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염 ZERO 한국①] 질병청 '제1차 관리 기본 계획' 발표
세부 과제에 'C형간염 국가건강검진 도입' 추진 포함
"국내 바이러스 간염, 관리율과 치료율 저조…갈 길 멀어"

세계보건기구(WHO)가 바이러스 간염 퇴치를 천명하며 2030년까지 전세계 B형 및 C형 간염의 신규 감염을 90% 줄이고, 바이러스 간염으로 인한 사망을 65%까지 감소시킨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한 가운데 한국 정부가 최초로 이를 위한 로드맵을 공식 발표해 주목된다.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로드맵에는 대한간학회가 10년 가까이 주장해 온 C형간염 선별검사의 국가검진 도입 등도 포함됐다. C형간염 국가건강검진 도입은 현재 보건복지부 국가건강검진위원회 검토를 앞두고 있다. 이에 본지는 2회에 걸쳐 질병청이 발표한 바이러스성 간염 관리 로드맵의 구체적인 내용과 향후 C형간염 국가건강검진 도입에 예상되는 장애 요인 및 대응 방안을 살펴봤다.

질병관리청 감염관리과 양진선 과장은 지난 21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간학회 컨퍼런스(이하 'APASL STC 2023') 정책 세션에서 '제1차 바이러스 간염(B형·C형) 관리 기본 계획(2023~2027년)'을 발표했다.

이날 양 과장 발표에 따르면, 국내 바이러스성 간염 발생률(2022년 기준)은 B형간염이 인구 10만 명당 0.64명, C형간염이 16.12명으로 나타났다. C형간염의 경우 WHO가 목표로 제시한 인구 10만 명당 5명을 크게 웃도는 상황.

유병률의 경우 B형간염은 1995년 국가예방접종 도입으로 전반적으로는 감소 추세에 있지만(1980년 7.2%에서 2021년 2.7%로 감소) 예방접종 도입 이전 세대인 40~60대의 경우 4~5% 내외로 여전히 높은 상태다. C형간염은 전체 연령에서의 항체양성률은 0.7%이지만 50대 이상에서는 약 1% 이상으로 높아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관리율과 치료율에 있어서는 개선의 여지가 더 명확하다. 2018~2020년 평균 B형간염 관리율과 치료율은 각각 39.4%, 67.3%로 WHO 목표인 90%와 80%에 비해 특히 저조하다.

C형간염의 경우에는 관리율과 치료율이 각각 65.5%, 56.8%로 B형간염에 비해서는 상황이 좀 더 양호하지만, 이 역시 WHO 목표인 90%와 80%에 크게 밑돈다.

양 과장은 "B형간염은 백신이 있어 예방이 가능하고, C형간염은 백신은 없지만 직접작용제(Direct acting antivirals, DAA)의 개발로 사망률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WHO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내 암 사망률 2위인 간암은, 특히 사회경제적 활동이 많은 40~50대에서 사망률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간암의 원인을 찾아보면 만성바이러스 간염이 약 70% 이상 차지하고 있어, 바이러스 간염에 대한 질병 부담이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1차 로드맵, '예방-진단-치료' 아우르는 전주기적 관리 계획 담아

양 과장은 이날 바이러스 간염 관리를 위해서는 '예방-진단-치료'를 아우르는 전주기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B형간염의 경우 완치가 불가능하고 현재 사용중인 치료법이 악화 방지에 있어 약 50~65% 효과를 낸다는 점에서 '치료' 부분에, C형간염은 백신이 없고 조기발견이 힘들다는 점에서 '예방'과 '진단'에 부분에 좀 더 집중된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날 발표된 '제1차 바이러스 간염(B형·C형) 관리 기본 계획(2023~2027년)'은 4개 추진 전략과 12개 세부과제로 구성됐다.

가장 먼저 선제적인 간염 '예방' 관리를 위해 ▲B형간염 주산기 감염 예방관리를 강화하고 ▲적극적으로 간염 예방에 대한 교육과 홍보를 시행하며 ▲철저한 의료안전 및 혈액안전 관리를 추진한다.

