 관심을 두고 힘을 합해야 가능하다"고 했다.

임 회장은 의사가 보다 존중받고 환자와 신뢰를 회복하려면 의료계도 자포자기해선 안 된다며 "소청과 의사회장으로서 의사가 존중받고 온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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