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법무법인 반우 김주성 변호사
'비의료인 주도면 무조건 사무장' 법리 뒤집어
"당국 과잉 규제나 행정 편의주의 극복해야"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비의료인이 의료법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했다는 사실만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소위 '사무장병원'을 운영했다며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A의료법인 이사장이 대법원까지 온 끝에 무죄 취지 선고를 받았다.

1심과 2심(원심) 모두 유죄 선고한 사건이 대법원에서 뒤집히긴 어렵다. 게다가 A의료법인 사례는 그동안 다른 의료법인을 사무장병원으로 기소·처벌해 온 근거였다. 이런 '중요 사건'을 맡아 낮은 확률을 넘어 무죄 취지 파기환송 결정을 이끌어낸 데는 법무법인 반우 역할이 컸다. 반우는 이미 1심과 2심 유죄 선고가 내려진 뒤인 대법원 상고 과정부터 참여했다.

반우는 '비의료인이 의료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했다'는 주도성 법리 적용 자체가 옳지 않다는 의견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그간 개인형 사무장병원과 의료생협 사무장병원을 처벌한 논리를 분별 없이 의료법인 의료기관까지 적용했다는 지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를 수용해 의료법인형 사무장병원의 새로운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판결만 바꾼 것이 아니라 그간 비판 없이 쓰던 논리까지 바꾼 결정이다.

청년의사는 지난 20일 반우 김주성 변호사를 만나 이번 판결 의미에 대해 들었다.

청년의사는 지난 20일 법무법인 반우 김주성 변호사를 만나 그간 의료법인 의료기관에 적용됐던 사무장병원 처벌 논리의 문제점과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의미에 대해 들었다(ⓒ청년의사).
청년의사는 지난 20일 법무법인 반우 김주성 변호사를 만나 그간 의료법인 의료기관에 적용됐던 사무장병원 처벌 논리의 문제점과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의미에 대해 들었다(ⓒ청년의사).

-1심과 2심 모두 유죄를 선고한 사건인데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종전 법리를 비판적으로 고찰하고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지금까지 주도성 법리는 비의료인이 의료기관 개설·운영 주도권을 실질적으로 소유했다면 사무장병원이라고 판단했다. 개인형 사무장병원을 규제하기 위해서 처음 성립한 논리다. 그런데 이 논리가 의료생협 의료기관에 적용되고 다시 의료법인 의료기관으로 넘어오면서 조금씩 왜곡됐다.

의료법인도 의료기관 개설 권한이 있다. 그런데 '비의료인이 만들면 다 사무장병원'이라는 시각으로 접근하니 적법한 병원조차 비의료인이 관여한다는 사실만으로 사무장병원으로 몰렸다. 따라서 의료생협과 의료법인 차이조차 고려하지 않고 종전 기준 그대로 의료법인에 적용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고 대부분 받아들여졌다. 물론 대단히 논쟁적인 주제다. 이번 전원합의체 선고도 대법관 의견이 8대 5로 갈렸다.

- 의료법인 형태를 고려해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제시한 새로운 기준은 뭔가.

의료법인 설립 과정에서 기본 재산이 충실하게 출연됐는지 그리고 의료기관에서 나오는 수익이나 재산이 지속적으로 외부에 유출돼 의료의 공공성을 해하는 수준에 이르렀는지다. 단순히 단기적인 횡령 배임이 발생한 수준이 아니라 자본 유출이 상당 기간 지속적으로 진행돼 의료업을 할 수 없는 수준이어야 한다. 이는 설립 단계부터 기본 재산이 출연되지 않은 것과 동일하다고 봤다.

-반우는 3심부터 재판에 참여했다. 이유는.

비슷한 사례를 몇 건 변호하고 있다. 의료법인에서 오랫동안 문제 없이 의료기관을 운영했는데 갑자기 사무장병원으로 기소된 사례들이다. 2건은 무죄 선고도 받았다. 이 사건들 재판 과정에서 살펴보니 검찰의 기소 근거가 바로 이 A의료법인 원심 판결이었다. '대구고등법원에서 유사한 사례에 유죄를 선고한 선례가 있다'는 것이다. 첫 번째 사건이 유죄가 되니까 다른 사건도 유죄가 되는 구조였다. 아예 근본부터 파고들어 법리를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려면 기소와 판결 근본이 되는 이 중요 사건을 이겨야 했다.

- 이 같은 사례를 변호하면서 느낀 가장 큰 문제가 뭔가.