주산기감염 사업대상자의 적극 발견 및 관리를 통해 B형간염 1~3차 완전접종률을 관리(95% 이상으로)하고, '세계 간염의 날(매년 7월 28일)'을 활용한 집중 홍보 및 대상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홍보를 시행하며, 안전한 의료환경 조성을 위한 투약 준비 과정 관련 지침 마련과 핵산증폭검사(NAT)로 감염된 혈액을 미리 선별 수혈 부작용을 조사 등 국가혈액관리체계를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다음으로 능동적인 간염 환자 발견·관리(진단)를 위해 ▲C형간염 국가건강검진 도입을 추진하고 ▲지역 기반 간염 발견·관리 체계를 마련하며 ▲감시 체계를 통한 미치료자 관리를 강화한다.

양 과장은 "최근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 2034년에야 C형간염 퇴치가 가능할 것으로 분석됐다"며 "그 원인은 C형간염 치료율 감소(2019년 60.5%2020년 53.0%)로 나타나, 환자 조기발견을 위한 선별검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2018년에도 C형간염 선별검사의 국가건강검진 도입이 추진된 바 있었지만, 검진 기준 및 질 관리반(검진항목평가분과) 평가 결과 질병 부담 및 비용효과 등 근거 불충분으로 좌초된 바 있다"며 "질병청은 대한간학회의 도움으로 그간의 시범사업(2020년)과 타당성 분석 연구(2021년)를 통해 근거 보완이 필요했던 항목에 대한 근거자료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질병청은 40~65세를 대상으로 평생 1회 검진항목에 C형간염 항체(일반, 정밀) 검사를 도입하는 안을 제시했다. 단, 검진 기간은 WHO의 2030년 C형간염 퇴치 목표 달성을 고려해, '5년 또는 6년'에 한정해 일몰성 사업으로 추진한다.

해당 안은 현재 세 차례에 걸친 검진 기준 및 질 관리반 검토를 완료하고 복지부에 제출됐으며, 전문분과위원회의 검토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양 과장은 "만일 C형간염 선별검사가 국가건강검진 항목에 포함된다면, 항체양성자를 대상으로 검진 결과를 통보할 때 확진 검사(RNA) 등을 독려하고 치료로 연계하는 노력도 반드시 필요하다"며 "특히 타 지역보다 유병률이 높은 지역 등 지자체별 특성을 고려해 바이러스 간염 관리 대상자 발굴 및 치료 연계 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역학조사서에 '진단 후 치료' 항목 외 '현재 치료 여부(치료 중, 치료 종료, 미치료)' 내용을 추가해 미치료자를 확인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세 번째로 정부는 인구집단별 간염 '치료' 연계 체계화를 위해 ▲국가 및 민간 검진 사후관리 연계 체계와 ▲특수집단(북한이탈주민, 주사용 마약사용자, 교정시설 수용자 등) 대상 치료 연계 체계를 구축한다.

특히 교정시설 수용자의 경우 정기건강검진 내 C형간염 항체 및 확진 검사를 추가하고, 감염자 대상 초빙 진료 및 투약치료를 제공하며, 완치를 확인하는 등의 방안이 제시됐다.

마지막으로는 이 모든 것들이 포괄적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간염 관리 기반 강화로 ▲포괄적인 국가 간염관리체계와 ▲관계부처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국제협력 및 공조를 강화하며 ▲연구개발(R&D) 투자를 강화한다.

포괄적인 국가 간염관리체계 구축을 위해 질병청 내 퇴치추진단 및 외부전문가, 관련 학회 정책자문위원회 운영을 통해 거버넌스를 정립하고, C형간염 국가건강검진 도입 및 치료제 본인부담금 완화 검토를 위해 복지부와, 간염 검진 사후관리를 위해 법무부 및 병무청 등과 협력 체계를 구축한다.

또한 글로벌 간염 퇴치 목표 이행을 지원하는 국제기구·단체와 국제협력 및 공조를 강화하고, 국제간학회 참여 등 각국 전문가와 교류 및 소통하며, 만성 B형간염 바이러스 재활성화 제어기술 등 치료 기술을 개발하고, 간염 환자 코호트 연구를 통해 연구 정보와 자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투자를 강화한다.

한편, 이날 세션 좌장을 맡은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임영석 교수는 질병청이 마련한 1차 로드맵에 대해 "바이러스 간염 관리 계획이 최초로 정부 공식 문서로 마련됐다는 점에서 무척 의의가 크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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