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안암병원 정형외과 박종훈 교수

몇 주 전 이번 개각과 함께 대통령실에 복지 수석이 신설될 가능성이 있고 그 자리에 현 복지부 차관이 갈 예정이라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대통령께서 의대 정원 증원을 천명한 뒤 구체적인 후속 조치가 없어서 어리둥절하던 차에 복지 수석실이 신설될 예정이라는 보도는 ‘아, 이제 의료를 제대로 들여다보려나 보다’하는 기대를 갖게 했었다. 사실 복지는 현 시민사회 수석실에서 가져가고, 보건 의료 수석실의 신설이 제대로 된 정책이라고 생각했지만 어쨌든 그마저도 불발되었다.

박종훈 고려대안암병원 정형외과 교수
박종훈 고려대안암병원 정형외과 교수

건강보험을 기반으로 한 현재의 우리 의료는 심각한 중병에 걸려있다. 이대로 가면 2030년 이전에 건강보험 재정이 고갈될 것이라는 예측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또한, 심각한 문제라고 거론되는 필수의료 전공 기피 현상과 지역 의료의 붕괴는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린다고 해서 해결될 경증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 의료를 완전히 re-set 한다는 전제하에서만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중증 이슈다.

그리고 바로 지금이 벼랑 끝에 선 우리 의료제도를 손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아닐까 싶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대한민국 의료를 반드시 정권 차원에서 들여다볼 필요가 있는데, 아쉽게도 이를 인지하고 지속 가능한 의료를 위한 정책적 고민을 풀어나가기에는 역부족인 것 같다. 장관 중심으로 탄탄하게 구상을 해도 시원찮은데 아무래도 보건 의료 전문가 그룹이 아니다 보니 한계가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대통령실에 보건의료 수석실을 신설하여 한시적이라도 제대로 봐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진료 전달체계의 붕괴와 비급여 중심의 과잉진료가 만연된 우리의 의료 문화를 이대로 가져갈 수는 없다. 활동하고 있는 의사 수가 OECD 평균보다 낮다는 것은 보면서, 병상 수는 3배에 의료 기관 이용은 몇 배에 달한다는 것은 왜 보지 않을까?

해마다 무리하게 비급여의 상당 부분을 급여 범위로 끌고 들어와도 60%대에서 꼼짝 않는 건강보험 보장률은 왜 보지 못하는 것일까?

1차 의료 기관을 들러 전국의 어느 곳에서도 아무런 조건 없이 서울의 대형병원에 바로 들어갈 수 있는 자유 방임형 제도는 진료 전달체계의 붕괴에서 기인하고, 이는 결국 의료 기관 간의 과도한 규모 경쟁과 과잉진료의 일상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아마도 필자의 견해로는 대학병원도 조만간 경영상 상당히 난관에 봉착할 것이다. 인건비는 폭등하고 방대하게 널려진 과잉 의료의 구조를 정부가 그대로 두고 볼 수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자, 이제 원칙대로 합시다’라고 하는 순간, 대형병원들도 몰락할 가능성이 매우 매우 크다.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접근 없이 의사 수만 늘린다면 모처럼의 적극적인 정책은 재앙으로 돌아올 수 있다. 즉, 늘어난 의사 수에 비례하여 의료비의 폭증을 이야기하지 않을까? 그런 차원에서 보건 의료 전반을 돌아볼 정책 기구로서 대통령실에 보건의료 수석실이 있을뻔하다가 불발된 것은 너무도 아쉬운 일이다.

의료제도만 개선해도 실로 엄청난 정권 차원의 과제일 텐데, 시민사회 수석실에서 의료가 스끼다시로 다뤄질 것을 생각하면 너무도 아쉽다. 어디 갔니? 보건의료수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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