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에 쓰인 단어 출처로 지목된 연구소
‘무약물 상담치료’로 ADHD·자폐 완치 주장
정신의학계 “극단적이고 위험한 주장” 비판

교육부 5급 사무관 갑질 논란이 ‘정신질환판 안아키(약 안 쓰고 아이키우기)’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교육부 5급 사무관 A씨가 담임 교사에게 보낸 편지에 담긴 ‘황당한 요구사항’이 발단이 됐다. A씨가 이전 담임 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해 직위해제 시켰다는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A씨가 교체된 담임 교사에게 보낸 편지에는 9가지 요구사항이 담겼다. 특히 ‘왕의 DNA’와 ‘극우뇌’라는 생소한 단어를 써가며 권유·부탁 어조를 사용해 달라거나 고개를 숙이는 인사를 강요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했다.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이 공개한 편지에는 ‘왕의 DNA를 가진 아이이기 때문에 왕자에게 말하듯이 듣기 좋게 말해도 알아듣는다’ , ‘극우뇌 아이들의 본성으로 인사하기 싫어하는 것은 위축이 풀리는 현상’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왕의 DNA, 극우뇌'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곳으로 알려진 연구소 인터넷 카페 홈페이지와 연구소장 B씨가 개발했다는 두뇌구분법(출처: 연구소 인터넷 카페와 인스타그램).

편지가 공개되면서 갑질 논란에 이어 왕의 DNA, 극우뇌라는 용어의 출처가 논란이 됐다. 약을 전혀 쓰지 않고 상담만으로 자폐와 ADHD, 틱을 치료한다는 한 연구소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알려지면서 ‘새로운 안아키’라는 비판이 나왔다. 연구소 인터넷 카페에는 5,400명 이상 가입돼 있으며 회원 중에는 “5급 사무관이 소장님 육아지침을 잘못 이해한 것 같다”는 반응도 보였다.

실제 이 연구소 소장인 B씨는 “세계 의학계는 자페를 아직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모양이지만 2015년부터 대한민국에서 어린이 자폐가 깨끗이 치료되고 있다”며 본인이 개발한 ‘무약물 상담치료’로 틱과 ADHD, 자폐를 완치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B씨는 여러 병원을 방황하다가 자신의 연구소에 온 틱·ADHD·자폐 어린이를 “다 고쳤다”며 관련 치료방법에 대한 특허까지 취득했다고 했다. B씨는 비의료인이다.

극우뇌도 B씨가 만든 두뇌 구분법에 나오는 단어로 ‘대인관계가 나쁘고 분노조절이 어렵지만 천재과’로 분류된다. B씨는 관련 내용이 담긴 책도 냈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에 정신건강의학계는 극단적이고 위험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ADHD나 자폐 증상을 보이는 아이에게 약물치료는 증상 조절에 도움을 주는데 이를 무조건 거부하면 또다른 부작용이 올 수 있다는 우려다.

국립중앙의료원(NMC) 이소희 정신건강의학과장은 11일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자폐는 발달장애이기 때문에 약을 먹는다고 없어지지 않는다. 만약 어른이 돼서 자폐가 없어졌다면 그건 자폐가 아니었던 것”이라며 “약을 먹는 이유는 문제가 될 수 있는 행동을 조절하기 위해서다. 약물 치료와 함께 특수교육 등 비약물학적 요법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틱도 마찬가지다. 약을 먹는다고 사라지진 않지만 증상을 조절해 사회생활이나 집단생활을 할 때 도움이 된다”고 했다.

ADHD에 대해서는 “일종의 신경 발달장애로 주의집중력을 관장하는 뇌 부위가 발달이 느린 것이다. 그런데 크면서 발달 속도를 따라 잡아 극복하면서 어른이 되면 50% 정도는 괜찮아 진다”면서 “하지만 너무 산만해서 학교 생활에 적응을 못하고 학습 능력에도 문제가 생기니 증상 조절 차원에서 약을 복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장은 이어 “약을 복용해서 도움이 되는 아이들이 있는데 이를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너무 극단적이고 위험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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