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이범희 교수 '의대도서관'서 치료 트렌드 소개
이수앱지스 개발 '애브서틴주' 등 다양한 치료 옵션 있어

원인을 알 수 없는 빈혈, 혈소판 감소로 백혈병으로 오인하거나 유난히 복부가 튀어나와 비만이나 임신으로 오해할 정도의 증상을 보이는 질환이 있다. 희귀질환인 고셔병이다.

고셔병은 글루코세레브로시데이즈(Glucocerebrosidase)라는 효소에 유전적인 이상이 생겨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이 효소는 당지질의 대사과정의 중간체인 글루코세레브로시드(glucocerebroside)를 분해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고셔병 환자는 효소의 유전적 이상으로 글루코세레브로시드를 충분히 분해하지 못한다.

분해되지 못한 당지질은 뼈, 간, 비장, 림프에 축적되고, 이로 인해 간이나 비장이 커지는 간비종대가 나타나게 된다. 그 크기는 복부비만이나 임신으로 오인할 만큼 크다. 또한 주요 증상으로 빈혈, 혈소판감소, 골수파괴 등이 있어 백혈병으로 오인하는 경우도 있다. 간질발작이나 퇴행 등의 신경학적 증상도 동반한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 이범희 교수는 유튜브 채널 ‘의대도서관’에서 “고셔병은 희귀질환인데다 환자마다 증상의 정도가 달라 진단시기도 매우 다르다. 빠르면 두 세살 경에 진단될 수도 있고, 40대까지 고셔병인줄 모르고 사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치료를 잘 받으면 일반인처럼 장수할 수도 있고, 신경학적 증상이 없다면 일반 사회생활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고셔병의 유병률은 인종별로 다른데 유태인에게는 수천명 당 1명꼴로 나타나는 비교적 흔한 질환이지만 한국인에서 10만명 당 1명꼴로 발생하는 희귀질환이다. 국내에 확인된 환자는 약 70명으로 실제 환자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행히 치료를 잘 받으면 일반인처럼 장수할 수 있고, 증상조절도 가능하다. 또한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나기 전이라면 효소치료를 통해 일반 사회생활도 아무런 문제없이 할 수 있다.

고셔병의 치료법은 크게 세가지다. 결핍된 효소를 직접 넣어주는 '효소대체치료(ERT)', 효소가 처리하지 못한 전구물질이 쌓이지 않게 억제하는 '기질감소치료(SRT)', 효소의 활성화를 돕는 '샤페론(chaperone)치료'다.

고셔병 치료에는 주로 ‘효소대체치료’ 방법이 쓰인다. 국내에 허가돼 쓰이는 효소대체 약물로는 사노피 젠자임의 세레자임주(성분명 이미글루세라제), 다케다의 비프리브주(성분명 베라글루세라제 알파), 그리고 국내 제약사인 이수앱지스가 개발한 애브서틴주(성분명 이미글루세라제)가 있다. 모두 2주에 한 번 정맥주사를 통해 투여한다.

세레자임주는 동물세포를 기반으로 한 치료제이고, 비프리브주는 사람세포에 기반한 치료제다. 둘다 해외제약사가 개발해 국내에 들여온 약물이다.

애브서틴주는 유일한 국산 치료제로 이수앱지스의 자체 유전자재조합기술로 독자개발했다. 2012년에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았고, 2013년에 국내 출시됐다. 현재는 국내 고셔병 치료제 1위로 시장의 약 45%를 점유하고 있으며 국내뿐만 아니라 알제리, 이란, 콜롬비아, 페루,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에콰도르 등에서도 쓰이고 있다.

전구물질이 쌓이지 않게 하는 기질감소치료제로는 사노피 젠자임의 세레델가라는 경구용 치료제가 있다. 이 약물도 최근 국내 출시됐다.

세번째 치료법인 샤페론치료법은 효소의 활성화를 돕는 치료법이다. 고셔병에서는 감기약의 성분인 암브록솔이 글루코세레브로시데이즈의 활성화를 돕는다. 효소대체치료제나 기질감소치료제는 혈액뇌장벽(Blood-Brain-Barrier, BBB)을 통과하지 못해 신경학적 증상을 감소시키지 못한다.

암브록솔은 혈액뇌장벽을 통과하기 때문에 고셔병 환자들의 신경학적 증상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어, 암브록솔을 병행해 치료하기도 한다.

이 교수는 “워낙 희귀한질환이지만 원인 미상의 빈혈이나, 혈소판 감소, 간비종대가 나타난다면 고셔병을 의심해볼 수 있다. 증상이 나타나자마자 치료하면 외국에서는 신생아 스크리닝 프로그램에 넣는 곳도 있다. 고셔병을 신생아때부터 치료할 필요는 없지만 미리 발견하면 추적관찰을 하다가 빈혈이나 혈소판 감소가 나타나면 조기에 치료해주면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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