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에 이어 교수들도 사직 행렬에 가담하기 시작하자 환자들이 정부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청년의사).
전공의에 이어 교수들도 사직 행렬에 가담하기 시작하자 환자들이 정부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청년의사).

정부와 의료계의 강대강 대치 속에 환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지난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의료인이 환자를 버리고 의료 현장을 떠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의사 집단이 중증 환자를 방치하고 실력 행사를 벌이고 있다는 것은 어떤 설명으로도 환자와 국민의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수들의 제자에 대한 사랑과 학자로서의 의사 표시에 경의를 표한다. 그러나 후배들에게 ‘불이익을 받지 말라’고 가르치기 전에 의사가 추구해야 할 최소한의 가치가 환자에 있다는 것을 가르칠 수 없던 것인가. 지금의 후배의사들이 자랑스러운지 묻고 싶다”고 했다.

정부도 의료계와 별반 다를 바 없다고도 지적했다. 중증질환연합회는 “헌법에 따라 모든 국민은 보건에 대해 국가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의료계에 책임을 떠넘기고 국가의 책무를 망각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국가나 의료계나 환자를 볼모로 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정부와 의료계가 환자들과 직접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증질환연합회는 “이 사태로 가장 큰 피해를 본 환자들과 정부·의료계가 함께 논의해 상생의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대통령도 필요하다면 중증질환자의 절박한 상황을 듣는 자리를 만들어 달라. 언제든지 정부와 의료계를 만나 상생의 방향을 논의하는 데 나서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백혈병환우회는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의사가 백혈병을 부정적인 의미로 비유한 발언을 문제 삼았다. 의료공백으로 항암수술이 연기되는 등 환자 피해가 커지는 상황에서 오히려 투병 의지를 꺾게 만든다는 지적이다.

강서구의사회 조용진 회장은 지난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서울시의사회 궐기대회에서 “의사는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면역세포인 백혈구다. 의사 증원을 강요한다면 필요 이상 과도하게 증식된 비정상적인 백혈구를 가지는 백혈병을 초래할 것이다. 대한민국에 백혈병을 초래한 '백혈병 정부라고 기록되길 원한다면 (의대 증원을) 강행해도 좋다”고 했다.

이에 백혈병환우회는 성명을 통해 “조 회장이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을 비난하며 백혈병을 부정적인 의미로 비유한 것은 백혈병 환자의 인권을 침해하고 투병의지를 꺾는 부적절한 발언으로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백혈병환우회는 “백혈병은 주인공이 불치병으로 사망하는 영화·드라마의 단골 소재였지만 조혈모세포이식과 표적치료제 발전 등으로 더는 불치병으로 묘사되고 있지 않다”며 “이에 ‘백혈병은 불치병이 아닌 항암 치료 등으로 완치할 수 있는 질환’이라는 인식 개선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전문가이자 의사인 사람이 백혈병을 부정적인 의미로 비유한 것에 대해 실망을 넘어 참담함을 느낀다”며 “질병을 부정적인 의미로 비유하는 것은 환자에 대한 인권 침해뿐 아니라 돌이킬 수 없는 상처가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극한 상황에서 투병을 응원받기는커녕 투병의지를 꺾는 발언을 의사로부터 듣는 상황이 개탄스럽다”며 “살기 위해 참고 견디며 치료받는 환자의 불안과 고통, 울분을 의료계와 정부가 조금만이라도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헤아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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