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료원 35곳 손익계산서 들여다보니
5곳 중 1곳 손실보상에도 수십억원대 적자
“공공의료 강조하지만 공공병원 살릴 정책無”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병상을 비웠던 지방의료원들이 손실보상 지원이 중단되면서 경영난에 빠졌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병상을 비웠던 지방의료원들이 손실보상 지원이 중단되면서 경영난에 빠졌다.

지난 3년간 코로나19 대응에 ‘올인’해 온 지방의료원들이 그로 인해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코로나19 손실보상금 지원이 끊긴 지 오래지만 진료 실적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팬데믹 이후 지방의료원을 찾는 환자가 급격히 준 탓이다. 코로나19 환자를 보느라 다른 병원으로 보낸 일반 환자들도 돌아오지 않고 있다.

이는 지방의료원 경영지표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청년의사가 보건복지부 ‘지역거점공공병원 알리미’에 공시된 손익계산서 등을 분석한 결과, 지방의료원들은 코로나19 손실보상금으로 겨우 버티고 있었다. 그리고 지급되는 손실보상금이 줄자 경영 상태도 악화됐다.

병상가동률 반토막, 적자 규모 4배 이상 커져

지방의료원 35곳은 코로나19 이전 평균 병상가동률 80%대를 유지했지만 2022년에는 44%로 반토막 났다. 의료수익도 줄어 2022년 5,491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최근 5년 사이 가장 큰 적자로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1,314억 적자)보다 4배 이상 늘었다. 그나마 코로나19 손실보상금 등 의료 외 이익으로 6,478억원이 보전돼 당기순이익은 874억원 흑자였다. 하지만 의료 외 이익도 2021년(8,913억원)보다 2,436억원 줄었다. 2021년도 당기순이익은 3,808억원이었다.

코로나19 손실보상금이 줄면서 지방의료원 5곳 중 1곳은 당기순이익도 적자였다. 한 해 동안 손실보상금이 제대로 지급됐던 2021년 지방의료원 35곳 중 당기순이익 적자인 곳은 단 2곳 뿐이었다. 하지만 감염병전담병원 지정이 해제되고 손실보상금이 줄기 시작한 2022년에는 전체 지방의료원의 20%인 7곳이 당기순이익도 적자였다. 환자 진료로만 이익을 낸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의료 외 수익이 없이는 적자를 피할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지방의료원들은 감염병전담병원 해제 후 6개월 또는 12개월간 지급해 온 회복기 손실보상도 중단된 올해에는 경영 상태가 더 나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직원 월급을 제때 줄 수 있을지 걱정하는 목소리도 늘었다.

보건복지부 지역거점공공병원 알리미 공시 자료
보건복지부 지역거점공공병원 알리미 공시 자료

손실보상에도 지방의료원 7곳 적자…흑자였던 곳도 “근근이 버틴다”

단일 기관으로는 가장 많은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한 서울의료원도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한 해 동안 72만8,000명이 서울의료원에서 진료를 받았지만 2022년에는 그 수가 51만3,000명으로 줄었다. 올해도 월평균 환자 수가 4만9,000명으로 팬데믹 이전으로 진료 실적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의료원은 2022년 의료손실만 814억6,900만원(적자)이었으며 코로나19 손실보상까지 줄면서 당기순이익도 268억8,800만원 적자였다. 서울의료원은 지난 2022년 5월 30일 전담병원 지정이 해제되면서 1년간 진료 정상화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전담병원 지정 해제 당시 38.5%였던 병상 가동률이 올해 4월 기준 61.0%까지 회복됐다. 하지만 추가 지원 없이는 올해도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서울의료원 외에도 2022년 당기순이익 적자인 지방의료원은 ▲부산의료원(-36억8,600만원) ▲경기도의료원 의정부병원(-33억7,800만원) ▲삼척의료원(-1억4,200만원) ▲청주의료원(-28억원) ▲천안의료원(-2억1,500만원) ▲울진군의료원(-6억9,300만원)이다.

지난해 흑자였던 지방의료원들도 경영 상태가 나쁘기는 마찬가지다. A의료원장은 “지금까지 코로나19 손실보상금으로 근근이 버텼지만 올해는 이마저도 바닥이 났다. 직원 월급을 어떻게 줘야 할지 막막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B의료원장은 “공공병원들이 직원 월급도 주지 못했을 때가 있었다. 근데 지금 그게 정상이라고 보고 다시 그 길로 가고 있는 것 같다”며 “이러다가 모든 공공병원이 망할 수 있다. 기로에 서 있다”고 했다.

예견된 적자…“공공의료 강화한다면서 공공병원 지원책 없어”

이는 예견된 상황이기도 하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지난해 9월 지방의료원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진료실적을 회복하려면 4.3년(52개월)이 걸린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에 오는 2026년 상반기까지 4년간 추가 손실보상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관련 기사: "코로나19 전 회복 4년 걸린다"…직원 월급 고민하는 공공병원들).

공공병원에 지급된 코로나19 손실보상금이 실제 피해를 입은 금액보다 적다는 분석도 나왔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은 지난 6월 전담병원으로 지정됐던 공공병원 35곳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팬데믹 3년 동안 1조5,598억 의료손실을 입었지만 손실보상 지급액은 1조5,737억원으로 138억원 가량 부족하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공공병원 35곳이 코로나19 여파를 회복하려면 5년은 필요하다며 이때까지 발생하는 의료손실이 1조1,243억원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담병원 지정 해제 이후 최대 12개월간 회복기 손실보상이 지급된 이후 추가 지원은 없는 상황이다. 전담병원 지정 해제 이후 지급된 회복기 손실보상금은 총 2,900억원이다.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 조승연 회장(인천시의료원장)은 “전담병원 해제를 공공병원 중심으로 먼저했다. 그러면서 빈 병상에 대한 손실보상금 지급이 중단됐다”며 “공공병원들이 코로나19 환자의 70~80%를 봤지만 손실보상은 제대로 받지 못했다. 지방의료원들 중 직원 월급 줄 돈이 없는 곳도 많다”고 했다.

조 회장은 “현 상황에서 지방의료원들이 코로나19 이전으로 진료 실적으로 회복하려면 4년 이상 걸릴 것 같다”며 “공공의료를 강화한다고 하면서 정작 기존 공공병원들을 지원하는 정책은 없다. 공공정책수가도 지방의료원 같은 공공병원에는 적용하기 힘들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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