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뉴욕주립정신의학연구소, 의료종사자 17만6천명 분석
의료지원인력>간호사>의료기사>의사 자살위험 높아
“근무시간 긴 의사들, 스트레스 요인 무시해선 안돼”

미국 뉴욕주립정신의학연구소(New York State Psychiatric Institute)는 의료종사자 사망데이터 등을 분석한 연구결과 'Suicide Risks of Health Care Workers in the US'를 국제학술지 JAMA에 발표했다.
미국 뉴욕주립정신의학연구소(New York State Psychiatric Institute)는 의료종사자 사망데이터 등을 분석한 연구결과 'Suicide Risks of Health Care Workers in the US'를 국제학술지 JAMA에 발표했다.

의료 분야는 생명을 다루는 만큼 그에 따른 스트레스도 극심하다. 이를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의사나 간호사도 있다.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결과가 미국에서 나왔다. 의사, 간호사 등 의료종사자의 자살 위험이 다른 직종보다 높았다.

미국 뉴욕주립정신의학연구소(New York State Psychiatric Institute) 마크 올프슨(Mark Olfson) 박사 연구팀은 지난 2008년부터 2019년까지 미국 지역사회 조사를 기반으로 184만2,000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26일 국제학술지 ‘JAMA(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의료종사자 17만6,000명을 6개 그룹인 ▲의사 ▲간호사 ▲테크니션(의료기사·응급구조사·간호조무사·안경사) ▲기타 보건의료인(치과의사·카이로프랙터·약사·영양사·언어치료사 등) ▲의료지원인력 ▲의료사회복지사로 나눠 비의료 종사자 166만6,000명과 비교 분석했다. 추적 기간인 2008년부터 2019년까지 의료종사자 200명, 비의료종사가 2,500명이 자살했다.

분석 결과, 비의료종사자에 비해 의료종사자의 자살위험이 32% 더 높게 나타났다. 의료종사자 중에서도 10만명당 연간 자살률이 가장 높은 직역은 의료지원인력으로 21.4명이었다. 간호사가 16.0명으로 두 번째로 높았으며 이어 의료기사 등 테크니션 15.6명, 의사 13.1명, 의료사회복지사 10.1명, 기타 보건의료인 7.6명이었다.

비의료종사자는 12.6명으로 의료종사자 6개 그룹 중 4개 그룹인 의료지원인력, 간호사, 테크니션, 의사의 자살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또한 남성보다는 여성에서 자살위험이 높게 나타났다.

연령, 성별, 인종, 결혼 여부, 교육 등의 요인을 조정한 후에도 결과는 비슷했다. 비의료종사자의 조정된 자살위험이 1이라면 의료종사자는 1.32로 더 높았다. 의료지원인력(1.81)과 간호사(1.64), 테크니션(1.39)이 의료종사자 전체 평균보다 높은 자살 위험을 보였다. 의사(1.11)와 의료사회복지사(1.14)도 비의료종사자보다 자살 위험이 더 높았다. 반면, 치과의사·카이로프랙터 등 기타 보건의료인 그룹은 0.61로 비의료종사자보다 자살 위험이 낮았다.

연구진은 다른 전문가집단에 비해 의료종사자의 자살은 과소 보고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연구책임자인 올프슨 박사는 미국 의료전문지 ‘MedPage Today’를 통해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정신 건강 문제와 위기를 겪는 의료종사자를 찾아 치료 등을 통해 개선되도록 돕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사실을 입증한다”고 강조했다.

자살위험도가 가장 높게 나타난 의료지원인력에 대해서는 “업무 관련 부상 위험이 매우 높다”며 “근무 조건을 살피고 더 많은 지원과 업무 유연성, 정신건강 관리 접근성 제고 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올프슨 박사는 다른 직역에 비해 의사의 자살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고 해서 무시할 수 없다고도 했다. 그는 “의사들이 직면하는 실질적인 스트레스 요인을 무시하면 안된다”며 긴 근무시간과 번아웃(소진)을 지적했다.

국내에서도 의사들의 번아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번아웃 상태에 놓인 의사들은 ‘자살’을 떠올렸다.

고려의대 의학교육학교실 공동연구진이 국내 의대 교수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855명 중 34.1%가 감정적 피로도가 높아 번아웃 상태라고 답했다. 번아웃으로 인해 자살까지 생각했다는 교수는 8%였으며 0.6%는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고 했다(관련 기사: 또 한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번아웃’ 되는 의사들).

교수들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전공의들도 일반 인구집단에 비해 스트레스 인지율이 2배 이상 높고 우울감 경험률은 3배 이상 높았다. 전공의 5명 중 1명은 자살을 떠올리기도 했다(관련 기사: 전공의들, 하루 평균 4시간 자면서 주 78시간 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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