제도적으로 의료법인도 의료기관 개설이 가능한데 주도성 법리를 따르면 사무장병원이다. 대법원 전합도 이 점을 지적했다. '수범자로 하여금 어느 행위가 허용되고 어느 행위는 금지되는지 알 수 없게 한다'는 부분이다. 현장이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어제까지 문제없다가 오늘 갑자기 문제가 생기고 이 병원은 괜찮은데 다른 병원은 사무장병원이라고 한다.

정상적으로 운영하던 의료기관이 한순간에 수사 대상에 오른다. 수사하고 기소하고 재판하는 과정에서 병원은 폐업한다. 요양 급여 청구가 안 되니 직원 월급도 못 준다. 한순간에 이상한 병원이 되는 거다. 사기죄에 더해 손해배상 청구까지 들어온다. 이번 사건 병원도 결국 폐업하고 법인 재산도 경매로 넘어갔다.

- 그러나 사무장병원이 불러온 폐해를 막으려면 더 강하게 규제하고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무장병원은 오랫동안 규제 사각지대에 존재해 왔다. 국가는 의사에게 면허를 주고 이를 통해 요양기관을 개설하도록 한다. 면허와 요양기관 개설을 거쳐 의료행위가 이뤄지므로 국가의 통제가 작동한다. 사무장병원은 이 면허 체계를 잠탈한다. 국가가 이를 감독할 수가 없다. 그러니 사무장병원은 엄격하게 처벌해야 하고 그 개설을 규제하고 감독해야 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사무장병원의 폐해가 반드시 사무장병원이라서 발생한다고 볼 수는 없다. 일반적인 의료기관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다. 이번 대법원 전합 보충 의견도 지적한 점이다. 무면허 진료나 허위청구가 난무하는 병원은 규제하는 게 맞다. 하지만 무면허 의료행위는 그에 대한 처벌 규정이 별도로 존재하고 요양급여 문제는 건강보험법으로 따져볼 문제다. 그런데 오로지 사무장병원이고 사무장병원으로 의심된다는 이유로 합법적 행위조차 위법하다고 평가한다.

- 이런 문제의식이 사법 현장에 더 공유될 수 있을까.

최근 사무장병원이라도 업무방해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사무장병원이더라도 개별적인 의료행위는 보호받을 가치가 있다는 판단이다.

사무장병원은 개설의 문제다. 의료법 위반과 관련됐다. 그러나 병원에서 이뤄진 의료행위는 건강보험법에서 관장하는 영역이다. 사무장병원 요양급여 비용이 개설자 명의 계좌로 들어오지만 그 본질은 의사가 한 의료행위이므로 보존해 줘야 한다.

규제도 마찬가지다. 개설 단계 위험을 방지하는 규제는 타당하지만 이를 넘어서서 위험성 없는 행위까지 위법하다고 평가하면 과잉 규제다. 개별적으로 위법성을 평가해 환수하거나 처벌해야 한다. '사무장병원이니까 모두 위법이고 모두 처벌한다'는 논리는 규제를 위한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일 따름이다.

- 관점에 따라 의료행위 가치가 더 신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볼 수도 있겠다. 한편으로 대한의사협회는 의료법인 설립도 의료인만 가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사가 만드는 의료법인이라면 의무법인인데 법무법인처럼 의무법인 제도도 고려해 볼 만하다. 다만 의료법인은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고 시설을 설립해야 한다. 자본력을 못 갖춘 의사는 진입하기 어렵다.

의료법인은 비영리성을 전제로 의료 공급자 지위를 부여한다. 의료법인을 통해 나온 수익은 법인에 유보하므로 개인이 수취할 수 없다. 사업 제약도 있다. 그렇다고 '비영리성을 제거한 의무법인'을 정부가 수용할 가능성도 낮다. 이 점도 고려해야 한다.

- 이번 판결로 사무장병원으로 규제 가능한 범위가 축소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법원 판결 반대 의견도 이 점을 지적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우려다. 그러나 대법원이 보충 의견에서 말했듯 규제는 입법 영역이다. 실제로 의료법인 관련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제도가 정비되고 규제 방법도 꾸준히 나왔다. 이제 의료법인은 가족이나 친족 인사가 의석 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할 수 없다. 의료법 제34조 10항이 추가됐고 이를 근거로 환수 조치도 가능해졌다.

의사가 면허를 발급받고 의료기관을 개설하고 허가받아 운영하며 그 위법 행위에 대해서는 자격정지와 시정 명령, 면허 취소라는 처벌 체계가 있듯 의료법인도 그에 걸맞은 체계가 있다. 이를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규제 당국도 의료법인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인식하고 법을 만들고 판례를 형성하고 있다. 이런 과정 없이 비의료인이 주도했다는 이유로 무조건 사무장병원이라고 판시하고 모든 의료행위를 무효로 만드는 건 규제 선후를 고려하지 못한 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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