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한자리의원 노동훈 원장(대한비뇨의학회 홍보위원)

필자는 지난 1982년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에 입학했다. 일자리를 얻기 위해 대도시로 이동하는 ‘이촌 향도’ 현상에 따라 인구 대도시 쏠림 현상이 나타나던 시기였다. 당시 대구는 매일 새로운 집을 짓고, 도로를 닦고 학교를 만들었다. 지금은 상상할 수 없지만 한 교실에 70명씩, 그것도 모자라 2부제, 3부제 수업을 했다. 한쪽은 수업을 듣고 다른 곳엔 교실을 지었다. 도시 인구와 산업 과밀화로 주택 부족, 교통 체증, 환경 오염 등의 문제를 해결하던 시절이다.

대한요양병원협회 노동훈 홍보위원장
대한요양병원협회 노동훈 홍보위원장

더 과거로 시계를 돌려보자. 전쟁 후 허허벌판인 나라. 100년 내 재건이 불가능하다고 했던 나라에서 선진국 대열에 당당히 진입한 나라가 됐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몇 안 되는 자랑스러운 나라를 만든 전후 베이비부머 세대가 이제는 65세 이상 고령자가 됐다. 고령자 문제는 심각하다. 모든 분야에서 1등을 달리는 대한민국답게 고령화 속도도 세계 최고다. 오는 2025년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차지하는 초고령 사회가 된다.

많은 사회 현상의 근원에는 인구구조가 있다. 필자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던 시절 주택과 학교, 도로, 상하수도, 통신 등 다양한 사회기반 시설을 갖추었듯, 이제는 고령자에 맞게 사회 기반시설을 갖춰야 한다. 정부도 문제의 심각성을 파악해 대책을 세우고 있다. 요양병원의 의료 기능 강화, 일차의료와 장기요양 방문 진료 시범사업, 요양원, 주야간보호센터, 방문요양, 방문목욕, 방문간호 등 다양한 고령자 정책을 실시 중이다.

정부는 오는 2027년까지 시군구당 1곳 이상 재택의료센터를 확충하고, 방문 간호를 활성화하는 등 장기요양-의료 연계를 추진한다. 초고령 사회에 대비해 익숙한 지역사회에서 건강하게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지역 의료-돌봄 서비스를 연계해 통합 지원하는 사업이다. 고령자의 다양한 욕구를 고려해 문화와 여가를 고려한 사업도 준비 중이다. 일본은 분절된 형태가 아니라 통합되고 연속된 개호보험으로 비용을 낮추고 효율을 높였다고 한다.

주요 내용으로 요양병원(시설) 입원 경계 선상에 있는 고령자를 대상으로, 의료-돌봄-요양 등 관련 서비스 연계체계를 구축한다. 고령자 건강관리를 통해 삶의 질을 높인다. 장기요양, 일상지원 사회서비스, 방문건강관리 등 기존 서비스 우선 연계 후 추가 서비스를 개발·제공한다. 방문의료를 통해 지역사회 내 의료접근성 강화를 위한 재가의료 서비스도 확대한다. 하지만 모든 내용은 정부 주도다. 민간의 참여가 부족하다.

의정부 편한자리의원과 시니어사업단은 민간 최초로 ‘의료-요양-돌봄의 통합 서비스’를 제공한다. 9년간 요양병원을 운영했던 의사와 주야간보호, 요양원 경험자 등이 모였다. 정부 주도 모델과 민간 모델은 시행착오를 나누고 의견을 공유해 장점은 발전시키고 단점은 보완해야 한다. 초고령 사회는 불과 2년밖에 남지 않았다. 정부와 민간의 역량을 총결집해 초고령 사회의 해법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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